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택 대표 사퇴하면 'TBS 폐지 조례안' 재고될까
폐지 조례안 철회와 대표 사퇴 동시 요구
TBS 양대 노조가 21일 서울시의회 앞에서 ‘TBS 폐지 조례안 철회 및 이강택 대표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TBS노동조합(1노조)과 전국언론노동조합 TBS지부(2노조)가 “TBS 정상화”를 위한 “조건 없는 연대”를 선언한 지 1주일 만에 첫 대외 행보에 나선 것이다.
두 노조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요구한 사항은 크게 세 가지다. “서울시의회는 일방적이고 폭압적인 TBS 폐지 조례안을 즉각 철회하라. 불신·불통·무책임의 리더십, 이강택 대표는 즉각 사퇴하라. 서울시의회는 대화의 장으로 즉각 나와라.”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후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 이종환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 TBS 폐지 조례안을 발의한 최호정 의원과 면담을 요청하는 공문을 시의회 측에 전달했다.
기꺼이 ‘희생양’ 되겠다는 대표? 시의회에 통할까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국민의힘 시의원들이 지난 4일 발의한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폐지조례안’에 대해 “언론사의 운영을 불가능하게 하는 명백한 언론탄압이며 TBS 400명 구성원들의 생존권을 박탈하는 행위”라고 비판하며 철회를 촉구했다.
그런데 ‘언론탄압’을 규탄하고 조례안 철회를 요구하는 자리에서 왜 대표이사 사퇴 요구까지 나오게 됐을까. 두 노조는 기자회견문에서 “이강택 대표이사를 비롯한 경영진은 TBS가 현재 큰 위기에 빠졌음을 인정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 이강택 대표는 안일하고 무책임한 자세로 이 상황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이 위기를 만들었음을 인정하고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밝혔다. 이강택 대표가 “일련의 언론 인터뷰에서 구성원의 의지와 반하는 내용의 개인 의견을 연달아 피력함으로써 여론을 왜곡시키고 사태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고도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미 이강택 대표의 불신·불통·무책임한 리더십은 조합원의 투표에 의해 심판받았다”고 했다.
TBS노조와 TBS지부는 지난 7~10일과 13일, 각각의 소속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TBS 폐지 조례안 사태에 대한 투쟁 방향을 결정하는 투표를 진행했는데, 전체 투표자의 과반이 이강택 대표의 사퇴 요구를 포함하는 데 찬성했다. 회사가 존폐 위기에 몰린 이 지경까지 온 데에도, 사태를 더 악화시키는 데에도 대표의 책임이 있으니 물러나야 한다는 뜻이다.
일단 대표는 책임지고 물러나고, 이를 명분으로 시의회에는 조례안 철회를 요구하며 대화를 이어나간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강택 대표도 이 같은 상황을 예견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지난 8일 TBS 사보 인터뷰에서 “거취에 연연하지 않겠다”면서 “필요한 때가 오면 제가 그 도구로 명예롭게 활용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대표의 임기는 내년 2월까지다.
“TBS 구성원들 시민 목소리 경청, 시민 불만서 해법 찾아야”
그러나 TBS 노조는 이날 기자회견문에서 TBS를 향한 비판 여론의 핵심인 ‘김어준의 뉴스공장’ 등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보도자료에서 “시민의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고 TBS의 공정방송의 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내부 비판기능이 작동되어야 하며 노동조합이 주도하여 시스템을 개선할 것을 표명한다”고 했으나, 이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나 시민 불만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이런 가운데 폐지 조례안 철회와 대표이사 사퇴를 동시에 요구하는 노조 주장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지난 20일 논평에서 “TBS에 여러 문제가 많지만, 그 가운데 ‘김어준의 뉴스공장’의 편향성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가장 크다. 극단적인 진영 논리에 치우친 김어준의 방송은 시민의 공공 재원으로 운영하는 공영방송이 추구해야 할 저널리즘이 결코 아니다”라면서 “그러나 더욱 큰 문제는 그간 TBS 구성원들이 김어준의 열성 지지층에 기대서, 뉴스공장의 상업적 성취에 취해서 시민들의 누적된 불만과 문제 제기를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언론연대는 “TBS 구성원들은 좀 더 성찰하는 자세로 논의에 임해야 한다”면서 “해법은 다른 데 있지 않다. 이제라도 TBS에게 등 돌린 시민들을 마주 보고, 그들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그래야만 서울시민 공동체의 지지를 받는 지속가능한 방송사로 나아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TBS 사태를 정치탄압과 저항의 이분법적 구도로 몰아가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다. 이런 식의 규정은 문제를 지나치게 단순화할뿐더러 TBS 논의를 또다시 진영대결로 빠트릴 위험이 크다”며 “TBS를 비롯한 관계 주체들이 그들의 정당한 질문과 불만에 책임 있게 답변해 나갈 때 권력의 부당한 개입도 막아낼 수 있다. TBS는 시민의 불만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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