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업승계 세제혜택,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경우에도 가능한 사례
세법상 가업승계에 대한 세제혜택에는 상증세법이 규정하는 ① '가업상속공제'와 ② 조세특례제한법이 규정하는 '가업승계에 대한 증여세 과세특례'가 있다.
중소기업이 가업의 원활한 승계를 통해 기술과 경영 노하우 등이 전수되면서 계속기업으로 성장해 가는 것은 우리 사회가 중산층을 기반으로 안정적으로 발전하기 위한 필수적 요소이다. 이를 위한 방안 중 하나인 ① 가업상속공제는 독일의 제도를 본받아 1997년에 처음 도입된 것으로, 피상속인이 영위하던 사업을 일정한 요건을 갖추어 상속인이 승계하는 경우 최대 500억원을 상속세 과세가액에서 공제하여 상속세 부담을 경감시켜 주는 것이다.
한편, ② 가업승계에 대한 증여세 과세특례는 2007년 말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으로 신설된 것으로, 경영주가 자녀에게 기업을 생전에 미리 승계하기 위해 가업주식을 사전증여할 경우 100억원을 한도로 10~20%의 낮은 세율을 적용하여 증여세를 부과하고, 이후 경영주 사망 시 상속세 과세가액에 합산?정산하는 제도이다.
즉, ① 가업상속공제제도가 해당 세금(상속세)을 영원히 면제해 주는 것임에 반해, ② 가업승계 주식에 대한 증여세 과세특례제도는 세금(증여세)을 증여시점에 곧바로 부과하지 않고 상속시점까지 이연해 주는 것이다. 두 제도는 피상속인(증여자)의 요건, 상속인(수증자)의 요건 등 세제혜택을 적용받기 위한 요건과 나중에 일정기간 가업에 종사하지 않거나 승계받은 자산을 처분하는 등 사후관리요건을 위반하는 경우 세금을 추징하는 것에 관해 자세한 규정을 두고 있다.
두 제도의 요건들은 일부 내용에서 약간씩 차이가 있으나 상당부분 동일한데, 특히 두 제도는 공통적으로 피상속인(증여자)이 "10년 이상 계속하여 경영한 기업"으로서 일정 규모 이하의 중소기업 또는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과세관청의 유권해석이 변경된 것이 있어 주목된다.
대상 사안에서, 중소기업(법인)을 운영하던 최대주주 A(74세)는 24년간 대표이사로 재직하다가,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을 맡기고 일선에서 물러난 상태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A가 사망하여 상속이 개시되는 경우 가업상속공제를 적용받을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되었다.
종래 과세관청은 피상속인이 상속개시일(사망) 당시 가업에 종사하지 않은 경우에는 상증세법상 가업상속공제 혜택을 적용받을 수 없다고 해석해 왔다. 그런데 피상속인이 사망 전에 금치산자로 선고되거나 와병 등으로 인하여 가업 경영에 종사하지 못한 경우를 가업상속공제 적용대상에서 제외한다면, 결국 가업상속공제의 적용대상은 피상속인이 급작스럽게 사망하는 경우 등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될 수밖에 없는 결과를 초래하여 가업승계에 대한 세제지원이라는 제도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게 된다는 비판이 있었다.
이를 감안하여 조세심판원 및 과세관청은 2013년경부터 피상속인이 10년 이상 가업을 경영하였으나 상속개시일 현재 건강상의 문제로 부득이 가업의 경영에 종사하지 않은 상태에서 상속이 개시된 경우에도 가업상속공제를 적용받을 수 있다고 해석하였다. 이는 피상속인의 사망 당시 가업을 경영하지 않은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가업상속공제를 적용받을 수 없으나, 건강상의 문제 등 부득이 사유로 가업의 경영에 종사하지 않게 된 경우에 한하여 예외를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 이러한 과세관청의 해석은 나름 합리적인 측면이 있는 것이었으나, 예외를 인정하는 부득이한 사유에 관한 법령상 명확한 근거가 없어 그 범위에 관해 논란이 있었다.
