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면승부] 우영우 자폐 논란, 매체적 장르의 특징 따져봐야
[YTN 라디오 뉴스 정면승부]
■ 방송 : FM 94.5 (17:30~19:30)
■ 방송일 : 2022년 7월 21일 (목요일)
■ 대담 : 김헌식 문화평론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정면승부] 우영우 자폐 논란, 매체적 장르의 특징 따져봐야
◇ 이재윤 앵커(이하 이재윤)> 이재윤의 뉴스 정면 승부 4부 이어가겠습니다. 이번에는 문화로 K를 읽다 순서입니다.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인도인 별동별 역삼역 그리고 우영우, 잘 아시죠?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대사의 한 부분입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주인공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변호사죠. 이번 시간에는 드라마 속에서 장애를 다루는 방식, 나아가서 미디어와 현실 속에 장애의 괴리에 대해서 다뤄보겠습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헌식 문화평론가(이하 김헌식)> 네 안녕하세요.
◇ 이재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열풍이 뜨겁습니다. 어제 저도 집에서 TV를 보는데 케이블 TV에서 실시간 시청률이 나오는데, 거기 1위더라고요.
◆ 김헌식> 그러니까 지상파, 케이블, 종편을 포함해서 다 통틀어서 지금 압도적인.
◇ 이재윤> 드라마 성공 이유가 어디에 있는 겁니까?
◆ 김헌식> 되게 스타급 배우나 자극적인 스토리가 없이 1등 했다. 이런 얘기를 하는데요. 이게 정확한 이유죠. 그러니까 스타급 배우가 없기 때문에 저는 사실이 가능했다고 보는 거거든요. 왜냐하면 너무 스타가 나오게 되면 장애인 연기하는 데 굉장히 부담스러웠을 거고, 약간 부자연스럽게 느낄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드는데, 그런 면에서 새로운 캐릭터를 만드는 것이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일 중요한 것은 장애인 캐릭터를 박은빈 씨가 아주 매력적으로 만들었다는 거예요. 그래서 대개 기존의 장애인 관련 콘텐츠는 장애인의 현실, 또 장애인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려야 된다는 약간의 강박 관념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오히려 대중문화, 특히 드라마에서는 주인공이 굉장히 호감을 가지고 있어야만 감정 이입을 하고 의지하면서 몰입을 하게 되는데, 그런 점에서는 좀 아쉬웠던 점이 있거든요. 그런데 우영우에서는 주인공이 매력적이라서 귀엽다. 사랑스럽다. 몸짓마저도 좀 이렇게 품어주고 싶다. 이런 얘기들을 많이 하기 때문에 그래서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많이 깨뜨려졌다라는 것이고요. 특히 자극적인 스토리가 없어요. 대체적으로 우리가 넷플릭스 드라마를 많이 얘기합니다만 전반적으로 장르물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사람이 죽어나가는 것은 당연한 거고, 거의 폭력적인 장면, 음모, 배신, 이렇게 좀 부정적인 우울한 내용들이 좀 많았는데, 이 드라마에서는 비록 그런 우울하고 좀 부정적이고 편견에 찬 내용도 있지만, 그걸 딛고 그 주인공들 특히 우영우가 어떻게 현실을 해결해 가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따뜻하고 밝고 성장의 드라마 요소가 인기 요인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 이재윤> 주인공 캐스팅이 성공의 한 요소가 됐다는 그런 얘기신데요. 지금 제작사인 에이스토리의 주가가 2배 수준으로 뛰었다고 합니다. 이 성공한 콘텐츠의 가치, 어느 정도 되는 것으로 추산할 수 있을까요?
