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회의는 대면회의 대체가 아닌 그 이상.. 세계는 과거로 안 돌아간다"

안상현 기자 2022. 7. 2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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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줌 아시아·태평양 지역 총괄
리키 카푸르 인터뷰

미국의 화상회의 플랫폼 기업 줌(Zoom) 비디오 커뮤니케이션스는 신종 코로나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의 최대 수혜 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재택근무와 원격수업 확산을 발판 삼아 줌은 코로나 기간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다. 지난 2020년 줌 모바일 앱 다운로드 건수는 4억7799만건에 달했다. 또 다른 팬데믹 수혜 기업 넷플릭스의 다운로드 건수(2억2300만건)를 두 배 이상 능가하는 수치다. 2022 회계연도(2021년 2월~2022년 1월) 매출은 40억9986만달러(약 5조3343억원)에 달해 팬데믹 직전인 2020 회계연도(2019년 2월~2020년 1월)의 6억2265만달러(약 8101억원) 대비 6배 이상 늘어났다.

그러나 코로나가 엔데믹(풍토병)으로 전환되면서 마냥 잘나갈 것 같던 줌의 성장 지속성에도 의문이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하늘길이 열리고 접촉 제한이 풀리면서 업무 방식이 과거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줌의 매출은 올해 1분기(2~4월) 기준 10억7300만달러(약 1조3924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2% 늘었지만, 순이익(1억1360만달러)은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주가도 지난 2020년 10월을 정점으로 떨어지기 시작해 지금까지 줄곧 내리막이다.

줌은 코로나 이후 시대를 어떻게 전망하고 대비하고 있을까. 최근 사업 점검차 한국을 찾은 리키 카푸르(Kapur) 줌 아시아·태평양(APAC) 지역 총괄은 WEEKLY BIZ와 인터뷰에서 “변화는 이어지고 있다”며 “세계는 결코 과거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지난달 한국을 찾은 리키 카푸르 줌 아시아·태평양 지역 총괄은 WEEKLY BIZ 인터뷰에서 "동영상 플랫폼은 화상회의를 넘어 모든 산업 분야에 핵심 기반으로 자리 잡아 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고운호 기자

◇“세계는 과거로 돌아가지 않는다”

카푸르 총괄은 “화상회의는 대면회의의 대체가 아닌 그 이상”이라며 “팬데믹 기간 기업들은 생산성 향상을, 직원들은 유연한 근무 환경을 경험하면서 엔데믹 시대에 원격 근무가 포함된 하이브리드 체제가 확실히 자리 잡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 근거로 줌의 전 세계 기업 고객 수가 1분기 기준 19만8900개사(社)로 전년 동기 대비 24% 늘어난 것을 내세웠다.

그는 “특히 인구 연령대가 낮고 스마트폰 보급이 빠르게 이루어지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매출 성장률은 20%를 기록하며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며 “기업들 역시 인재 유치 전략 차원에서 하이브리드 업무 방식을 채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글로벌 회계법인 언스트앤영(E&Y)이 지난해 16개국 1만6000명을 대상으로 수행한 직장인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4%는 ‘하이브리드 근무를 제공하지 않으면 퇴사하겠다’고 답했다. 올해 22개국 1만7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80%는 일주일에 최소 이틀은 원격으로 일하기를 원했다.

인도 공인회계사 출신인 카푸르 총괄은 지난 25년간 다양한 기술 기업을 거쳐온 기술 분야 베테랑 세일즈맨이다. 오라클에선 아세안 기술 영업팀에서 부사장을 지냈고,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에서도 아태 지역 임원을 지냈다. 줌에 합류한 건 작년 6월이다. 그는 줌으로 이직을 결심한 이유에 대해 “동영상 플랫폼은 화상회의를 넘어 모든 산업 분야에 핵심 기반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업무나 교육뿐 아니라 행사부터 헬스케어, 뱅킹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인프라로 쓰이는 만큼 장래가 밝다”고 말했다.

가령 태국의 국경일이자 중요한 불교 행사인 마카 부차(magha puja) 날에는 매년 방콕에 있는 왓 프라 담마카야 사원에 태국과 라오스·캄보디아·미얀마 등 주변국 불자 수만 명이 모이는데, 팬데믹 여파로 지난해부터 줌을 통해 실시간 온라인 스트리밍 행사를 진행 중이다. 사원 사리탑 주변에는 온라인 참석자 모습을 띄우기 위해 길이만 200m에 달하는 대형 스크린이 설치됐는데, 지난해에만 무려 100만명이 넘게 참여해 큰 화제가 됐다. 카푸르 총괄은 “싱가포르와 홍콩에선 정부 주도로 줌을 활용한 원격 진료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고, 삼성전자나 포스코 같은 한국 기업도 직원 채용에 줌을 활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메타버스는 아직 갈 길 멀어”

요즘 화상회의 플랫폼 기업들의 최대 격전지는 실시간 자동 음성 번역 및 전사(轉寫·번역한 음성을 텍스트로 풀어 화면에 띄우는 것) 서비스다. 줌의 경쟁 기업인 시스코 웹엑스는 지난해 5월 영어·중국어·스페인어 등 13개 언어 음성을 자동 번역하고 자막으로 보여주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줌 역시 지난달 23일 30개 언어를 인공지능(AI)이 자동 번역해주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카푸르 총괄은 “자동 번역 서비스를 위해 반년 전 독일의 AI 번역 회사 카이츠(Kites)를 인수했다”며 “실시간 자동 번역을 지원하는 30개 언어 중에는 한국어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시아 시장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다양성”이라며 “인접 국가라도 문화와 언어가 다른 경우가 많다 보니 실시간 자동 번역 서비스 수요가 클 것”이라고 했다. 다만 AI 번역이 아직 유려한 수준은 아니다. 말의 강세나 발음에 따라 정확히 해석하지 못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줌은 동영상 플랫폼 이후 차세대 플랫폼으로 떠오른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에도 투자를 늘리고 있다. VR(가상현실) 기기 선도 기업인 메타(구 페이스북)가 출시한 VR 전용 화상회의 서비스 ‘호라이즌 워크룸스’에도 실시간으로 글씨를 적거나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줌의 기술(줌 화이트보드)이 접목돼 있다. 하지만 카푸르 총괄은 메타버스에 대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인정했다.

그는 “메타버스나 VR·AR(증강 현실) 같은 기술들은 기술적으로나 상업적으로나 더 많은 진화를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도 사람들이 메타버스를 어떻게 사용할지 이해하기 위해 조사·연구하는 단계”라고 했다. 카푸르 총괄은 “사람들이 향하는 곳이라면 당연히 줌 사업도 새로운 분야로 확장될 수 있다”며 “사람들이 일하는 방식은 앞으로 더 다양해질 것이고, 이런 변화를 얼마나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제공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성공이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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