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끊겼던 한일 정상 '셔틀외교' 복원 추진.. "신뢰 회복"
강제동원 등 "과거사 문제 합리적 해결" 도모.. 日 '호응' 기대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정부가 한일 정상 간 '셔틀외교' 복원을 본격 추진한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21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업무 추진계획 보고에서 대일(對日) 정책 방향에 대해 "한일 간 상호 신뢰 회복과 이를 토대로 현안의 조속한 해법 마련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와 관련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외교부는 진정한 한일관계 발전을 위해 지난 10년 이상 단절돼온 정상급 셔틀외교 복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힌일 정상 간 '셔틀외교'는 양국 정상이 수시로 상대국을 오가며 현안에 대한 소통을 확대하자는 취지로 지난 2004년 노무현 당시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 간 합의 따라 시작됐다.
그러나 당시 '셔틀외교'는 고이즈미 당시 총리가 '일본 군국주의 상징' 야스쿠니(靖国) 신사를 참배하면서 1년 만에 중단됐다.
이후 한일 정상 간 셔틀외교는 2008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 취임 이후 재개됐다가 2011년 12월 일본 교토(京都)에서 진행된 이 대통령과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 간 회담을 끝으로 아예 끊기고 말았다.
심지어 2020년 9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사임 이후 일본 총리가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로 바뀐 지난 2년 간은 한일정상 간의 양자회담 자체가 열리지 않기도 했다.
이는 2018년 10월 일본 전범기업들에 대한 우리 대법원의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배상 판결에 일본 측이 "국제법 위반"이라고 주장하며 이듬해 6월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조치를 발동하는 등 양국관계가 악화돼온 상황과도 관련이 있다.
이런 가운데 박 장관은 지난 18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외무상과의 회담을 통해 강제동원 피해배상 문제의 '조속한 해결'에 공감하는 등 그간 중단됐던 양국 고위급 교류 재개의 '물꼬'를 텄다.
박 장관은 이날 윤 대통령에 대한 업무보고에서도 18~20일 사흘 간 진행된 이번 일본 방문 결과를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장관은 정상 간 셔틀외교 복원과 더불어 Δ역사 직시와 미래지향적 파트너십 구축 Δ과거사 문제의 합리적 해결 등을 구체적인 한일관계 발전방향으로 제시했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과거사 문제의 합리적 해결'은 "최대한 많은 당사자들의 공감과 수용을 받아내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2015년 한일위안부합의가 이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형해화된 현실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박 장관은 앞서 방일 과정에서 2015년 당시 일본 외무상으로서 위안부합의를 이끌어낸 기시다 총리에게 '위안부합의는 양국 간 공식 합의로서 존중돼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우리 정부는 현재 한일 간 최대 갈등현안으로 자리잡은 강제동원 피해배상 문제에 관한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피해자 측과 각계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민관협의회를 가동 중이다.
외교부는 일본 측 또한 한일관계 개선 필요성 자체에 대해선 공감하고 있는 만큼, 우리 측의 이 같은 노력에 결국 '호응'해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당국자는 "고위·실무급 소통을 가속화하면서 한일 양국 간 당면 현안을 합리적으로 조속히 해결하고, 동시에 상호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가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외교부는 이르면 내달 초 강제동원 피해배상 관련 민관협의회 3차 회의를 개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내달 15일 제77주년 광복절을 앞두고 있음을 들어 "8월 초·중순쯤엔 다음 회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8월은 한일관계에서도 중요한 달이기 때문에 협의회에서 수렴한 의견을 바탕으로 정부가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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