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소 위기 몰려야 재판 응하는 日전범기업들 "반인륜적"

[광주=뉴시스] 신대희 기자 =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전범 기업을 상대로 진행 중인 손해배상 소송들이 일본 측의 무반응으로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피고 미쓰비시중공업 주식회사가 궐석 재판을 피하려고 2년 6개월 만에 재판에 응했다.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일본 전범기업들이 과거 소송처럼 의도적으로 재판을 지연시키면서 반인륜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광주지법 제13민사부(재판장 임태혁 부장판사)는 21일 강제동원 피해자 A(92·여)씨와 유족 3명 등 4명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 첫 변론기일을 열었다.

이날 법정에는 미쓰비시 법률 대리인이 소송 제기 2년 6개월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앞서 5차례 변론기일이 잡혔지만, 일본 외무성에 보낸 소송 서류가 미쓰비시 측에 전달됐는지 확인되지 않은데다 미쓰비시 측이 출석하지 않아 재판이 제대로 열리지 못했다.

법원은 공시송달 절차를 통해 이날 재판에 피고가 불출석해도 진행키로 했다.

이에 미쓰비시 측은 궐석 재판을 20여 일 앞두고 법률 대리인을 선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고 미쓰비시 측 변호인은 "재판 관할이 없고, (강제동원 관련)불법 행위로 볼 수 있는 객관적 증거가 없다.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했다"고 주장했다.

원고 측 변호인은 미쓰비시 측에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후생연금 가입 기록을 제출해달라고 요구했다.

또 과거사 진상조사위원회에서 조사한 일제 징용자명부를 국가기록원으로부터 이관받아 사실 조회한 뒤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피해자와 유족들은 일본 전범기업들의 의도적인 재판 지연을 꼬집었다.

일본 전범기업들이 과거 재판과 같이 의도적으로 소송 서류를 받지 않고 궐석 재판 결정으로 패소 위기에 몰리자 막판에서야 변호사를 선임하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며 피해자들의 애타는 심정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일본 전범기업 11곳을 상대로 한 집단 손해배상 소송은 총 52건이다. 피해자들은 재판 지연으로 일본 기업과 정부로부터 사과·배상을 받지 못한 채 눈을 감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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