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에 방점 찍은 권성동, 文정부 겨냥 "민생고통의 주범"

김주영 2022. 7. 21.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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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대표로 첫 교섭단체 연설서 강조
'국민' 34번, '규제' 23번, '문재인' 16번
국정 방향 설명.. 前 정부 실정 맹비판
연금, "협치 넘어 사회적 대타협" 주문
노동, 주52시간 획일적 적용 문제삼아
교육, 교부금·교육감 직선제 변경 시사
"朴산업화·DJ정보화 이은 도약 준비를"
국회 공백 등엔 "책임 통감" 90도 사과

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1일 연금·노동·교육개혁을 “한국 사회의 해묵은 개혁과제”로 꼽으며 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석열정부 출범 후 여당으로서 처음으로 한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다. 약 1만5000자 분량의 연설문에서 권 직무대행은 ‘국민’(34번)에 이어 ‘규제’를 24번, ‘경제’를 21번, ‘개혁’을 20번 언급하는 등 상당 시간을 새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과 정책 비전 등을 설명하는 데 할애했다. 그는 또 문재인 전 대통령의 이름도 16차례나 거론하며 전임 정부와 그 실정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국정에 관한 교섭단체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권 직무대행은 이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연금개혁과 관련해 “이제 연금 문제는 세대 갈등을 넘어 미래를 위협하는 뇌관이 되고 말았다”며 “우선 여론을 형성하고 수렴할 수 있는 투명한 논의 기구부터 출범시켜야 한다. 여야의 협치를 넘어선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또 “4차 산업혁명의 대전환을 맞아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이 혁신 경쟁을 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라면서 노동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권 직무대행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한국의 노동시장 부문 국가경쟁력과 노동생산성이 평균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하며 주 52시간 근로제의 획일적 적용 등을 문제 삼았다. 그는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조 파업을 사례로 들면서 “강성노조의 불법행위를 엄단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어 권 직무대행은 대학교육 혁신과 교육교부금 산정 방식 개혁 등을 교육개혁 과제로 제시했다. 그는 특히 교육감 직선제와 관련해 “시·도지사와 러닝메이트로 선출하는 방식과 임명제까지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권 직무대행은 경제분야 정책 대전환도 시사했다. 그는 “문재인정부 5년 내내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았다”며 “‘오늘만 산다’ 식의 근시안적 정책, 국민을 갈라치는 분열적 정책이 바로 민생고통의 주범”이라고 질타한 뒤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이 ‘정부 주도’였다면 윤석열 정부는 ‘민간 주도’다. 이것은 본질적 전환”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과감한 규제개혁과 세제개혁”을 거론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마치고 동료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권 직무대행은 “급증한 공무원 규모는 미래세대에게 큰 부담이다. 이제는 결단해야 한다”거나 “공공기관 구조조정 역시 미룰 수 없다”는 말로 공공분야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그는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선 “문재인정부는 5년 내내 수요 억제, 공급 무시로 일관했고 더불어민주당의 ‘임대차 3법’ 같은 졸속입법과 맞물려 국민은 주거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며 “문재인정부가 걷어찬 ‘주거 사다리’, 국민의힘이 반드시 되찾아오겠다”고 다짐했다. 전임 정부의 코로나19 방역을 “비과학적, ‘국민 얼차려’ 방역”이라고 꼬집으며 “저희는 정치방역을 하지 않겠다”고도 공언했다. 권 직무대행은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직격하는가 하면,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 등 일명 ‘알박기 인사’들의 자진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아울러 권 직무대행은 2019년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과 2020년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북한의 핵무장 능력 강화 등을 언급하며 문재인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무능”이라고 혹평했다. 그는 민주당을 향해서는 “북한 ‘정권’보다, 북한 ‘인권’이 먼저”라며 북한인권재단 이사 명단을 조속히 국회에 제출해달라고 촉구했다. 이날 권 직무대행은 연설 초반부에 그간의 당 내홍과 국회 원구성 표류 상황 등에 대해 “집권여당 원내대표로서 무한책임을 통감한다”며 허리를 90도로 숙여 사과했다. 그는 말미에는 “‘박정희 대통령의 산업화’와 ‘김대중 대통령의 정보화’에 이어 대한민국의 세번째 도약을 준비해야 한다”며 협치를 거듭 역설하기도 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98회 국회(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마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기립박수를 치고있다. 뉴시스
권 직무대행이 연설을 마치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전원 기립 박수를 쳤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그대로 앉아 있거나 자리를 비워 대조를 이뤘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권 직무대행의 연설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여전히 남 탓을 하는 것인지 심히 걱정스럽다”며 “국민이 원하는 통 큰 모습, 민심에 귀를 기울이며 성과로 입증하는 유능함을 보여 달라”고 쏘아붙였다. 당권 도전을 선언한 이재명 의원 역시 “더 나은 국가, 더 나은 국민의 삶을 위해 정치가 미래로 가야 한다”며 “자신의 무능함을 남 탓으로 돌리는, 아주 민망한 장면이었다”고 일갈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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