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기 총리 사의...이탈리아 연정 붕괴 현실화
조기 총선 가능성 높아져
마리오 드라기 총리가 이끌고 있는 이탈리아 연립정부(연정)가 결국 붕괴 위기를 맞게 됐다. 드라기 총리는 21일 오전(현지 시각) 상원에 출석, “총리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하고,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을 찾아가 재차 사임 의사를 밝혔다. 로이터는 “마타렐라 대통령이 드라기 총리의 사임을 받아들였다”며 “대신 ‘국정 공백이 없게 직책을 유지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드라기 총리는 지난 14일 260억유로(약 34조원)의 민생 지원 법안 투표에 원내 최대 정당인 좌파 오성운동(M5S)이 불참하자 “내각에 대한 신임을 잃었다”며 1차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마타렐라 대통령의 만류로 “주요 정당들의 전폭적 지지가 있다면 총리직을 계속 수행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20일 드라기 총리 내각에 대한 상원의 신임 투표에 오성운동이 또 불참했고, 연정에 참여한 주요 정당인 중도우파 전진이탈리아(FI)와 극우성향 동맹(Lega)도 “오성운동과는 내각을 함께 운영할 수 없다”며 표결에 나서지 않았다. 이날 신임안 투표에는 총 321명 의원 중 133명만 참석했다. 안사(ANSA)통신 등 현지 언론은 “드라기 총리가 연정 운영이 더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연정 붕괴가 기정사실이 됐다고 분석했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곧 새 총리 후보자를 지명하거나, 의회를 해산해야 한다. 드라기 총리를 대신해 사분오열된 정국을 끌고 갈 인물이 마땅치 않아 의회 해산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의회 해산이 선언되면, 9월 말~10월 초에 조기 총선이 이뤄질 전망이다. 드라기 총리는 그때까지 자리를 지키며 ‘관리 내각’을 운영하게 된다.
드라기 총리는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출신으로, 지난해 2월 주세페 콘테 전 총리(현 오성운동 대표)가 이끌던 연정이 붕괴하자 총리로 발탁됐다. 이후탁월한 행정 능력을 발휘하며 코로나 사태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등을 헤쳐왔다. 이탈리아 총리 출신인 파올로 젠틸로니 유럽연합(EU) 경제 담당 집행위원은 “드라기 총리가 사임하면 이탈리아가 ‘퍼펙트 스톰’(초대형 복합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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