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계 감세에 세수 줄지만..'선순환' 기대하는 尹정부
전문가들 엇갈린 시각.."장기적 세수 증가" vs "투자 확대 미지수"
(세종=뉴스1) 이철 기자 = 정부가 민간과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을 늘리기로 함에 따라 총 13.1조원의 세수가 감소하고 그 중 내년에만 약 6.4조원이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이같은 출혈을 감수하고서라도 민간 기업의 투자를 유도해 고용을 촉진하는 경제 '선순환'을 이루겠다는 목표지만,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고용을 주저하게 하는 경기침체가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가 21일 발표한 세제개편안 중 핵심은 기업 감세를 통한 투자 확대 유도다.
정부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추기로 했다. 중소·중견기업에 대해서는 10% 특례세율을 설정해 과세표준 구간을 2억원에서 5억원으로 넓혀 더 많은 기업들이 세부담을 덜 수 있도록 했다.
투자 확대를 위해서는 국가전략기술 시설 투자에 대한 세제 지원을 대폭 늘리고,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유도를 위한 세제 지원 상 국내 사업장 신·증설 요건을 완화한다. 국내와 해외 자회사 배당금의 이중과세도 조정해주기로 했다.
일반법인의 이월결손금 공제한도는 60%에서 80%로 상향조정한다. 중견기업의 원활한 가업승계를 지원하기 위해 가업상속공제 적용 대상 중견기업의 범위를 매출액 4000억원에서 1조원 미만으로 올리고 공제한도 역시 늘린다.
기재부는 이같은 세제 완화 대책 영향으로 향후 총 13조1000억원의 세수가 감소할 것으로 봤다.
감세로 인해 개인은 세부담이 3조4000억원, 기업(법인)은 6조5000억원, 외국인·비거주자 등은 3조3000억원 줄게 된다. 개인 중 서민·중산층은 세금이 2조2000억원 감소하고 고소득층은 1조2000억원 감소한다.
연도별 정부 세수는 내년에 6조4000억원, 2024년에 약 7조3000억원이 줄어들 전망이다. 2025년에는 세수 증감이 없으며 2026년에는 소득세수 증가로 5000억원가량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18일 브리핑에서 "13조원의 세수 감소가 내년에 다 나타나는 것이 아니고 내년에 약 6조원 정도의 세수 감소가 나타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내년 6조원 수준은 통상적인 세수확대 규모로 봐서 충분히 감내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세금을 감면해주는 대신 기업들의 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추 부총리는 "현재 기업이 투자·일자리 창출 여력을 키우고 있기 때문에 이런 것들(세제 완화)이 아마 기업의 투자 확대를 유도하고, 우리 경제 성장에 선순환 효과를 가져오는 것은 분명하다"며 "며 "세수 기반 확충, 일자리 창출, 투자 확대 등 상당히 선순환 구조로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중산·서민층의 세 부담을 덜어주는 것은 곧 일정 부분 세수 감소로 나타날 수 있지만, 이는 곧 우리의 투자 확대와 성장 기반을 확충하는 것이기도 하다"며 "아마 시간을 두면서 우리의 세수 확대로 나타날 것이고 재정건전성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인하함으로써 사회 전반에 혜택이 돌아간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예로 든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2008년 6월 보고서에 따르면 법인세 인하 혜택은 재투자 등에 59.5%, 소비자에 17%, 주주(배당)에 15.1%, 종업원(임금)에 8.5% 돌아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주는 배당, 소비자는 제품ㆍ서비스 가격 인하, 근로자는 고용·임금 증가, 협력업체는 투자확대 등의 이익을 볼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워낙 경기가 안 좋기 때문에 (내년 세수가) 조금 줄어들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법인세 인하가 세수를 늘리는데 도움이 된다"며 "다만 경기침체가 예상되고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기업 투자가 단기간에 늘어날 가능성은 작다"고 진단했다.
이어 "결국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는 시점이 이르냐, 늦냐의 변수는 글로벌 경기와 한국 경기의 회복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반면 법인세를 낮춰준다고 실제 고용과 투자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입법조사처에 의뢰한 '법인세와 청년층 고용률의 상관관계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00년 법인세 명목 최고세율이 30.80%였을 때 청년 고용률은 43.4%였으나, 2010년과 2015년 법인세 명목 최고세율이 24.20%로 낮아졌음에도 청년 고용률은 각각 40.4%, 41.2%에 그쳤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과거에 감세를 했을 때 기업이 투자를 늘리는지를 두고 실증 연구들이 많이 있었는데 별로 효과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 정설"이라며 "기업이 투자를 결정할 때는 미래 전망 등을 주로 보는 반면 약간의 감세는 결정적으로 작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때는 증세를 하면 했지, 감세를 하는 타이밍은 아니다"라며 "세율을 낮췄을 때 일어날 효과가 있을지는 불확실한 반면, 세수가 줄어드는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ir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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