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채무이행 위한 벌금 '위약벌' 감액 안돼" 판례 유지
기사내용 요약
계약서에 손해배상과 위약벌 조항 병기
계약변경 거절…공사방해하고 3억 소송
상대 회사도 위약금 10억 반소…상고심
1·2심, 해당 계약 위약금은 '위약벌' 성격
대법 "위약벌은 당사자간 의사 존중돼야"
[서울=뉴시스] 류인선 박현준 기자 = 채무의 이행을 확보하기 위해 정하는 벌금인 위약벌의 약정은 손배배상액 예정과 달라 민법 조항을 유추적용해 감액할 수 없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이 나왔다.
2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A사가 B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또, B사가 A사를 상대로 낸 위약벌 청구(반소) 사건은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조사된 바에 따르면, A사와 B사는 지난 2014년 5월 A사가 공간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B사가 햇빛 간섭현상을 제거하는 신기술이 포함된 골프연습장을 설치한다는 취지의 공동사업계약을 맺었다.
이 계약서에는 계약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회사가 계약을 해지당할 경우 손해액을 현금으로 배상해야 한다는 조항이 담겼다. 이와 별도로 의무사항 불이행이 발생할 경우 불이행 회사가 10억원을 지불하는 조항도 담겼다.
공사가 진행 중이던 2014년 9월 A사는 계약기간 단축, 설비와 프로그램 소유자 및 운영주체를 A사로 바꾸는 등의 계약 변경을 요구했으나, B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A사는 B사 직원이 건물에서 흡연을 하는 것을 이유로 안전대책 수립을 요구하면서 인터넷과 유선통신을 차단했다. 이에 B사는 공사진행에 장애가 발생했기 때문에 위약금 10억원을 달라는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공사는 중단됐다.
두 회사의 이런 갈등은 소송전으로 번졌다. A사는 안전대책 요구에 B사가 일방적으로 공사를 중단했다며 계약해지와 위약금 10억원 중 3억원을 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B사는 계약내용 변경은 지나치게 불리했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고, 공사는 A사의 방해 때문에 진행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위약금 10억원을 청구하는 반소를 제기했다.
1심은 "계약불이행의 주요 귀책 사유는 B사가 계약 내용을 수정해달라는 A사 요구를 거절하자 인터넷과 유선통신을 제한해 공사 진행을 방해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위약금 10억원 지급 의무가 담긴 계약 조항은 '위약벌'의 성격을 가진다고 봐야 한다"며 A사가 B사에게 10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2심은 이번 공사로 결로 현상이 발생해 A사도 8100여만원을 받아야 한다며 위약벌과 상계해 A사가 9억1800여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위약벌인 10억원의 감액은 인정하지 않았다.
쟁점은 위약벌이 민법 제398조 제2항의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달라 해당 조항을 유추 적용해 감액할 수 없다는 현재의 판례를 유지할 것인지 여부였다.
대법은 위약벌은 감액할 수 없다는 현재 판례가 타당하므로 그대로 유지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다수의견은 "민법은 위약금 약정에는 손해배상액의 예정이 아닌 것도 존재함을 전제로, 위약금 약정 중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대해서만 감액을 인정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봤다.
이어 "위약금 약정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인지 위약벌인지 구별하는 것은 당사자 의사 해석의 문제"라며 "위약벌은 의무위반에 대한 제재벌로서 사적자치 원칙에 따라 당사자들의 의사가 최대한 존중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재형·박정화·안철상·이흥구·천대엽·오경미 대법관은 "위약벌의 감액에 관해 손해배상액의 예정 규정을 유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반대의견은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은 기능적으로 유사하다"며 "대법원은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의 경계를 완화해 왔다"고 언급했다. 또 "공서양속 위반을 이유로 무효로 하는 것에 매우 신중해야 한다는 판례의 태도에 따르면, 위약벌인지 손해배상액의 예정인지에 따라 심한 불균형과 평가모순이 발생한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공서양속 위반으로 위약벌의 전부 또는 일부가 무효로 된다는 판례는, 손해배상액 예정에 대한 감약을 인정하지 않는 구(舊) 일본 민법에 특유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나온 법리"라며 "비교법적으로도 위약벌에 대한 감액을 인정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ryu@newsis.com, parkhj@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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