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이후 최대' 13조 감세..고자산가·대기업에 혜택 몰아줬다
정부는 21일 2022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하면서 ‘경제 활력 제고’와 ‘민생 안정’이라는 두가지 방향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법인세를 낮춰 민간 기업 주도로 국가 경제 활력을 불어넣고 소득세를 인하해 고물가 상황에서 서민들에 대한 세제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재정 균형을 고려하지 않은 대규모 감세로 세수 부족 위기를 맞을 위험이 높은데다 민생 안정이라는 구호와는 달리 감세 효과가 대기업과 고자산가에만 집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획재정부가 이날 발표한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이번 세제개편으로 예상되는 세수 감소액은 13조1000억 원이다. 이는 이명박 정부 첫해인 지난 2008년 이후 14년 만에 최대 규모의 세수 감소액이다. 연도별로는 내년 6조4000억 원, 2024년 7조3000억 원이 덜 걷힐 것으로 예상됐다. 대규모 감세 개편이 추진된 법인세(6조8000억 원)와 소득세(2조5000억원)의 세수 감소액이 전체 감소 분의 71%를 차지할 것으로 추계됐다.
전문가들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코로나19 충격이나 경기 침체 위기 등에 대응하기 위한 향후 재정수요가 높을 것이라며 이 같은 대규모 감세는 정부의 건전 재정 기조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유호림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개편안이 이대로 확정되면 국가 재정 적자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경제 성장과 서민 지원을 위해 불가피한 감세라는 입장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8일 세제개편안 상세브리핑에서 “세수 감소 규모는 총 국세 수입의 3% 수준이며 통상적인 국세 증가 규모인 5% 내에 해당한다”며 “이번 세제개편안은 근본적인 세입 기반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민간의 투자와 일자리 창출 주체인 기업과 고물가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중산층을 위해 재원이 쓰여지도록 마련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서민과 중산층 지원을 위한 감세라는 정부의 주장도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법인세를 필두로 한 대규모 감세 혜택은 대기업에 집중돼 있는데다 종합부동산세와 소득세 등 세제 개편 방향도 고자산·고소득자에게 더 유리한 방향으로 설계돼 있다는 것이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세제 개편은 중소기업에 줬던 세제 혜택을 대기업에게까지도 확대하겠다는 대기업 감세 정책”이라며 “정부가 지출 정책과 감세 정책 양쪽을 동원해 기업에 대한 과도한 지원을 주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신자유주의 경제 이론에 충실한 세제 개편”이라며 “소수의 자본가나 대기업에 대한 조세 우대는 늘었지만 중산층과 서민, 사회적 약자층에 대한 조세 부담은 크게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소폭 감소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실제 이번 개편으로 인해 감소하는 13조1000억원의 세수는 법인에 6조5000억원, 개인에 3조4000억원 귀착되는 것으로 추계됐다. 법인 귀착 분 6조5000억원도 대기업에서만 4조1000억원이 줄고 중소·중견기업에서는 2조4000억 원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의 세수 감소 효과 3조4000억원은 서민·중산층에서 2조2000억원, 고소득층에서 1조2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계산됐다. 기업과 고소득층의 세수 감소 효과는 총 7조7000억원으로 서민·중산층, 중소·중견기업의 4조6000억원보다 1.7배 가량 많았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주요 민생 안정 방안으로 제시한 소득세 인하 조치 역시 실제 서민 계층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유찬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전 조세재정연구원장)는 “아주 작은 조정이 이뤄졌기 때문에 실제로는 약간의 세금을 줄여주는 데 지나지 않을 것”이라며 “법인세나 종부세 감세를 통해 얻는 혜택은 굉장히 큰 데 비해 소득세에는 일부만을 대상으로 혜택을 주고 있어 ‘생색내기’ 세제 개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18일 브리핑에서 “세제개편을 통해 우리 경제의 역동성이 제고되고, 조세 경쟁력이 업그레이드된다면 단계적인 위기 극복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도 성장과 세수 확충의 선순환을 통해 재정건전성 달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 위주로 감세 혜택이 돌아가도 이를 통해 기업 투자가 늘어나면 결국 국가 경제 자체가 건실해질 수 있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부가 기대하는 낙수효과 역시 결국 허구라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4년동안 26조가 넘는 법인세가 감세됐지만 낙수효과는 없고 대기업 유보금만 100% 넘게 늘었다”며 “기업들은 돈이 될 것 같으면 세금을 안 깎아줘도 투자를 하지만 돈이 안 될 것 같으면 세금을 아무리 깎아줘도 투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 교수도 “법인세 감세 분은 결국 대기업 오너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경제 전체적으로도 투자와 고용을 늘린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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