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조합원 면책요구에 협상 난항..사측 "법적 책임 끝까지 물어야"

김강한 기자 2022. 7. 21. 18:2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하청지회의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독(dock·배를 만드는 작업장) 불법 점거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노사 간 대화에서 하청지회가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에 일부 노조 집행부에게만 법적 책임을 물어달라고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사태로 대우조선해양은 매출 손실 5700억원 포함, 7100억원이 넘는 피해를 보고 있지만 파업에 가담한 조합원 대다수를 면책해달라는 얘기다. 또 하청지회는 협력업체를 상대로는 일체의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다는 부제소합의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오후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경찰이 유최안 대우조선해양 하청지회 부지회장 등이 점거 중인 1도크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뉴스1

이에 대해 이번 사태로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는 협력업체 대표들이 반발하면서 협상은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조선 업계 관계자는 “노조 요구대로 일부 조합원에게만 소송을 제기하고 나머지 가담자들을 봐준다면 나중에 같은 방식으로 파업을 하고 이번 선례를 근거로 부제소합의를 요구하지 않겠느냐”면서 “이번 파업으로 존폐 기로에 놓인 협력업체 대표들도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협상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하청지회 “일부에게만 법적 책임 물어라”

당초 임금 30% 인상을 요구하며 불법 점거에 들어갔던 하청지회가 지난 16일 시작된 협력회사협의회와의 협상 과정에서 임금 4.5% 인상으로 사측과 합의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양측은 불법 파업에 대한 책임 범위를 놓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하청지회는 대우조선해양에 “일부 노조 집행부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은 받겠지만 파업에 참여한 노조원 100여 명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은 철회해 달라”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50일째 이어지고 있는 이번 불법 파업에는 협력업체 근로자 총 1만1000여 명 가운데 120여 명이 가담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하청지회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조선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발생한 손실이 7000억원을 넘는 상황에서 하청지회의 요구를 받아준다면 대우조선해양 경영진은 주주들로부터 배임으로 소송을 당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은 1독을 불법 점거하고 있는 조합원을 업무방해로 이미 고소한 상태다.

협력업체 대표들도 하청지회의 부제소합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20일 밤 열린 긴급 브리핑에서 권수오 대우조선해양 협력사 대표는 “회사 차원에서 사규에 의한 처리 없이, 소 제기도 하지 않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협력사 대표들의 의견이 있다”며 “파업과 관련해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조항에 합의된 것은 전혀 없다”고 했다. 하청지회 조합원이 최소 1명 이상 포함된 협력업체는 22곳인데 상대적으로 피해가 큰 업체들을 중심으로 법적 책임을 끝까지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반 직원들도 파업 가담자에 강경한 태도

하청지회의 부제소합의 제안에 대해 비(非)조합원인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 또한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한 협력업체 관계자는 “하청지회 조합원들이 출근하는 비노조원인 동료 근로자들을 작업장에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과정에서 심한 몸싸움을 했다”면서 “조업을 못 해 다른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수입도 쪼그라들었는데, 이들이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다시 회사로 돌아와서 같이 일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21일 오전 협상을 마치고 나온 윤장혁 금속노조 위원장은 “노조가 거의 다 양보한 상태에서 손해배상 문제마저도 이렇게 나온다면 선택의 여지가 없다”며 “공권력이 들어오는 것과 관계없이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는 정권을 상대로 싸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형수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 거제·통영·고성 하청지회장도 “하청업체 손해배상 문제가 갑자기 대두되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며 “손해배상은 결국 노동조합과 노조원 개개인의 삶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