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택자 37억 집, 종부세 80% 줄어.. 다주택자 징벌과세 폐기
37억 집 시뮬레이션 해 봤더니
종부세 1.3억→2,100만 원으로 뚝
법 개정해야 가능한데 야당은 반대
내년부터 실거래가 20억 원이 훌쩍 넘는 고가 주택 보유자와 2주택 이상 다주택자가 내야 할 종합부동산세(종부세)가 많게는 80% 가까이 줄어들 걸로 추산된다. 정부가 윤석열 대통령 공약에 따라 고가 부동산에 물리는 종부세 부담을 대폭 낮추는 방향으로 '과세 체계'를 싹 바꾸기로 했기 때문이다.
집값 따져 종부세 계산·세율도 19년 수준
기획재정부는 21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22년 세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집이나 토지 같은 부동산 보유자에겐 특정 세금을 물리는데, 바로 재산세와 종부세다. 다만 재산세와 달리 종부세는 조세 형평 차원에서 고액의 부동산 보유자에게만 부과해 '부자만 내는 세금'으로 통한다.
정부는 우선 종부세 과세 체계부터 고쳐 세 부담을 줄여 주기로 했다. 이를 위해 도입한 방식은 3가지다. ①2주택 이상(조정대상지역) 다주택자 중과 제도 폐지 ②종부세율 단일화 및 세율 인하 ③기본공제금액 상향이다.
①종부세 과세 체계를 주택 수 기준에서 주택 가격 기준으로 바꾼다. 현재 다주택자(조정대상지역 2주택 이상·3주택 이상)에게 적용되는 세율은 1.2~6%로 1주택 기본 세율(0.6~3%)보다 배 이상 높다. 다주택자를 투기꾼으로 보고 징벌 과세한다는 취지인데, 오히려 과세 형평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런 기준대로면 서울에 수십억 원짜리 아파트 한 채를 보유한 사람보다 수억 대 아파트 두 채를 보유한 사람이 더 높은 세율을 적용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 기준을 따르면 앞으로 종부세를 매길 때 주택 수를 따지지 않기 때문에, 가령 집을 10채 갖고 있어도 소액 주택이라 과세표준이 3억 원 아래면 최저세율(0.5%·지금은 1.2% 중과 세율)을 적용받는다.
②1주택자(0.6~3%)와 다주택자(1.2~6%)를 구분해 적용하던 종부세율은 내년부터 주택 수와 상관없이 0.5~2.7%의 단일세율로 바뀐다.종부세율 역시 2019년 수준으로 낮췄다. 다만 2018년 이전인 보수정부 때(0.5~2%)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③종부세는 공시가격에서 공제금액을 뺀 뒤 공정시장가액비율(할인율)을 곱해 나온 과세표준(과표)에 종부세율을 적용해 산출한다. 정부는 이번에 과표를 낮춰 주는 핵심 항목인 기본공제금액을 높이기로 했다. 다주택자는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1가구1주택자는 11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상향한다.
④여기에 정부는 1주택자(150%)와 다주택자(300%)에게 달리 적용하는 세 부담 상한도 150%로 단일화한다.
고가 주택 보유자일수록 혜택
①+②+③+④ 효과로 종부세 대상자의 세 부담은 대체로 줄어드는데, 세부적으로 따지면 고가 주택를 여러 채 보유한 사람일수록 세금 인하폭이 커지는 구조다. 이 때문에 '부동산 세제 정상화'라는 정부 입장과 달리 정부가 대규모 '부자 감세'를 해줬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국일보가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에게 의뢰해 종부세 부담이 얼마나 줄어드는지 시뮬레이션한 결과에서도 이런 경향이 두드러진다. 가령 서울과 대전에 집을 세 채(총 공시가 37억 원) 보유한 A씨의 경우 현행 기준대로면 다주택자 중과에 걸려 내년에 종부세로 1억3,200만 원을 내야 하는데, 정부 계획대로 세제 개편이 이뤄지면 고지서에 찍히는 종부세는 2,100만 원으로 84% 줄어든다. 주택 수와 상관없이 공시가 37억 원을 기준으로만 세금을 매긴 결과다.
오히려 1가구1주택자는 내년 종부세가 오를 여지도 있다. 1주택자에게 주는 특별공제 3억 원(기본공제 총 14억 원) 혜택이 올해만 한시로 시행되기 때문이다. 가령 실거래가 23억 원인 마포 래미안 푸르지오(전용 84㎡)의 경우 공시가가 15억 원 수준이라 올해 부과되는 종부세는 0원이지만 내년엔 171만 원 정도 부과될 수 있다. 다만 기본공제금 상향으로 내년부터 공시가 '12억 원' 집(1주택자 기준)까지는 종부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기재부도 이날 시뮬레이션 자료를 냈다. 조정대상지역의 2주택자(총 공시가 30억 원)가 내야 하는 종부세는 올해 7,151만 원이지만 내년에는 1,463만 원으로 80% 줄어드는 걸로 추산됐다.
재산세는 안 줄어… 국회 통과 여부 변수
재산세는 현행 기준대로 부과된다. 앞서 사례로 든 3주택자 A씨는 내년에 300만 원 오른 1,400만 원을 재산세로 내야 한다. 종부세(2,100만 원)와 합치면 보유세로 총 3,500만 원을 내는 셈이다.
우병탁 팀장은 "이번에 주택 가격을 기준으로 과세 체계를 바꾼 건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다주택자에게 물리는 세금이 워낙 가파르게 올라 세율을 2019년 수준으로 낮췄는데도 인하 효과가 큰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구상대로 종부세 과세 체계가 바뀌려면 종부세법을 개정해야 한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반대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법 개정 과정에서 정부안이 대폭 후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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