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홍수에 팔짱 끼고 생존"..50년 전 '시루섬의 기적' 재연
[앵커]
50년 전 충북 단양에서는 한 섬마을 전체가 물에 잠기는 대홍수가 발생했는데요.
당시 주민 2백여 명이 거센 물살을 피해 대형 물탱크 위에 올라가 10시간 이상을 견디면서 목숨을 건지는 일이 있었습니다.
기적과도 같았던 당시 상황을 재연하고 의미를 되새기는 행사가 열렸습니다.
조진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운동복 차림의 중학생들이 하나 둘 원형 구조물 위에 올라섭니다.
행여 떨어질세라 더욱 촘촘히 간격을 좁히고, 서로 팔짱까지 낍니다.
지름 5미터, 넓이 20제곱미터도 안 되는 구조물 위에 오른 학생은 모두 197명.
누구하나 떨어지지 않도록 한마음으로 뭉쳤습니다.
50년 전, 단양 대홍수 당시 주민 2백여 명이 물탱크 위에 올라 살아남은 '시루섬의 기적' 재연 행사입니다.
[김현경/충북 단양중학교 3학년 : "어떻게 14시간을 버텼을까 생각을 해봤는데 저라면 못 버텼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정말 대단하지 않았나."]
1972년, 태풍 '베티'의 여파로 마을 전체가 물에 잠긴 충북 단양 증도리.
당시 시루섬에 고립된 주민들은 지름 5m, 높이 6m의 물탱크에 올라 밤새 사투를 벌였습니다.
[김은자/충북 단양 대홍수 생존자 : "아수라장이었어요. 그냥 하룻밤 어떻게든 시간만 가기를 기다린 거죠. 물이 줄어들 때까지만…."]
단단히 팔짱을 끼고 밀착하는 사이 품에 안긴 갓난아기가 숨졌지만, 아이 엄마는 더 큰 사고가 날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서로 의지하고 안심시키며 위기를 넘겼던 주민들은 이번 재연 행사에 감회가 새롭습니다.
[노진국/충북 단양 대홍수 생존자 : "(안쪽에 선 사람들이) 물 줄어드냐고 물어보니 물 늘어난다고 할 수도 없고, '글쎄 늘지도 않고 그러는 것 같아요.' 이제 그런 식으로 대답을 했었죠."]
'시루섬의 기적' 재연 행사에 이어, 다음 달 19일엔 반세기 만에 대홍수 생존자 50여 명이 만나는 기념행사가 열릴 예정입니다.
KBS 뉴스 조진영입니다.
촬영기자:윤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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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영 기자 (1234@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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