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신평사만 믿고 투자한 운용사, 투자자에 손해배상해야"

펀드투자자들, 골든브릿지 상대 1심 패소→2심 일부승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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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준성 기자 = 투자회사가 신용평가사 등이 제공한 정보만을 믿고 투자 대상 자산을 선정·운용했다가 손해를 입은 경우 투자자들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16부(부장판사 차문호)는 21일 펀드 투자자 58명이 골든브릿지자산운용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자산운용사의 책임이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낸 1심을 뒤집은 것이다.

앞서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는 지난 2018년 5월 8일 자회사인 CERCG캐피탈을 통해 1억5000만달러 규모의 해외보증사채를 사모로 발행했으며,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은 특수목적법인(SPC)인 금정제십이차를 통해 CERCG의 외화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한 자산담보부 기업어음(ABCP)을 발행했다.

골든브릿지는 공모 펀드를 통해 금정제십이차가 발행한 ABCP 50억원 어치를 매수했는데, CERCG가 같은달 25일 부도가 나 CERCG가 발행한 해외보증사채도 부도 처리 됐다. 이에 골든브릿지자산운용은 같은해 6월께 해당 펀드에서 ABCP의 평가액을 20%로 낮췄고, 투자자들은 지난 2019년 2월 펀드 가치를 하락시켰다며 골든브릿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심 재판부는 골든브릿지자산운용이 ABCP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2개 신용평가사의 기업보고서와 신용평가서를 확인했고, 이를 근거로 CERCG의 신용도가 안정적이라 믿고 투자했으므로 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제3자가 제공한 자산 정보를 그대로 신뢰해 투자자들에게 제공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면서 "필요한 사항을 가능한 범위 내에서 합리적이고도 충분하게 조사한 다음 신중하게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고 봤다.

특히 과거 해당 펀드가 중국 채권에 투자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특별히 고도의 주의를 다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신용평가서들과 기업보고서를 조금만 주의 깊게 보면 ABCP의 안정성과 수익성을 평가하기에는 부족한 것들이었음을 쉽게 알 수 있었는데, 주의를 다하지 않고 투자에 나섰다"면서 "CERCG 채권의 1차 부도 사실과 내용을 제때 알지 못해 투자자들의 손해 확대를 방지할 기회를 놓쳤다"고도 지적했다.

다만 채권형 펀드는 채권의 지급불능으로 인한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고, 투자자들도 이런 가능성을 충분히 고지받은 점과 투자자들의 손실을 골든브릿지가 이익으로 취득한 것은 아닌 점 등을 고려해 배상액은 청구액 6억5000만원의 70%인 4억5500만원만 인정했다.

법원은 "투자자들을 좀 더 보호할 수 있는 펀드 운용을 유도하고, 특히 이례적 투자대상 자산을 선정할 때는 특성화된 세심한 주의를 할 의무를 부과했다"며 판결 의미를 설명했다.

js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