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법원' 신경전..헌재·대법 또 정면충돌

최예빈 2022. 7. 21.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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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역대 세번째 재판취소
GS칼텍스 제기 헌법소원 수용
감면 받은 법인세 다시 내라는
부칙 23조는 효력 없다고 판단
효력 인정한 대법원과 엇갈려
대법 "법률해석 권한은 법원에"
헌재 "한정위헌 결정 인정해야"
헌법재판소가 800억원대 세금이 걸린 소송에서 대법원의 판단을 취소하는 결정을 내렸다. 헌재가 대법원 판결을 '위헌'으로 보고 재판을 취소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특히 지난달 30일 역대 두 번째로 재판 취소 결정을 내린 지 불과 한 달도 안 된 상황에서 또다시 법원 판결을 취소하면서 헌재와 대법원 간 갈등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이 헌재의 판단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최고 법원' 위상을 두고 양측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21일 헌재는 GS칼텍스, AK리테일, KSS해운 등이 대법원의 재심청구 기각 판결을 취소해 달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취소' 결정을 내렸다. 이번 소송에 GS칼텍스는 707억원, AK리테일과 KSS해운은 각각 104억원, 65억원이 걸려 있다. GS칼텍스 등은 자산 재평가를 하고 주식을 상장하면 세금을 깎아주는 옛 조세감면규제법에 따라 세금 혜택을 받았다. 그러나 기한 내 상장이 이뤄지지 않자 세무당국은 2004년 옛 조세감면규제법 부칙에 근거해 감면된 법인세를 부과했다.

GS칼텍스 등은 법인세 부과 취소 소송을 냈지만 재판에서 패소하자 부과 처분 근거가 된 부칙에 대해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당시 헌재는 법률이 전부 개정된 경우 이전 부칙 조항을 그대로 적용한다는 규정을 두지 않는 이상 효력이 없다는 '한정위헌'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법원은 한정위헌 결정에도 재심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GS칼텍스 등은 재심청구 기각 판결을 취소해 달라는 헌법소원을 다시 청구한 것이다.

헌재는 지난달에도 지방자치단체 산하 위원회의 민간인 위촉위원인 제주대 교수 A씨를 공무원에 준하는 신분으로 판단해 처벌한 법원의 판결을 취소한 바 있다. 이에 대법원은 입장문을 내고 "합헌적 법률해석을 포함하는 법령의 해석·적용 권한은 대법원을 최고법원으로 하는 법원에 전속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법원의 권한에 대해 다른 국가기관(헌법재판소)이 법률의 해석 기준을 제시해 간섭하는 것은 우리 헌법에 규정된 국가권력 분립구조의 기본원리와 사법권 독립의 원칙상 허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1997년에는 이길범 전 의원이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양도소득세를 부과한 처분에 반발해 낸 헌법소원에서 최초로 재판 취소 결정이 났다. 이를 두고 헌재와 대법원 간 충돌이 우려됐지만 결국 국세청이 나서서 갈등을 봉합했다.

헌재의 재판 취소 결정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법원의 최종 판결까지 헌재가 취소할 수 있다면 사실상 '4심제'가 돼 오히려 '위헌'이라는 비판이 나오기 때문이다. 또 사건이 헌재와 대법원 사이에서 최종 결론을 내지 못한 채 무한 공전할 수도 있다. 헌재는 어떤 법률을 통으로 없애버리는 것보다 해석에 한해 위헌이라고 보는 한정위헌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예외적으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한정위헌을 사실상 인정하지 않고 있다. 대법원은 법률 해석 권한은 온전히 대법원을 중심으로 한 법원의 몫으로, 헌재가 법을 해석하고 이에 반드시 따르라고 할 권리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갈등을 의식해서인지 헌재는 2016년 이후 한정위헌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두 기관의 갈등이 지속되면 결국 피해는 재판을 받는 국민에게 돌아온다"며 "두 기관의 합의에 의한 해결은 사실상 힘들어 보이는 만큼 입법부가 '교통정리'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예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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