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의 북 비핵화 '담대한 계획', 남·북·미 연락사무소 추진..현실성 있나

유신모 기자 simon@kyunghyang.com;심진용 기자 2022. 7. 21.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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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으로부터 부처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외교부는 21일 대통령실 업무보고에서 주요 국가와의 관계발전 추진 전략과 북한 핵문제 등 당면 현안에 대한 정책과 업무추진 계획에 대해 보고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석열 정부의 국정비전과 외교분야 국정과제 등에 맞춰 미국·일본·중국 등 주요국 관계, 북한 비핵화 문제, 경제안보, 원전 및 방산외교,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 등 7대 핵심업무 추진 계획을 선정해 윤 대통령에게 설명했다.

이날 업무보고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은 북한 비핵화를 위한 ‘담대한 계획’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북한 비핵화에 실질적 진전이 있을 경우 국제사회와 협력해 북한 주민의 삶을 개선하도록 지원하는 정책을 추진한다는 것이 골자다. 북한이 비핵화의 길로 들어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압박과 함께 유화정책을 병행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한 북한 비핵화는 물론 북한 인권 상황 개선을 위한 국제 협력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이를 “유연하되 원칙과 일관성을 유지하는 정책”이라고 표현했다.

이 같은 계획은 이명박 정부 시절 결과 없이 구호로 끝난 ‘비핵·개방 3000’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 고위당국자는 “‘비핵·개방·3000’의 경험이 있는 분들이 지금도 작업에 동참하고 있기 때문에 그때 상황이 새로운 로드맵을 만들고 구상하는 데 교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또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남·북·미 연락사무소 설치 등을 추진키로 했다. 남·북·미가 북핵 문제와 관계 정상화 등의 한반도 현안에 대해 상시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채널을 구축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한반도 현안에 대한 상설 논의기구 설치는 현 정세와 북·미의 태도 등을 감안할 때 현실성이 없어 보인다. 연락사무소란 외교관계 수립 전에 상대국의 수도에 대표부를 설치하는 것이어서 ‘남·북·미 3자의 연락사무소’는 개념적으로나 외교적으로 타당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외교부는 이날 미·중·일·러 등 이른바 ‘한반도 주변 4강국’과의 외교 과제를 ‘자유민주주의 가치와 공동이익에 기반한 동아시아 외교 전개’로 규정하고, 자유·민주·인권·법치의 ‘보편가치 국제 연대’를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과의 ‘포괄적 전략동맹 강화’에 대한 중국의 반작용을 의식해 중국과 외교장관·차관·안보실장 채널의 고위급 채널을 통한 소통을 강화할 것임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박 장관이 다음달 중국을 방문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보고 뒤 브리핑에서 “보건의료·환경 등 한·중이 함께 풀어나가야 할 사안이 많다”면서 소통과 협력 강화를 강조했다. 박 장관은 또 공급망 변화와 관련, “특정국가 배제가 아니라 국익 확대 과정에서 검토해야할 사안”이라며 “중국이 오해하지 않도록 적극적인 외교를 주문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도 “중국이 오해하지 않도록 사전에 설명을 잘하고 그런 부분이 있으면 그걸 풀어갈 수 있도록 적극적 외교를 하라”고 주문했다고 박 장관은 전했다.

외교부는 최근 박 장관의 일본 방문 결과와 한·일 관계 진전 방안에 대해서도 비중있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장관은 “강제징용 배상 등의 주요 현안에 대해 합리적 해결이 필요하다”면서 “이번 일본 방문에서 우리 입장을 일본 측에 설명했으며 일본에 성의있는 호응 조치를 취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날 보고에서는 경제안보 분야도 비중있게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신경제질서 구축에 주도적으로 참여한다는 원칙 하에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협상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주요20개국(G20) 등 다자 기반의 국제 현안 및 규범 논의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또 외교부는 연내 한국의 독자적 인도태평양 전략을 수립해 지역협력 수준의 기존 지역 전략들을 거시적 틀에서 관리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유신모 기자 simon@kyunghyang.com,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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