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과 차별화'도 '文 계승'도 없다..文 사라진 野 당권경쟁
"전대 기간엔 오지 말아달라"
임기말까지 40%대 지지율
섣불리 각 세우기 어려워
'친문 후보' 없는 것도 이유
이번 전대는 '친명 대 비명'
DJ·盧 연결하며 '적통' 경쟁
21일 민주당 각 후보 진영에서 나온 말을 종합하면 퇴임 후 경남 양산으로 내려간 문 전 대통령이 민주당 전당대회와 관련해 어떤 논란도 만들지 않겠다는 생각이 확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출신 관계자는 "평산마을 사저 쪽에선 의원, 문재인 정부 인사 등 문 전 대통령을 찾아오겠다는 약속 요청에 대해 특별한 사정이 아니라면 모두 오케이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한 친문 인사는 "문 전 대통령은 농담으로 '의원들이 올 거면 아침부터 와서 텃밭 일, 사저 공사 등 도움을 주면 더 좋은데 오후 늦게 와서 별 도움이 안 된다'고 웃으며 말할 만큼 누가 오는 것을 불편해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당대표는 물론이고 최고위원 후보자들 역시 최근 문 전 대통령 사저를 방문한 사람이 없다. 문 전 대통령이 후보들을 만나는 것 자체가 당원과 지지층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서다. 이재명 의원실 관계자는 "문 전 대통령 측에서 전대 기간에는 오지 말아달라고 양해를 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설훈 의원도 "문 전 대통령 측에서 당대표 후보들과는 만나지 않겠다고 얘기했고, 이를 따르는 것이 후보자로서의 당연한 도리"라고 강조했다. 그 대신 강훈식 의원은 첫 일정으로 당 원로인 황규영 씨를 만나며 '문재인 따라잡기'를 했다. 2015년 문 전 대통령도 당대표 선거에 출마할 때 황씨를 찾아갔다.
정권을 뺏긴 뒤 처음 당대표를 뽑는 전대이지만 문 전 대통령과 각을 세우기도 어렵다. 보통 변화와 쇄신이 기조인 전대에서는 전임 정부를 공격하며 차별화를 꾀해야 한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은 임기 말 지지율이 40%대를 유지했다. 현재 그 정도 지지를 받았거나 유지 중인 야당 정치인은 아무도 없다. 문재인 정부 인사·부동산 실정 때문에 선거에서 패했다는 의견이 많지만 직접적으로 문 전 대통령을 겨냥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전대와 달리 '진짜 문재인계' 후보가 적은 것도 이유다. 이 의원을 중심으로 전대 구도가 짜였기 때문에 문 전 대통령 언급은 자연스레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친문에선 홍영표·전해철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했고, 고민정·윤영찬 의원은 최고위원 선거에만 나섰다.
'친명 대 비명' 구도로 전개되면서 당권주자들이 '민주당 적통'에 누가 가까운지를 놓고 경쟁하는 분위기도 영향을 줬다. 이 의원이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과 정치적 연결고리가 약하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전략이다. 이 의원은 민주당에서 '정동영계'로 정치를 시작했다. 한 비명계 의원은 "이 의원은 '민주당 뿌리'라고 할 수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띄우며 비주류 이미지에서 벗어나려고 한다"고 해석했다.
반면 설 의원은 선거용 프로필에 '김대중 의원 보좌관'이라는 이력을 담았다. 동교동계 출신인 본인이 민주당 적통이라는 메시지를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김민석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직접 영입했던 86운동권 대표주자라는 점을 내세웠다.
강병원·박용진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강조하며 차별화에 나섰다.
[성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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