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앞에서 밥 그만 먹고 싶은데"..대학 청소노동자의 '눈물' [밀착취재]
곰팡이·매연 뒤덮인 지하주차장 휴게실 多
식사·세면·빨래 5평서 여러명이 함께 해결
연세대학교 서울캠퍼스에서 9년 넘게 청소노동자로 근무 중인 이윤진(67)씨는 자신의 담당 구역인 학생회관의 화장실 청소를 마치고 돌아온 휴게실에서 이같이 말하며 눈물을 닦아냈다. 원래는 파란색이었을 유니폼 상의는 이씨가 온몸에 흘린 땀으로 짙은 남색이 된 상태였다. 그는 “샤워실이 없어 화장실에서 대충 물만 묻히고 만다”며 “제가 여기 있던 근 10년 동안 매년 학교 측에 최소한의 시설 개선을 요구하지만, 언론에서 잠깐 조명되면 그때만 귀 기울여주는 척, 실상 달라진 부분은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대학 내 청소·경비노동자들의 여름 투쟁이 날이 갈수록 거세지는 모양새다. 대학 내에서 만난 노동자들은 ‘최소한의 인간적인 대우를 원한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이들은 치솟는 물가에도 낮은 월급과 열악한 학내 휴게실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실제 지난 20일과 21일 이틀에 걸쳐 연세대 신촌캠퍼스와 고려대 서울캠퍼스를 둘러본 결과 몇몇 휴게실을 제외하고는 노동자들이 지적한 대로 ‘인간적인 대우’와는 거리가 멀어보였다.
제3공학관 지하 2층에 위치한 휴게실은 매연으로 인한 찌든 때, 습한 지하주차장 공기로 인한 곰팡이로 뒤덮여있었다. 한 청소노동자는 “최근 학교에서 지하주차장에 있는 휴게실은 위치를 이동해 주겠다고 했다는데, 지금 건물 내 공간이 마땅치 않아 잘 모르겠다”며 “다른 건 모르겠고, 일 마치면 속옷까지 땀에 절어서 끈적거리는 몸 간단하게라도 씻게 작은 샤워실 하나만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법학관 신관 지하주차장 안쪽에도 샤워 시설이 있긴 했지만, 바로 옆 문에 ‘위험 출입금지’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샤워실 바로 옆에 오수를 처리하는 펌프장이 있는 것인데, 최근 덥고 습한 날씨에 악취는 물론 모기까지 출몰해 이 샤워실을 사용하는 이는 거의 없다고 한다.
이곳에서 13년 동안 근무했다는 한 청소 노동자는 “학교가 우리는 없어도 되는, 있으나 마나한 사람들로 생각하는 것 같다”며 “그러니 샤워실이라고 만들어준 게 저렇게 위험 표시가 붙은 곳 바로 옆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현재 연대와 고대를 포함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내 13개 대학 등 사업장들은 ‘원청’인 학교 측에 임금 인상과 샤워장 설치 등을 요구하며 지난 3월부터 학내 집회와 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이날도 연대에서는 학교 측에 책임을 묻는 청소·경비노동자들의 집회가 진행됐다. 캠퍼스 곳곳에는 ‘폭염에도 씻지 못하는 청소노동자’, ‘학교가 책임져라’ 등의 현수막들이 붙어있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3월 미화직 시급 400원, 경비직 420원 인상을 권고안으로 내놨으나 사측인 16개 용역업체가 이를 거부하자, 노조는 협상이 지지부진한 원인으로 원·하청 구조를 지적하며 결국 학교가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글·사진=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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