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국 논란 '정면돌파' 택한 윤희근..강경 반대파에 '가시밭길'
"중립성 훼손 없게 하겠다..지휘부 믿어달라"
4시간 넘겼지만..강경파 설득은 일단 실패
직협 측, 대국민 홍보전 등 예고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가 ‘경찰국’ 설치를 둘러싼 논란에 정면돌파를 택했다. 앞장서 반대해온 전국경찰직장협의회(직협)를 21일 만나 경찰제도 개선안의 내용과 의미를 설명하면서 내부 달래기에 공을 들였다. 하지만 윤 후보자 면전에서도 “구색 맞추기”, “(윤 후보자가) 사퇴해야 한다”는 등 강경한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일선 경찰서장 계급인 총경 400여명이 23일 단체채팅방을 통한 전국 경찰서장 회의 개최를 예고하는 등 윤 후보자에겐 가시밭길이 계속될 전망이다.
윤 후보자는 이날 오전 11시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열린 ‘경찰청장 후보자와 전국 직협대표 등 간담회’에서 행정안전부의 경찰통제안이 불러온 중립성·독립성 훼손 논란을 불식하는 데 주력했다. 그는 “중립성과 책임성이란 경찰제도의 기본 가치가 훼손되지 않게 새 운영제도의 과정을 면밀히 살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윤 후보자는 경찰직협이 그동안 단식과 릴레이 삭발, 삼보일배 등으로 경찰국 신설에 반발해온 것을 감안, 경찰의 숙원과제들을 부각했다. 조직 내부 수습 차원에서 마련한 지난 18일 전국화상회의에서처럼 경찰국 신설 대신 얻어낸 ‘당근책’ 설명에 공들였다.
윤 후보자는 “그동안 구호에 머물렀던 오랜 숙원과제들을 이른 시일 내 현실화하고, 한 분 한 분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게 제 남은 경찰 생활의 모든 걸 바치겠다”고 약속했다. 윤 후보자가 언급한 경찰의 숙원과제들은 경찰공무원의 기본급을 공안직 수준으로 상향하는 ‘공안직(교정직, 검찰직 등)화’, 복수직급제 등이다.
그러면서 그는 “여러분의 기대를 온전하게 충족하진 못했지만, 우리 의견을 상당 부분 반영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국의 인원 80%를 경찰관으로 채운 점, 애초 경찰국장은 치안감 또는 2급 이상 일반직 공무원으로 명시될 수 있었는데 이를 경찰공무원이 맡게 됐다는 점 등이다.
윤 후보자는 “조직 내 다양한 목소리가 경찰이라는 이름으로 한데 어우러질 수 있다면 엄청난 조직 발전의 동력이 될 것”이라며 “지휘부를 믿고 그동안 논의과정에서 보여주신 에너지를 경찰의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윤 후보자의 이러한 ‘호소’는 통하지 않았다. 3시간으로 예정된 간담회가 4시간 가까이 이어지는 동안 일부 직협 회장단은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전했다. 직협 한 관계자는 “경찰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하는데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 이미 늦은 감이 있다”며 “만약 경찰국이 신설돼 중립성이 훼손된다면, 지휘부가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단 뜻을 전했다”고 했다.
삭발에 이어 단식 투쟁을 벌이다 쓰러지기도 했던 민관기 충북 청주흥덕경찰서 직협 회장도 간담회 후 “경찰국 신설은 현행법상 논란의 쟁점이 있기에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간담회에서 (지휘부와) 의견 차이로 평행선을 달렸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다른 관계자 역시 “경찰국 신설은 졸속 추진”이라며 “30년간 현장에서 법을 집행해왔는데 절차상 하자가 있는 경찰제도 개선안에 동의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후보자는 일선 경찰들을 계속 설득하겠단 구상이지만, 직협 측도 경찰국 반대 뜻을 굽힐 분위기가 아니다. 당장 직협은 오는 25~29일 서울역·용산역에서 행안부 경찰국 신설 반대 대국민 홍보전을 진행한다. 직협과 별개로 간부급인 총경들도 오는 23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연다. 이와 관련 윤 후보자는 “얼마든지 다양한 목소리 낼 수 있지만, 총경이란 위치는 다르기 때문에 그게 최선인지 봐야 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경찰 한 관계자는 “경찰국 신설이 기정사실화이라 해도 윤 후보자가 경찰들 마음을 달래지 못하면 취임 후에도 리더십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스킨십을 늘리면서 신뢰를 쌓는 방법뿐”이라고 말했다.
이소현 (atoz@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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