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주택수 대신 '가액' 따져..고가·다주택자에 혜택 집중
무게중심은 ‘보유세 완화’
구간별 표준 세율 내리고
기본공제액 6억서 9억으로
“투기로 번질 수도” 우려
정부가 주택 수가 많으면 세금을 더 물리도록 설계된 종합부동산세를 전면 개편한다. 종부세 과세 기준은 주택 수에서 ‘가액’으로 바꾼다. 구간별 과세표준 세율을 낮추고 기본공제금액을 올려 보유세를 전반적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똘똘한 한 채’를 보유하거나 여러 채를 보유한 자산가에게 혜택이 집중되는 구조다.
21일 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 중 부동산 세제 핵심은 보유세 완화다. 종부세 과세 체계는 주택 수 기준에서 가액 기준으로 전환한다. 다주택자가 부담하는 종부세 중과세율을 폐지하고 보유한 자산 규모에 따라 세금을 부과한다는 것이다.
종부세 과세표준 구간별 세율도 2019년 수준으로 일제히 내린다. 현재 종부세 세율은 주택자(비조정대상지역 2주택자)와 조정대상지역 2주택 이상(비조정대상지역 3주택 이상) 보유자에게 달리 적용된다. 1주택자 0.6~3.0%, 조정지역 2주택 이상 보유자 1.2~6.0%다.
개정 이후에는 과세표준 △3억원 이하 0.5% △3억원 초과~6억원 0.7% △6억원 초과~12억원 1.0% △12억원 초과~25억원 1.3% △25억원 초과~50억원 1.5% △50억원 초과~94억원 2.0% △94억원 초과 2.7%를 적용한다. 과세표준 12억~50억원 구간은 이번에 신설됐다.
종부세 기본공제금액은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올린다. 기본공제금액은 종부세 과세표준 산출 시 주택 공시가격 합산액에서 차감하는 금액으로 종부세 부과 여부를 정하는 기준이 된다.
1주택자에게 적용되는 기본공제금액은 12억원(2023년 적용)으로 상향하기로 했다. 국민들이 혼란스럽지 않도록 1주택자에 대한 기본공제금액도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고가주택 기준 ‘12억원’에 맞췄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앞서 공개한 대로 올해는 특별공제 3억원을 도입해 1주택자의 종부세 과세 기준선을 11억원에서 14억원으로 올린다. 김용원 나라살림연구소 객원연구위원은 “고가주택 양도세 12억원은 거래한 가격이고 종부세는 공시가를 기준으로 한다”며 “똑같은 기준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종부세 완화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그냥 말을 갖다 붙인 것”이라고 했다.
이번 세제개편은 고가주택 보유자일수록, 다주택 보유자일수록 더 큰 세금 감면 혜택을 주도록 설계됐다. 기획재정부가 내년분 종부세를 산출한 내역을 보면 공시가격 15억원인 1주택자의 종부세는 올해 98만원에서 내년 37만원으로 감소한다. 공시가격 30억원인 1주택자는 1082만원에서 556만원으로 종부세가 줄어든다. 서울과 수도권 등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자들의 종부세 감면 혜택은 수천만원에 달했다. 합산 공시가격이 15억원인 2주택자는 종부세가 올해 1596만원에서 내년 222만원으로 1374만원 줄어든다. 동일한 가격의 주택을 보유한 1주택자가 받는 감면 혜택(61만원)에 견줘 22배 이상 많다.
공시가격 30억원인 2주택자는 7151만원에서 1463만원으로 종부세 부담이 줄어든다. 감면액은 5688만원으로 같은 가격 1주택자(526만원)보다 10배 넘는 혜택을 받게 된다.
이 같은 보유세 완화 조치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역행한다는 지적도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보유세를 강화했다지만 한국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0.17%(2019년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5개국 평균(0.44%)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고광효 기재부 세제실장은 “그간 보유세가 어느 정도 글로벌 스탠더드 수준까지 올라온 것은 맞다”면서도 “속도가 너무 빠르고 세금이 과중하기 때문에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급격한 보유세 완화는 최근 안정세에 접어든 부동산시장에 자칫 새로운 불씨로 작용할 수 있다.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경제금융부동산학)는 “이번 정부 임기 중에는 하방 압력이 강해 투기가 일어나지 않을 수 있겠지만 몇년 지나면 이번 조치로 인해 또다시 부동산 투기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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