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감세로 투자 유도.. "'S공포'에 효과는 불투명" 지적 [尹정부 첫 세제개편안]

이희경 2022. 7. 21.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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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확대→고용개선 선순환 기대
기업들 긴축 나서 투자 효과 의구심
법인 6.5조, 고소득층 1.2조 감세
서민층 2.2조 그쳐 '이념 감세' 비판
복합위기에 정부지출 증가 불가피
"나라 곳간만 악화" 우려 목소리도
윤석열정부의 첫 세제개편안의 성패는 13조원이 넘는 감세 조치가 경제성장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법인세 최고세율 22% 인하로 대표되는 민간에 대한 세금 감면 정책으로 ‘기업투자 확대→일자리 창출→경제성장’의 선순환 고리를 만들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례 없는 ‘복합위기’가 장기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대기업, 고소득층에 집중된 감세 기조가 정책적으로 합당한 조치냐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법인세 인하 등으로 세수 감소는 분명한데 기업 투자 확대는 확실하지 않아 도리어 나라곳간만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여소야대 국면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전형적인 부자 감세’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입법 사항들이 제대로 마무리될지도 미지수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2년 세제개편안'' 상세브리핑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부터 추 부총리, 정정훈 조세총괄정책관, 김재신 관세정책관. 연합뉴스
2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법인세법 등 18개 법률 대상으로 이뤄지는 이번 세제개편 통해 내년부터 2027년까지 모두 13조1000억원의 세수 감소가 예상된다. 세목별로는 법인세가 6조8000억원 줄어 전체 감소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소득세(2조5000억원), 증권거래세(1조9000억원), 종합부동산세(1조7000억원) 순으로 세금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정부는 현재 조세 체계가 기업의 투자를 가로막아 비효율적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법인세의 경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최고세율 평균이 21.2%(지방세 포함 232.%)인데, 한국은 25%(〃27.5%)로 높아 국내외 법인의 국내 투자를 제약한다고 설명했다. 또 인위적인 법인 쪼개기로 세부담을 피할 수 있어 기업에 비효율적인 조직 변경을 유발하는 점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즉, 과도한 수준의 법인세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대기업의 출현을 막고 있다는 것이다.

감세의 경제적 효과도 분명하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감세 조치가) 기업의 투자 확대를 유도하고, 우리 경제 성장에 선순환 효과를 가져오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법인세 인하로 생긴 기업 자금의 15.1%는 주주 배당으로 돌아가고, 59.5%는 재투자로 돌아간다. 또 소비자와 근로자도 각각 17.0%, 8.5% 정도 가격과 임금 측면에서 혜택을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투자 계획을 짜거나 기업 경영에서 많은 결정에 있어 민간 기업 친화적인 세제의 틀이 (기업에) 심리적인 자신감이나 안도감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시점이다. 감세 조치가 각종 비효율을 없앤다는 점이 이론적으로 맞더라도 고물가에 경기침체가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현 상황에서는 효과가 의심스러운 카드라는 것이다. 경기 둔화 우려 속에 최근 SK하이닉스 등이 긴축에 나서는 등 향후 기업들의 투자 확대는 불투명한 반면 세수 감소는 분명해 취약계층 지원과 관련한 정부 대응 여력만 떨어지게 된다는 지적이다.

이번 세제개편을 통해 발생하는 세수감소분(13조1000억원)의 세부담 귀착 효과도 주로 법인(6조5000억원)과 고소득층(1조2000억원)에 집중됐고, 서민·중산층의 경우 2조2000억원 감면에 그쳤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 경제위기 상황에서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이 많은데 이렇게 세수를 줄이는 개편을 하게 되면 건전 재정에도 역행하고, 정부 역할을 스스로 축소시킨다”면서 “서민과 중산층의 경우 각자도생하는 수밖에 없다는 시그널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부적절한 세제개편이며 이념적 감세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에 따른 부자감세 논란을 의식해 소득세가 급하게 조정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기재부 등에 따르면 다른 세목과 달리 소득세는 비교적 최근에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소득세 개편에 따라 면세자 비중이 늘어나는 것도 재정 측면에서는 부담이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면세자 비중은 37.2%에 달한다. 김우철 교수는 “물가가 당분간 높을 것으로 보이는데 소득세의 경우 하위 구간 외에 다른 과표는 조정하지 않았다”면서 “정부가 자기들이 판단해서 임의대로 하겠다는 방식은 이제 좀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정부의 세제개편안은 국회 통과가 난망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정부의 세제개편안 중 핵심인 법인세 인하 등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기 때문이다.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법인세를 25%에서 22%로 낮추겠다는데 법인세 실제 실효세율은 17% 내외”라며 “외형적으로 미국보다 좀 더 높아 보이는데 미국은 주세가 8∼10%가 빠져있다. 지방정부 세금을 합치면 미국 법인세가 훨씬 높다”고 설명했다.

또 종합부동산세 관련해서도 “다주택을 소유한 것만으로 불로소득이 생기는 특수한 성격인데 적절한 조세제도는 필요하다”면서도 “3주택자 이상 종부세 누진제도를 폐지하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세종=이희경 기자, 이강진·최형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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