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OTT 업계 "넷플릭스·유튜브만큼 규제 풀어달라"(종합)
박 차관 "국내 사업자 넷플릭스 같은 역할 하도록 하는 게 목표"
(서울=뉴스1) 윤지원 기자 = 유료방송 및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계 관계자들이 모여 현행 방송법 체계의 전면적인 개편을 촉구했다. 넷플릭스, 유튜브 등 글로벌 사업자와 경쟁할 수 있는 공정한 환경을 조성해달라는 취지에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1일 박윤규 제2차관 주재로 '제5차 디지털 국정과제 연속 현장 간담회'를 진행했다. 간담회에는 인터넷TV·케이블·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등 유료방송 및 OTT 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날 업계 관계자들은 현행 방송 시장에 맞춰 방송법 체계를 개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OTT, 글로벌 기업 등 신규 방송 미디어 사업자들의 등장으로 재원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상황에서 현행 규제 체계가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문제의식에서다.
특히나 콘텐츠 제작비는 글로벌 수준으로 대폭 증가한 데 비해 수신료, 광고료 등의 재원은 정체된 점을 주요 문제로 지적했다.
서장원 CJ ENM 부사장은 "지난 2016년에 (드라마) 도깨비의 제작비가 회당 9억원 정도였다. 근데 지금 넷플릭스는 회당 30억원, 애플TV는 회당 100억까지 올라갔다"며 "콘텐츠는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구조지만 재원 구조는 취약해서 가장 고민"이라고 밝혔다.
김혁 SK브로드밴드 미디어CO장 또한 "홈쇼핑 송출 수수료, 콘텐츠 판매, 광고가 주된 재원인데 모두 지난해보다 역성장 중"이라며 "올라간 제작비를 만회해줄 재원이 안 나온다"고 말했다.
최근 넷플릭스가 광고 시장까지 진출하겠다고 예고한 데에 대해서도 우려가 나왔다. 임석봉 JTBC 미디어정책담당 실장은 "광고주는 국내 방송사와 넷플릭스 중 어느 쪽이 매력적인 광고 매체일지 고민을 할 것"이라며 "지금 광고 시장이 어렵다고 하는데 그 부분을 지켜낼 수 있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사업자들은 방송·미디어 영역을 공공 영역과 산업으로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날 발제를 맡은 이종원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박사는 "방송법을 폐기하고 공공과 산업으로 나눠야 한다"며 "산업은 규율체계를 사전규제보다는 사회경제적 영향력을 기준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업자들도 공공과 산업으로 규제체계를 이분화해야한다는 주장에 공감을 표했다. 김 미디어CO장은 "공적 섹터를 뗴놓고 나머지는 시장과 소비자를 중심으로 누가 무엇을 가지고 경쟁하는가에 초점을 둬야한다"고 말했다.
조한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부사장 또한 "공공과 산업을 나눠서 공공 영역은 정부가 지원은 산업은 시장에 맡기는 게 맞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규제 체계의 이원화와 더불어 글로벌 사업자와의 역차별 또한 없어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이희주 웨이브 정책실장은 "글로벌 OTT에 대한 대항이 가장 큰 관전 포인트인 것 같다"며 "넷플릭스와 유튜브와 경쟁하는 모든 미디어 플랫폼의 규제는 그들 수준으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가 미디어 분야의 주도권을 쥐고 컨트롤타워로서 나서야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미디어정책학회장을 맡고 있는 박찬일 숙명여대 교수는 "컨트롤타워로 과기정통부가 명확히 자리매김했으면 좋겠다"며 "미국도 미디어 분야는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에 많이 양도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중소 기업에 대한 지원책과 유료방송 콘텐츠 대가 산정 문제에 대한 조속한 협의 등의 요구도 나왔다.
업계의 목소리를 청취한 박 차관은 국내 방송 미디어 사업자들이 글로벌로 진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차관은 "방송 사업자들이 글로벌로 진출해서 넷플릭스 같은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게 저희들의 큰 목표"라며 운을 뗐다.
이어 "넷플릭스가 사실은 정부가 지원해서 나온 것은 아니다"며 "마음대로 뭔가 할 수 있는 환경이 되고 자본이 따라갔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 같은데 한국도 그렇게 할 필요가 있는 거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박 차관은 "규제 혁신이 돼서 인수합병(M&A)이 이뤄지고 투자가 많이 이뤄지도록 하는 그 부분에 대해 생각해볼 것"이라며 "OTT가 미디어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 보다 심도 있는 연구를 하겠다. 예컨대 커머스나 광고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 KISDI와 같이 연구하겠다"며 마무리했다.
g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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