◆ 김헌식> 사실 굉장히 따질 수가 없는 점이 더 복합적인데요. 왜냐하면 신생 매체이기 때문에 이거는 경제적 가치가 더 크다는 거죠. 사실 이 드라마가 처음 시작할 때 시청률이 0.9였고요. 그 일주일 뒤에 지나고 나서 입소문이 돌았는지 3~4배 또 뛰었습니다. 그 뒤에는 다시 또 2~3배 뛰었고요. 그래서 이제 채널 자체에서는 홍보비를 굉장히 절감했다라는 걸 말씀드릴 수 있는데, 경제로 말씀드리면 94년에 기억하실 거예요. <쥬라기 공원> 첫 번째 이야기가 8억 5천만 달러, 그래서 이걸 자동차로 하면 150만 대라고 하면서 한국의 문화정책이 급변하기 시작하고 문화 콘텐츠라는 말이 나왔는데, 최근에 <오징어 게임> 같은 경우가 22억에서 24억 정도 들여가지고 결국 한 250억 원 정도 들여서 이제 주가만 3주 만에 28조 원을 뛰게 만들었고, 전반적으로 직접적인 경제 효과만 해도 1조 원이라고 그랬거든요. 그런데 넷플릭스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이게 9억 달러 정도 된다고 하니까, <쥬라기 공원>과 대등한 그런 수준인데. 어쨌든 이 정도로 사실은 콘텐츠 효과가 크다고 볼 수가 있겠고.
◇ 이재윤> 1조 원 정도 된다는 얘기인가요.
◆ 김헌식>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지금 <오징어 게임> 정도는 아니겠지만, 절반 되는 제작비로 이제 이 드라마를 만들었거든요. 예를 들면 한 200억 정도 된다. 이렇게 얘기를 하고 있는데. 그래서 박은빈 씨가 벌써 광고를 두 개나 찍었더라고요. 그리고 미국에서는 리메이크 제안이 들어온 상황이고, 그렇기 때문에 최소한 8~9천억 정도는 너끈히 넘어가지 않겠는가. 이런 지적을 또 합니다.
◇ 이재윤> 아까 이 주인공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이제 주인공이 박은빈 씨죠? 매력적으로 캐릭터를 소화했다라고 얘기를 하셨잖아요. 그런데 이제 발달장애 아이를 양육하는 보호자들이 모인 한 커뮤니티에서 이 드라마가 불편하다라는 글이 게재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니까 조금 현실과는 좀 다른 식으로 발달장애인들을 그리는 게 아니냐 하는 지적인 것 같아요.
◆ 김헌식> 이건 당연한 지적이십니다. 사실 제가 개인적으로는 장애인 관련 단체에서 해마다 장애 인식 개선 영화나 드라마를 제작합니다. 웹 드라마도 제작하고. 제가 10년 정도 거의 자문 활동을 했는데요. 그러니까 일반적인 영화와 드라마 제작사들과는 달리 이런 사회단체에서는 반드시 장애인 당사자 내지는 학부모님들을 통해서 자문을 합니다. 사전자문을 하고 그다음에 사후에 시사회를 간단하게 하면서 여러 가지 지적을 받는데, 대체적으로 장애인 단체에서 하는 것도 굉장히 많은 배려를 함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불만이 많으십니다.
◇ 이재윤> 그래요? 의견을 듣고 만들었는데요?
◆ 김헌식> 장애인 현실을 너무 많이 안 그렸다. 이렇게 얘기를 하시거든요. 그런데 여기서 매체적 장르의 특징을 따져봐야 됩니다. 일단 많은 분들이 원하시는 것은 굉장히 현실을 좀 다 담아 달라 이러는 건데, 그건 다큐멘터리 영역이기도 하고. 장애 인식 개선을 하려면 많은 비장애인들이 보도록 만들어야 됩니다. 그래서 일단 우영우는 많은 비장애인들이 보도록 만들었고, 또 자폐 스펙트럼에 대해서 관심을 불러일으켰죠. 그런데 옛날과 달리 지금은 온라인에서 얼마든지 토론과 문제 지적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장을 만들어줬다는 점에서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라고 생각을 합니다.
◇ 이재윤> 약간의 판타지가 있을 수밖에 없다.
◆ 김헌식> 판타지라는 측면을 우리가 부정적으로만 바라볼 게 아니고, 판타지를 너무 허황되게 그린다고 하면 그건 가치가 없겠지만, 나름대로 장애인이 이랬으면 좋겠다. 예를 들면 자폐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이 변호사로서 활동했으면 좋겠다라는 것을 현실감 있게 보여준다고 그러면 그건 더 이상 판타지는 아닐 수가 있겠죠. 그리고 여기서 판타지라고 하는 이유가 이 자폐를 가진 주인공이 변호사로 활동하는 게 가능하냐라는데, 실제로 보도도 나왔습니다만 미국의 플로리다 주에서는 헤일리 모스라고 하는 실제 자폐스펙트럼 변호사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건 판타지가 아닌 것이죠. 그리고 이상적으로 어떤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것을 우리가 동의하느냐 안 하느냐가 저는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렇게 활동하는 게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그러면 우리 사회가 어떻게 바꿀 것이냐, 라는 데 초점을 맞춰줘야지, 이 드라마가 허황되다 문제가 있다. 이렇게 하게 되면 드라마의 사회적 기능은 어떤 의미를 가질지에 대해서 좀 의구심이 드는 것이죠.
