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 협상 관건은 '손배소'..파업 손해 책임은 누가
"실익 없는데도 소송, 본보기 보여주겠다는 뜻"
'소송 제한' 법안도 진전 없어..사회적 논의해야
임금 문제에서는 노사가 합의점을 찾았지만, 회사가 입은 손해를 노동자들이 물어내야 하느냐를 놓고 양측 갈등이 커지고 있습니다.
박민규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아직 손해배상 소송이 제기가 된 건 아닌데, 예고된 상태인 거죠?
[기자]
만약에 노사가 협상 타결하면서 서로 법적 책임 안 묻겠다 이렇게 합의가 되면 문제가 없는데 지금 이게 안 되고 있습니다.
특히 하청업체들뿐 아니라 원청인 대우조선해양도 민사소송 내겠다는 입장이거든요.
지금까지 파업으로 7000억 정도 손해를 봤다고 주장을 하니까 소송 낸다면 규모는 적어도 수십억 정도로 예상이 됩니다.
[앵커]
그러니까 방금 이가혁 기자 리포트 보면 작년 연봉이 3400만 원인 노동자들한테 7000억 원을 물어내라고 할 수는 없는 거일 텐데 그래서 이제 손배소 목적이 다른 데 있는 거 아니냐, 이런 얘기들이 나오고 있는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연봉이 얼마나 되던지 사실상 받아내기는 어려운 금액인 게 분명해 보입니다.
그러다 보니까 사실 이런 소송은 파업 철회 또 노조 압박 수단으로 쓰여온 겁니다.
한진중공업이나 현대자동차, 유성기업, 쌍용자동차 이런 여러 사례가 있는데 물어내라고 한 돈, 많게는 수백억에 달했습니다.
승소해도 실제 받기 어렵고 기업 입장에서 실익이 없습니다.
오히려 소송 비용이 더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기업이 이런 방식을 고집하는 건 '법대로 해서 본보기를 보여주겠다는 뜻도 담긴 거다', 관련 소송 담당해 온 변호사들은 입을 모읍니다.
[앵커]
그러니까 노동자들 입장에서는 수십억, 수백억 소송 자체로 위축이 될 수밖에 없을 텐데 그동안 법원의 판단은 그럼 어땠습니까?
[기자]
2003년에 숨진 두산중공업 배달호 노동자를 비롯해서 소송당한 뒤에 고통을 겪다가 극단 선택한 노동자도 여럿입니다.
그만큼 부담스럽고 힘든 일이라는 건데 정당한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은 낼 수가 없다, 이건 법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그런데 정당성을 인정받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법원은 대체로 일관되게 기업 손을 들어주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은 30년 정도를 거슬러 올라가야 되는데요.
1990년대 초 노동부 장관이 "손해배상 소송 적극 유도하라", 이런 지침 내린 적이 있습니다.
그다음에 기업이 청구한 손배소 금액을 전부 인정한 대법원 판결이 있습니다.
이게 선례가 돼서 뒤에 나온 판결들도 다 따라가고 있거든요.
전문가들은 법원이 파업 '정당성'을 너무 좁게 보고 있고 이게 시대 흐름에도 맞지 않는다고 비판을 합니다. 들어보시죠.
[조경배/순천향대 법학과 교수 : 전 세계적으로도 회사가 노동조합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하는 것은 1900년대 초에 끝났어요. (우리나라는) 노동3권을 무력화시키는 현상이 아직도 지속되고 있다는 거예요.]
[앵커]
그러니까 보면 국제기준도 그렇고 우리도 앞으로 좀 달라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기자]
이미 5년 전에 국제노동기구 ILO와 UN 사회권위원회 같은 국제기구들이 우리나라에 권고를 했습니다.
손배, 가압류 이게 남용되고 있으니까 이 문제를 해결하라고 한 거고요.
이런 소송들 제한하자는 법안도 20대, 21대 국회에서 발의는 됐지만 계속 논의는 안 됐습니다.
노동자 압박, 노조 파괴 목적으로 악용되는 이런 손배소 막기 위해서 지금이라도 법 개정을 비롯한 사회적 논의 시작해야 합니다.
Copyright © JTBC.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소득세 누가 얼마나 깎이나?…연봉 7800이면 54만원 줄어
- 홍준표의 작심 발언 "꼴사나운 윤핵관들 행태 경고하라"
- "아파트 품격 위해 화물차는 뒤에 주차를" 황당 쪽지 받은 운전자
- 우영우·손흥민·손석구가 한 자리에? 의정부고 졸업사진 올해는 어땠나
- [영상] "고생했다" 손님이 건넨 음료에 수면제가…1700만원 털린 택시기사
- [단독] 명태균 "국가산단 필요하다고 하라…사모한테 부탁하기 위한 것" | JTBC뉴스
- 투표함에 잇단 방화 '충격'…미 대선 앞두고 벌어지는 일 | JTBC뉴스
- 기아의 완벽한 '결말'…우승에 취한 밤, 감독도 '삐끼삐끼' | JTBC뉴스
- "마음 아파도 매년 올 거예요"…참사 현장 찾은 추모객들 | JTBC뉴스
- 뉴스에서만 보던 일이…금 20돈 발견한 경비원이 한 행동 | JTBC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