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하청 파업 '손배소' 줄다리기..경찰 추가 배치 '긴장'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권기정 기자 kwon@kyunghyang.com;김정훈 기자 jhkim@kyunghyang.com;조해람 기자 2022. 7. 21.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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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에서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와 하청지회가 비공개 협상을 하고 있다./문재원 기자

파업 50일째를 맞는 대우조선해양 사내하청 노사의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파업으로 인한 손해배상 및 형사상 책임 문제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해양 1독(dock·배를 만드는 작업장)에는 에어매트 등 안전장비가 설치됐고, 경찰병력이 투입되는 등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노사는 전날인 20일 교섭에서 기존 요구안인 ‘임금 30% 인상’을 양보하고 사측의 ‘4.5% 인상’을 사실상 수용했다. 그러면서 노조 집행부 5명을 제외한 조합원들에게 파업으로 인한 민·형사상 면책을 요구했다. 하지만 사측은 ‘민·형사 면책은 개별업체와 협의한다’는 안을 고수하면서 협상은 결렬됐다. 대우조선해양에 더해 하청업체마다 하청노동자들을 상대로 손배소를 제기하겠다는 뜻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달 초 조선하청지회 조합원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하고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예고한 바 있다. 파업 시작 이후 현재까지 약 7000억원, 하루 320억원의 손실로 추정하고 있다.

노사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가운데 조선소 주변으로 경찰력이 계속해서 투입되면서 긴장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파업 50일째인 21일 노동자들이 농성 중인 1도크 앞에 소방 에어매트가 설치되고 있다. 조해람 기자

경남경찰청은 21일 부산경찰청 기동대 4개 중대와 울산경찰청 기동대 2개 중대를 조선소에 추가 투입했다. 경남경찰청 기동대 4개 중대를 포함해 10개 중대로 늘었다.

경찰 관계자는 “구체적인 경력 지원 요청은 상황은 말할 수 없으며 위험요소를 줄이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며 “언제든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투입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공권력 투입 시기에 대해서는 “21일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소방청은 이날 오후 독 밑바닥과 원유운반선 사이의 깊이 5~10m 공간에 대형 에어매트를 설치하고 시설물 정밀 안전진단을 벌였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에어메트 설치 연습이라고 밝혔지만, 하청노동자들이 농성 중인 원유운반선 내부로 쉽게 진입하기 위한 연습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도 21일 새벽 노조를 찾아 ‘오늘이 마지막 기한이며, 오늘이 지나면 해줄 게 없다’고 말하며 공권력 행사를 시사했다.

유최안 대우조선해양 하청지회 부지부장이 21일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1도크 하청 노조 농성장에 놓인 철제 구조물 속에 있다. /문재원 기자

공권력 투입시 1독 앞을 지키고 있는 100여명의 조합원들과 충돌이 우려된다. 또 고공농성 중인 조합원을 연행하려면 사다리를 통해 올라가야 하는데 비좁고 가파른 철제 계단이어서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원유운반선 바닥에는 ‘철제 감옥’을 만들어 스스로를 가둔 유최한 부지회장이 유서와 시너가 든 통을 갖고 구조물로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공권력 투입 초읽기 상황이 벌어지면서 민주노총 중앙 지도부는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중집)는 이날 오후 2시30분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서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할 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문제해결의 열쇠를 쥔 산업은행과 정부가 책임있게 나서는 것”이라며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공권력 투입을 준비하는 것은 절박한 생존 위기에 몰린 노동자들을 적대하고 생존권을 짓밟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산업은행은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의 지분 55.7%를 보유한 대주주다.

20일 오후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정문 인근에서 열린 금속노조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참석자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민주노총은 전날 노사의 교섭이 교착상태에 접어들자 서울에서 열기로 했던 중집 회의 장소를 거제 조선소 앞으로 변경했다. 파업 중인 하청노동자들과 연대하면서, 연일 공권력 투입을 시사하는 정부에 경고하는 뜻도 담은 것이다.

윤장혁 금속노조 위원장은 투쟁상황 보고에서 “그간 교섭에서 협력사들이 민형사 소 제기않겠다고 교섭과정에서 분명히 말했는데 어제 태도를 돌변해 판을 엎었다”며 “노조가 대폭 양보했는데 이게 왜 진행이 안 됐는지,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박진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이 21일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1도크 하청 노조 농성장을 방문해 김형수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 지회장과 대화하고 있다./문재원 기자

박진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은 이날 1독을 방문해 김형수 조선하청지회 지회장과 30일째 0.3평 공간에서 옥쇄농성 중인 유 부지회장과 면담을 가졌다.

박 사무총장은 “유 부지회장의 몸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아 크게 염려된다”며 “어떠한 물리적 충돌도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원청업체를 만나 더 이야기를 들어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대우조선 원청 노조인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는 협력업체 노동자 파업을 지지하는 금속노조 탈퇴를 결정하는 찬반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조합원 총회 투표는 21일부터 22일 오후 1시까지 진행된다. 개표 결과는 22일 오후 늦게 나올 것으로 보인다.

박진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이 21일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1도크 하청 노조 농성장을 방문해 유최안 대우조선해양 하청지회 부지부장과 대화하고 있다./문재원 기자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권기정 기자 kwon@kyunghyang.com, 김정훈 기자 jhkim@kyunghyang.com,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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