◇ 이재윤> 드라마가 인기가 있다 보니까 패러디 영상도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패러디 영상 가운데는 자폐 장애를 가진 우영우를 흉내내서 장애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는 그런 내용도 있어서 네티즌들의 공분을 사고 있어요.
◆ 김헌식> 이제 가정에서 남편에게 식사를 이렇게 해주시는 분에게 스토리를 집어넣은 건데요. 예를 들면 '여보 식사하세요. 식사를 하지 않으면 저는 남편을 굶기는 아내가 되고, 그것은 내조의 실패가 되어 건강한 가정을 잃을 수 없습니다.' '밥은 마음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마음에 따라서 메뉴가 바뀝니다.' 이런 건데 원래는 이게 밥이 아니고 법입니다. '법은 마음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 이재윤> 대사를 비튼 것이군요.
◆ 김헌식> 사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잘못 사용되고 있는 단어 중에 하나가 패러디입니다. 원래 패러디는 정치권력이나 힘 있는 기득권 세력에 대해서 약간 웃음을 주면서 우회적으로 비판하면서 본질적인 의미를 드러내는 거거든요. 단순히 유명한 그런 문장이라든지 말을 따오는 것은 그냥 모방입니다. 이 경우에는 패러디라고 지칭하기에는 사회적 의미나 또 실제로 이상한 변호사가 우영우에서 얘기하는 그런 맥락들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그냥 '숟가락을 얹었다'라는 생각이 들고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패러디라는 것을 정확하게 맥락에 맞게 하는 것이 저는 중요하다고 봅니다.
◇ 이재윤> 지금 사회적 소수자를 주연으로 내세우는 흐름에 반발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몇몇 사람들은 '사회적 올바름'이라고 하죠. PC, 이 PC를 내세워서 '작품에 PC 묻었다'라고 하는 비아냥섞인 조롱도 하고 있는데, 이런 비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 김헌식> 사회적 소수자를 내세우는 흐름에 대해서 반발하는 목소리는 두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나는 사회적 소수자들이 주연하는 것 자체에 대해서 못마땅하게 생각을 하는 거죠. 일종의 백래시 효과인데, 그래서 장애인 주인공이 나오는 것에 대해서 이제 불편해 하는 현상이 있을 수 있고. 다른 하나는 현실은 장애인들이 주인공이 아닌데 왜 주인공인 것처럼 그리느냐, 그렇게 하다 보면 결국에는 장애의 현실을 좀 간과하게 된다. 이런 두 가지 입장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충분히 이런 비판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을 하고요. 다만 사실 비판 때문에 지금 현재 장애인 주인공이 대중 드라마에까지 지연으로 왔습니다. 제가 2004년에 처음에 장애인 방송을 할 때만 해도 장애인 주인공은 영화에도 거의 없었고요. 드라마에는 아예 찾아볼 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어쨌든 이런 비판이 있는 와중에도 흐름은 계속 장애인들이 대중문화의 중심으로 왔고요. 또 실제로 장애인들을 왜 창작단들이 안 달았냐면 돈이 안 된다는 겁니다. 장사가 안 된다고, 대중적으로 흥행으로 안 된다고. 그렇지만 이 우영우 캐릭터를 보게 되면 비장애인의 어떤 통합적인 관점에서, 그러니까 소신 있고 순수한 주인공이 역경을 헤쳐나간다고 하는 그런 통합적인 부분을 강조하니까 결국 다 볼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런 점들이 굉장히 소중한 수확이라고 생각합니다.
◇ 이재윤>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에 기여를 했다라고 평가를 해 주셨는데요. 어쨌든 이 드라마를 통해서 우리 장애인을 대하는 사회적 인식도 많이 변화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를 해보겠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도록 하겠습니다. 말씀 잘 들었습니다.
◆ 김헌식> 네 감사합니다.
◇ 이재윤> 김헌식 문화평론가였습니다.
YTN 이은지 (yinzhi@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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