14년 만에 '최대 규모' 세수 13조 감소 예상..재정건전성 악화 우려
추 부총리 “경제 역동성 제고되면 성장·세수 확충 선순환”
낙수효과 기대에 “감세분, 대기업 오너들에게만 돌아갈 것”
정부는 21일 2022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하면서 ‘경제 활력 제고’와 ‘민생 안정’이라는 두 가지 방향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법인세를 낮춰 민간기업 주도로 국가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소득세를 인하해 고물가 상황에서 서민들에 대한 세제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재정 균형을 고려하지 않은 대규모 감세로 세수 부족 위기를 맞을 위험이 높은 데다 민생 안정이라는 구호와는 달리 감세 효과가 대기업과 고액 자산가에게만 집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세제개편으로 예상되는 세수 감소액은 13조1000억원이다. 이명박 정부 첫해인 2008년 이후 14년 만에 최대 규모의 감소액이다. 법인세(6조8000억원)와 소득세(2조5000억원) 감소액이 전체 감소분의 71%를 차지할 것으로 추계됐다. 또 법인에 6조5000억원, 개인에 3조4000억원 귀착되는 것으로 추계됐다. 법인 귀착분은 대기업 4조1000억원, 중소·중견 기업 2조4000억원으로 분석됐다. 개인의 세수 감소 효과 3조4000억원은 서민·중산층에서 2조2000억원, 고소득층에서 1조2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계산됐다. 결국 기업과 고소득층의 세수 감소 효과는 총 7조7000억원으로 서민·중산층 및 중소·중견 기업(4조6000억원)의 1.7배가량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8일 브리핑에서 “이번 개편안은 근본적인 세입 기반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민간의 투자와 일자리 창출 주체인 기업과 고물가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중산층을 위해 재원이 쓰이도록 마련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향후 재정 수요가 높을 것이라며 대규모 감세는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유호림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개편안이 이대로 확정되면 국가 재정적자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법인세를 필두로 한 대규모 감세 혜택이 대기업에 집중돼 있는 데다 종합부동산세와 소득세 등의 개편 방향도 고액 자산·고소득자에게 더 유리한 방향으로 설계돼 있어 서민과 중산층 지원을 위한 감세라는 정부의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세제개편은 중소기업에 줬던 혜택을 대기업까지 확대하겠다는 대기업 감세 정책”이라며 “정부가 지출 정책과 감세 정책 양쪽을 동원해 기업에 과도한 지원을 주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민생 안정 방안으로 제시한 소득세 인하 조치 역시 서민 계층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추 부총리는 “세제개편을 통해 우리 경제의 역동성이 제고되고 조세 경쟁력이 업그레이드된다면 단계적인 위기 극복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도 성장과 세수 확충의 선순환을 통해 재정건전성 달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 위주로 감세 혜택이 돌아가도 이를 통해 기업 투자가 늘면 국가경제가 건실해질 수 있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정부가 기대하는 낙수효과 역시 결국 허구란 지적이 나온다. 유호림 교수는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4년 동안 26조원이 넘는 법인세가 감세됐지만 낙수효과는 없고 대기업 유보금만 100% 넘게 늘었다”고 밝혔다. 정세은 교수도 “법인세 감세분은 결국 대기업 오너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경제 전체적으로도 투자와 고용을 늘린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창준·반기웅 기자 jch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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