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랠리 때 매도 말라..더 떨어져도 1년 후엔 웃는다"[오미주]
[편집자주] '오미주'는 '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의 줄인 말입니다.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이벤트가 있었거나 애널리스트들의 언급이 많았던 주식을 뉴욕 증시 개장 전에 소개합니다.
미국 증시가 기술주 주도의 랠리를 이어가면서 바닥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나스닥지수는 20일(현지시간) 1.6% 상승하며 2거래일째 강세를 이어갔다. 이날 다우존스지수와 S&P500지수는 0.1%와 0.6% 오르는데 그쳤다.
나스닥지수는 7월 들어 7.9% 올랐다. 지난 6월16일 기록한 올들어 최저치에 비해서는 11.5% 상승했다.
반면 S&P500지수는 7월 들어 4.6% 올랐고 지난 6월16일 올들어 최저치에 비해서는 8.0% 올랐다.
그렇다면 미국 증시는 지난 6월16일에 이미 바닥을 친 것일까.
현재로선 아니라는 의견이 많다. 거시 경제적인 악재들이 여전하고 인플레이션과 미국의 금리 인상, 경기 침체 리스크 중 어느 것도 해결된 것은 없기 때문이다.
르네상스 매크로의 기술적 애널리스트인 케빈 뎀터는 이날 오전 보고서를 통해 전날(19일) 미국 증시가 2~3%대의 강세를 보인 것은 투자자들이 급하게 주식을 쓸어 담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전날 다우존스지수는 2.4%, S&P500지수는 2.8%, 나스닥지수는 3.1% 급등했다.
이같은 급반등은 전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단기 트레이딩 지수(TRIN)가 0.369까지 떨어졌다는 점에서도 유추할 수 있다.
NYSE 단기 트레이딩 지수는 NYSE에서 하락 종목수 대비 상승 종목수의 비율(AD 비율)을 하락한 종목의 거래량 대비 상승한 종목의 거래량 비율(AD 거래량)과 비교한 것이다.
NYSE 단기 트레이딩 지수는 AD 거래량의 비율이 AD 비율보다 크면 하락하며 통상 1 밑으로 떨어지면 주가가 상승한다. 상승한 종목의 숫자에 비해 상승한 종목의 거래량이 크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또 전날 시가총액 상위 3000개 종목을 포괄하는 러셀3000지수에서 상승 종목수의 비율과 상승한 종목의 거래량 비율이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저점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점에서도 급격한 주식 매수가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
뎀터는 이같은 급매수에 대해 대부분의 투기적 거래자들, 특히 헤지펀드들이 S&P500지수 선물에 대해 매도 포지션을 취해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증시 하락에 투자된 자금이 많았던 만큼 새로운 악재가 나오지 않으면서 추가 하락이 제한되자 급매수가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그는 증시가 추가 상승할 여지가 있다며 S&P500지수가 저항선인 4000선까지 오를 수 있다고 봤다.
그는 기술적으로 시장이 바닥을 쳤다고 확신하려면 S&P500지수에서 20일 최고치를 기록한 종목의 비율이 53%를 넘어서고 20일 이동평균선을 상향 돌파한 종목의 비율이 93%를 웃돌아야 하는데 두 비율 모두 기준점을 살짝 하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트 스트래터지의 앤드류 애덤스도 최근 상승 종목의 비율과 상승한 종목의 거래량 비율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52주 최고치를 기록한 종목보다 52주 최저치를 기록한 종목이 많고 50일 이동평균선 위로 올라온 종목의 비율도 절반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침체장이 완전하게 끝났다고 말하기는 아직 이르지만 증시 여건이 최근 나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식을 매수할 만한 추가적인 기회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번스타인의 애널리스트인 마크 다이버와 사라 맥카시는 지금 주식을 사면 단기적으로는 고통스럽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큰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번스타인의 두 애널리스트는 "장기 관점의 심리 지수가 향후 12개월간 글로벌 증시의 강력한 상승을 예고하고 있다"며 "반대로 향후 4주일간 유효한 단기 심리 지수는 중립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투자자들이 침체장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며 장기적으로는 비관적이지만 증시가 지난 6월16일 최저점 대비 강세를 유지함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나쁘지 않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두 애널리스트는 이 같은 장단기 투자 심리의 차이를 봤을 때 단기적으로는 주가가 지금보다 더 떨어질 수 있지만 1년 이후에는 지금 주식을 매수해도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두 사람이 4주간 단기 심리가 중립 수준이라고 판단하는 이유는 유럽 펀드를 제외하고는 주식형 펀드에서 항복성(capitulation) 자금 유출이 나타나지 않고 있어서다. 다만 유럽 주식형 펀드에서는 항복성 자금 유출이 막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반면 장기 심리 지수는 극단적인 비관론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들은 "전체적인 주식 자금 흐름은 극단적인 수준의 비관론을 보여준다"며 "비관론이 이처럼 고조된 경우는 1987년 이후 4번 있었는데 모두 12개월 후에 증시가 급등했다"고 설명했다.
지금처럼 장기 심리 지수가 나빴던 적은 1987년 10월(1년 후 증시 22.6% 상승)과 2008년 10월(28.6% 상승), 2011년 10월(8.8% 상승), 2020년 3월(55.2% 상승)이었다.
기업들은 잉여 현금흐름이 양호한 가운데 올들어 증시가 급락하자 공격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해왔다.
세계 최대의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CEO(최고경영자)인 래리 핑크도 지금은 주식을 매도할 때가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CNBC에 출연해 펀드매니저 출신의 진행자인 짐 크레이머와 대담하며 "정말 유명한 사람이 공포에 질려 내게 전화해 '어쩌면 좋으냐. (시장에서) 빠져나가야 할 것 같다. (시장 급락을) 견딜 수가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나는 그에게 휴가나 가라고 말해줬다"며 "정말 지금 시장 환경을 견딜 수 없다면 주식을 팔아라. 하지만 내가 보는 현실은 시간이 지나면 인플레이션이 해결될 것이란 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연준(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이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미국 경제의 침체 위험 등 악재들에 대해 장기 투자자에겐 "일상적인 일"이라며 "내가 경력을 시작한 이래로 지금보다 훨씬 높은 인플레이션도 경험했고 지금보다 훨씬 많은 문제들도 봤다. 지금 문제도 다 헤져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경기 침체 리스크는 분명히 있지만 경제가 침체에 빠진다 해도 완만한 침체일 것이고 현재 미국의 재정적 기반은 과거 여느 때처럼 탄탄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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