그러다 최근 과세관청은 위 사례에서 피상속인이 "상속개시일 현재" 가업에 종사하지 않았더라도 가업상속공제를 적용받을 수 있다고 해석을 변경하였다(기획재정부 조세법령운용과-571, 2022. 5. 30.). 현행 상증세법상 가업상속공제와 관련하여 피상속인이 사망 당시 가업에 종사하고 있어야 하는지 여부에 관해 명시적으로 규정된 내용이 없는 상황이므로, 반드시 피상속인이 사망 당시 가업을 직접 경영하고 있을 필요는 없다고 보아야 하고, 그 외 가업의 기술?경영노하우 전수를 지원하려는 취지는 현행 상증세법령에 규정되어 있는 다른 가업상속공제 적용요건 및 사후관리요건을 통해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취지이다.
즉, 피상속인이 사망 당시 가업에 종사하지 않았더라도 다른 법령상 요건을 모두 충족하고 있다면(예컨대, 피상속인의 요건으로 과거에 10년 이상 계속해서 경영한 바 있고, 최대주주로서 50% 이상의 지분을 10년 이상 계속 보유하고, 일정 기간 이상 대표이사로 재직했을 것, 그 외에 상속인의 요건 등도 충족할 것), 가업상속공제가 적용된다는 것이다.
위 해석은 상증세법상 가업상속공제에 관한 것이었으나, 사전증여를 통한 가업승계에 대한 증여세 과세특례제도에서도 증여자의 증여 당시 가업 경영 여부에 관한 규정내용이 다르지 않으므로, 위 해석은 동일하게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창업세대의 고령화로 가업승계가 중요해졌으나, 관련 세제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장기간의 계획과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여 활용에 어려움이 있었다. 특히, 위 두 제도의 적용요건과 사후관리요건이 매우 복잡하고 그 내용도 추상적이어서, 납세자 입장에서 세제혜택의 적용여부 및 박탈여부 등을 쉽게 알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이에 국세청은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가업승계 세제혜택의 사전?사후요건을 진단하고, 미비한 부분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방향 제시 등 자문을 해 주는 '가업승계 세무컨설팅' 업무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하였다. 기업별 1:1 맞춤형 컨설팅으로 가업승계를 적극 지원한다는 취지이다. 그 동안 임의로 진행한 가업승계에 대해 과세관청이 다른 견해를 취해 과세를 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 가업승계 세제혜택을 받고자 하는 기업들이 이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겠다.
다만, 이번에 국세청은 위 세무컨설팅 서비스를 처음 실시하면서, 그 신청대상을 대표이사가 5년 이상 재직하였거나 가업승계 사후관리가 진행 중인 중소기업으로 하고, 신청기간을 2022. 7. 1. ~ 8. 1.로 정하면서, 향후의 신청접수 일정에 대해서는 추후 공지할 예정이라고 하였다. 향후 국세청이 지속적으로 위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지, 납세자에게 어느 정도 실효성 있는 자문을 제공할 것인지 등은 아직 알기 어려운 상황이다. 앞으로 제도의 운용모습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가업승계 세제의 복잡성, 불명확성 등을 고려하면 관련 전문가의 조언을 받고 사전에 치밀한 준비를 하는 것은 여전히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김용택 변호사는 조세관련 쟁송과 자문이 주요 업무분야다. 화우의 조세전문그룹 및 웰스매니지먼트팀 파트너 변호사로서 각종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관련 사건 외에도, 해외자산 관련 상속세, 자본거래, 가업승계 관련 증여세, 지방세 환급 및 추징, 대기업 조세포탈 관련 사건 등을 수행했다. 서대문세무서 납세자보호위원을 역임한 바 있고, 한국세법학회 회원, 한국신탁학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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