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K] 전통공예 멋에 빠진 사람들.."나도 예술가"
[KBS 전주] [앵커]
문화K 시간입니다.
코로나19로 혼자 있는 시간이 늘면서 자신만의 여가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죠.
오늘은 전통공예 매력에 빠져, 아마추어 작가로 인생 2막을 열고 있는 이들을, 이수진 기자가 만나고 왔습니다.
[리포트]
["(다시 한 번, 길이가 어때요? 길어지죠? 입술 있는 정도까지... 이렇게 하시면...) 네."]
인형 뼈대를 이리저리 구부려 가며 모양새를 잡는 수업이 한창입니다.
살아 움직이는 듯한 몸짓과 표정을 얻기 위해 수백, 수천 번 종이를 찢어 이어붙이고, 철사의 모양새를 가다듬는 작업이 지루한 듯 이어지지만, 수강생들은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입을 모읍니다.
[김난기/닥종이 인형공예 수강생 :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거예요. 그러면 행복한 거잖아요. 우리 전통적인 것은 정말 통하는 부분이 있구나, 우리 마음을 굉장히 평안하게 해주는구나..."]
일상에 치여 꿈을 일구기 어려웠던 이들은 작가로서 또 다른 도전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조인정/닥종이 인형공예 수강생 : "저와 같이 힘든 역경을 걸어가시는 분들께 힘이 되어 드리고 싶고 자기의 갈 길을 아직 찾지 못한 분들께도 우리나라의 이런 한지 공예를 많이 전파해서..."]
각양 각색의 전통 매듭을 만드는 손길이 분주합니다.
["모양을 꽃 봉오리 부분이 되도록 잘 조여 주시면 돼요, 한 줄씩 한 줄씩 따라 가기 때문에..."]
복잡해 보이는 매듭을 술술 엮어 나가는 강사의 손짓을 놓칠세라 수강생들은 온 신경을 집중합니다.
작은 매듭 하나 짓는데도 땀을 뻘뻘 흘리는 초보 수강생들이지만, 완성한 뒤 오는 성취감은 말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임수아/전통매듭 교육 수강생 : "잡생각이 다 날아가요. 여기 집중하면서 딴생각이 다 날아가니까 되게 치유가 돼요. 그리고 재밌어요."]
그림을 그리는 김광숙 씨, 매듭이 주는 조화로운 멋에 빠져 느즈막이 배움을 시작했습니다.
다른 공예와 접목했을 때 어울림의 멋이 남다르고, 새로운 창작품으로 가치가 한층 높아진다며 매듭 예찬론자가 됐습니다.
[김광숙/전통매듭 교육 수강생 : "우리 전통 매듭은 이렇게 끈 하나로 이 모양을 만드는 거예요. 여기 이 작은 꽃이 완성됐는데 끈 한 줄로 만드는 거거든요, 여러 줄로 만드는게 아니고. 여기 어떤 단순함의 미학이 들어있어요."]
전주 비빔밥과 진달래 화전이 색색의 보자기로 한 상 차려졌습니다.
다채로운 색과 질감을 지닌 보자기에 정성스레 포장된 예단.
딸을 시집보내는 부모의 애틋한 마음까지 오롯이 담겼습니다.
물건을 감싸는 것에 지나지 않던 보자기가 작가 손길을 거쳐 예술작품이 됐습니다.
전통의 아름다움에 친환경적인 요소까지 덧입으면서 보자기에 대한 시선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최선화/한국보자기아트협회 전북지회장 : "보자기가 전통적인 소재라는 생각을 하셨던 분들, 연세가 있는 분들이 예전에 찾아주셨다면, 요즘에는 전통의 아름다움을 알게 된 젊은 층에서도 많이 관심을 갖고 찾아주시는 게..."]
꽃꽂이 예술가 김연지 씨는 이 수업을 듣고 난 뒤부터 꽃과 화분을 보자기로 포장합니다.
포장 비용은 비닐 포장보다 1.5배가량 더 들지만, 꽃의 아름다움과 가치가 배가 되고, 더 환경적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김연지/보자기 공예 수강생 : "종이도 어느 정도 한정적이고 그런데 그때 눈에 들어온 게 보자기였고요. 과대 포장만 아니라면 충분히 꽃을 돋보이게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우리 전통 문화인 보자기도 같이 할 수 있겠다 생각해서..."]
취미 삼아 보자기 공예를 배운 이솔이 씨도, 보자기 공예 관련 자격증을 모두 땄습니다.
최근엔 가업인 방짜유기 기술과 보자기 공예를 접목해 가업의 가치를 확장하고, 자신만의 새로운 창업도 해볼 생각입니다.
[이솔이/보자기 공예 수강생 : "(보자기 포장할 때) 노리개가 흔히들 옥 노리개라든지 그런 것들로 하는데 저는 그 장식을 방짜유기로 해보면 어떨까 그런 생각을 많이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제작도 한 번 해보려고 하고 있어요."]
코로나19가 불러온 언택트 시대, 손끝에서 배어 나오는 전통 공예의 예술적인 멋과 너른 쓰임새가 주는 매력에 빠진 취미 부자들이 우리 전통공예의 지평을 넓히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수진입니다.
이수진 기자 (elpis1004@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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