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판결 또 취소.. 대법과 갈등 격화 우려

박미영 2022. 7. 21.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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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800억원대 세금'을 둘러싼 기업들의 소송 사건에 대한 재판을 취소하라고 결정했다.

앞서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실은 두 번째 재판 취소 결정 이후 법원행정처에 검토 의견을 요구했고, 행정처는 이에 대한 답변서에서 "헌재가 법률의 해석지침을 제시하고, 법원이 이를 따르도록 요구한다면 헌법이 선언한 사법권의 독립, 대법원의 최고법원성을 모두 부인하는 것"이라며 "헌재는 제4의 국가기관일 뿐 최고법원이 아니며, 대법원과 헌재가 상호 독립적이고 동등한 지위에 있는 제도 아래서는 어느 한쪽이 다른 쪽의 권한행사를 통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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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칼텍스 등 재심 기각 취소 헌소
지난 6월 30일 이어 3주 만에 또 결정
대법원측 "헌재 법률해석 기속 땐
상호 동등 사법제도 변질되는 것"

헌법재판소가 ‘800억원대 세금’을 둘러싼 기업들의 소송 사건에 대한 재판을 취소하라고 결정했다. 헌재가 법원의 재판을 취소한 것은 사상 세 번째다. 대법원 측은 이날 국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대법원이 헌재의 법률해석에 기속되면 헌법이 설정한 사법제도가 변질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최고 사법기구 간 갈등이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21일 GS칼텍스와 AK리테일, KSS해운이 대법원의 재심청구 기각 판결을 취소해 달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취소 결정했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선고를 앞두고 자리에 앉고 있다. 연합뉴스
GS칼텍스는 2004년 707억원의 법인세 부과 처분을 받았다. 상장 기간 내 상장을 하지 않았거나 자산재평가를 취소한 경우 법인세를 다시 계산해 부과하도록 한 옛 조세감면규제법 부칙 23조에 따른 조치다. GS칼텍스는 “부칙 23조는 1993년 법 개정으로 이미 실효됐다”며 법인세 부과취소소송을 내고 헌재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법인세 부과취소소송은 GS칼텍스 측의 패소가 확정됐다. 하지만 헌재는 헌법소원 사건에서 부칙 23조에 대해 ‘한정위헌’ 결정을 내렸다. 법이 개정됐는데도 실효된 개정 이전의 부칙을 유효하다고 해석한다면 일종의 입법행위가 돼 권력분립 원칙을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GS칼텍스는 이를 근거로 재심청구를 했지만 법원은 기각했고 2013년 재심청구 기각 판결을 취소해 달라는 헌법소원 심판을 다시 청구했다. 각각 104억원, 65억원의 법인세 부과처분을 받은 AK리테일과 KSS해운도 GS칼텍스와 같은 취지로 재심 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헌법소원을 냈다.

앞서 헌재는 지난달 30일 두 번째 재판 취소 결정을 했다. 1997년 이후 25년 만이었다. 당시 두 번째 취소 결정이 나오자 대법원은 “한정위헌 결정은 법원을 기속할 수 없고 재심 사유가 될 수 없다”며 “대법원을 최종심으로 하는 심급제도를 사실상 무력화함으로써 국민이 대법원의 최종적인 판단을 받더라도 여전히 분쟁이 해결되지 못하는 상황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반발했다. 대법원은 이날 세 번째 재판 취소 결정에도 “이전에 발표한 대법원의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만 밝혔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대법원은 국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는 재판 취소 결정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앞서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실은 두 번째 재판 취소 결정 이후 법원행정처에 검토 의견을 요구했고, 행정처는 이에 대한 답변서에서 “헌재가 법률의 해석지침을 제시하고, 법원이 이를 따르도록 요구한다면 헌법이 선언한 사법권의 독립, 대법원의 최고법원성을 모두 부인하는 것”이라며 “헌재는 제4의 국가기관일 뿐 최고법원이 아니며, 대법원과 헌재가 상호 독립적이고 동등한 지위에 있는 제도 아래서는 어느 한쪽이 다른 쪽의 권한행사를 통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한정위헌 결정의 효력도 재차 부인했다. 행정처는 “헌법은 법률의 ‘위헌 여부’ 심판만을 헌재의 관장사항으로 정하고 있다”며 “법률 해석에 대해 대법원과 헌재 견해가 다를 때에도, 헌재는 위헌·헌법불합치 결정을 통해 법률을 실효시킬 수 있을 뿐이고, 한정위헌 결정을 이용해 법원의 구체적 법률해석·적용권한을 제한하거나 통제할 수 없다”고 했다.

박미영 기자 my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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