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뛰어 실질임금 확 줄었는데..대기업 직장인 稅혜택은 '찔끔'

이종혁 2022. 7. 21.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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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중산층 稅부담 완화
15년간 물가 31% 올랐는데
하위 2개 과표만 소폭 조정
연금저축·퇴직연금 세액공제
납입한도 年 200만원씩 확대
근로장려금 지급액 10% 늘리고
3자녀 이상 가구 車개소세 면제
식대 비과세 20만원으로 늘려

◆ 세제 개편안 ◆

정부가 올해 세제 개편안을 통해 2008년 이후 15년 만에 소득세 과세 체계를 손질한다. 그간 물가가 올라도 과세표준(과표) 구간은 변함없어 자동증세 논란이 컸던 소득세에 대해 하위 과표 구간을 상향 조정한다는 방침이다.

21일 발표된 세제개편안을 보면 소득세 하위 과표 2개 구간이 상향 조정됐다. 가장 낮은 6% 세율 적용 구간은 기존 1200만원 이하에서 1400만원 이하로 올렸다. 15% 적용 구간도 현행 1200만원 초과~4600만원 이하에서 1400만원 초과~5000만원 이하로 높인다. 다만 다른 구간은 그대로며, 세율도 바뀌지 않는다. 일각에선 거야(巨野)의 '부자감세' 공세와 비협조를 의식한 정부가 소득세 하위 2개 구간만 살짝 조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근로소득자의 식대 비과세 한도는 월 10만원에서 월 20만원으로 상향하기로 했다. 다만 정부는 부자 감세 논란을 의식해 연간 총급여가 1억2000만원을 넘는 고소득 근로자는 근로소득세액공제 한도를 기존 5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과표 구간 조정과 식대 비과세 확대로 근로소득자들은 1인당 수만~수십만 원씩 세 경감 혜택을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총급여 3000만원, 과표 1400만원인 근로자 A씨는 현행 세액 30만원에서 개편 기준 22만원으로 8만원이 감소된다. 총급여 1억5000만원, 과표 1억2000만원인 근로자 B씨는 세액이 2430만원에서 2406만원으로 약 24만원 감소한다고 정부는 추산했다. 총급여가 7800만원, 과표 5000만원인 대기업 근로자 C씨의 경우 과표 조정으로 인한 소득세 감소분이 54만원, 식대 비과세로 인한 추가 감소분이 29만원으로 총 83만원의 세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 다만 이 같은 사례는 평균적인 세액·소득공제, 부양가족 수준을 감안한 것이다.

일각에선 정부가 소득세를 소폭 손질하는 데 그쳐 자동증세 논란이 계속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소비자물가지수(CPI)는 31.7% 올랐는데 소득세 과표 구간은 변동되지 않았다. 명목임금이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매년 자동증세가 이뤄진 셈이다. 고광효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물가에 연동한 소득세제가 글로벌 스탠더드인 것은 맞는다"며 "하지만 물가에 맞춰 과표를 조정하면 고소득자에게 고스란히 혜택이 돌아가고, 잦은 과표 변경이 과세체계를 복잡하게 만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물가를 반영하지 못하는 점 외에도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불균형한 소득세 체계를 대수술해야 한다고 본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은 2019년 기준으로 상위 1% 고소득자의 종합소득세 비중이 전체의 50.1%, 상위 10%는 85.9%에 이른다. 미국은 각각 38.8%, 70.8%이며 영국은 29.1%, 60.5%, 독일은 23.7%, 57.1%에 그친다. 근로소득세 면세자 비중 역시 한국은 37%로 미국(31.5%), 일본(28.1%)보다 많다. 고 실장은 "이번 개편안이 통과하면 면세자 비중이 일시적으로 1%포인트 늘 수 있다. 하지만 매년 약 2%씩 면세자 비중이 줄고 있고 중장기적으로 면세자는 계속 감소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 밖에 민생 안정을 위한 서민 지원용 세제 개편안을 밝혔다. 대표적으로 신용카드 소득공제의 경우 영화관람료를 소득공제율 30% 대상에 추가했다. 또 현행 전통시장과 대중교통, 도서·공연 이용액에 각각 100만원 한도로 공제하던 걸 내년부터는 통합 300만원 공제 한도로 바꾸기로 했다. 올해 하반기는 한시적으로 대중교통 사용분에 대한 공제율을 기존 40%에서 80%로 올려 대중교통 이용을 촉진하고 복잡한 공제 체계도 총급여 7000만원 이하 300만원 한도(초과 시 250만원)로 단순화했다. 소득공제 적용 기한은 올해 말에서 2025년 말까지 3년 연장한다.

연금저축과 퇴직연금 활성화를 위해 세액공제 대상 납입한도도 올린다. 기존 연금저축은 연 400만원까지, 퇴직연금 납입액을 포함해 700만원까지 공제 대상이 됐던 것을 연금저축 600만원, 퇴직연금 포함 총 900만원으로 올린다. 퇴직소득세 역시 근속연수공제 범위를 확대해준다. 퇴직금 5000만원인 경우 10년 근속자는 약 50%(146만→80만원), 20년 근속자는 100%(59만→0원) 세 부담이 경감된다.

만 18세 이하 자녀 3명 이상을 둔 다자녀 가구는 출고가 8000만원 이하 자동차를 구입할 때 개별소비세가 아예 면제된다. 이는 다른 개소세 감면 제도와 추가 중복 적용도 가능하다. 예를 들면 친환경 하이브리드(HEV) 승용차를 구입한 다자녀 가구는 다자녀 개소세 면제액 한도 300만원과 HEV 구입에 따른 100만원 한도의 개소세 혜택을 더해 총 400만원까지 면세를 받는다.

윤석열 대통령 공약사항이었던 근로·자녀장려세제(EITC) 확대도 올해 세제 개편안에 반영됐다. 근로·자녀장려금 최대 지급액은 현행 대비 10% 인상된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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