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세장 제물될라"..兆단위 공모주 대어도 벌벌 떤다
공모주 시장 불안 더 커져
하반기 최대어 케이뱅크
목표 몸값 6조로 확 낮춰
◆ 레이더M ◆
21일 현대오일뱅크는 전날 이사회를 열고 최근 주식시장 상황과 동종 업체 주가 동향 등을 고려해 IPO를 철회한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실적 추이가 좋지만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 어려운 상황이라 IPO를 더 이상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선 현대오일뱅크가 공모를 철회한 시점에 주목한다. 기관 수요예측조차 진행하지 않고 철회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앞서 현대오일뱅크는 지난달 29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에서 예비심사를 승인받았다. 수요예측을 진행하는 것이 무의미할 만큼 시장 상황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주관사단 관계자는 "심사 승인 전 단계부터 '무리해서 진행하지 말자'는 기류가 강했던 편"이라며 "목표 기업가치를 달성하기 어렵다면 상장 시점을 미루자는 생각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 공모 철회로 올 하반기 IPO 최대어가 사라지게 됐다. 현대오일뱅크는 예상 기업가치만 10조원에 달해 연말 공모주 시장을 뜨겁게 달굴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현대오일뱅크는 2019년 아람코를 주주로 맞이하며 8조원 안팎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지난해 실적이 직전년 대비 크게 개선돼 몸값 산정에 유리한 시점이기도 했다. 하지만 증시 상황이 좋지 않아 상장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현대오일뱅크 상장 철회로 연초 이후 상장 심사 승인을 받고 공모를 철회한 사례는 총 7건으로 늘었다. 대명에너지와 보로노이는 한 차례 철회했지만, 공모에 다시 도전해 무사히 상장까지 마쳤다. 하지만 현대엔지니어링을 비롯해 SK쉴더스, 원스토어, 태림페이퍼 등 5곳은 공모 재개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비교적 인지도 높은 그룹사들이 공모에서 연이어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의 공모 철회 결정에 후발 주자도 적잖이 당황하는 모양새다. IPO 시장을 견인할 최대어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앞서 몸값 10조원 안팎으로 점쳐진 쓱닷컴도 사실상 연내 상장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져 시장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한 기관투자자는 "덩치 큰 기업들이 공모에서 흥행하면 다음 주자들은 마음이 한결 편할 수 있다"며 "하지만 하반기 이후 IPO 시장을 이끌 만한 기업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반기 이후 코스피에 공모 예정인 기업 중에선 케이뱅크가 그나마 남은 대어로 꼽힌다. 1호 인터넷 전문은행 케이뱅크는 지난달 30일 한국거래소에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당초 10조원까지 예상됐던 목표 기업가치를 최대 6조원 수준으로 낮춘 상태다. 시장 상황이 보수적으로 변한 것을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IB 업계에선 조 단위 공모 주자들도 투자자 친화적인 공모 구조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지적한다. 기관들 사이에서 '오피니언 리더'로 꼽히는 국민연금공단과 우정사업본부 등 주요 기관투자자들이 열악한 IPO 환경 속에서 옥석 가리기에 힘을 쏟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기관들은 △구주 매출이 많거나 △유통 물량 비율이 높고 △외형상 실적이 부진한 기업 공모에 참여하는 것을 꺼리는 모습이다. 특히 연초 이후 바이오 공모 기업 중 흥행에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곳은 단 하나도 없다. 기관들이 '묻지 마 주문'을 멈추고 투자에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강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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