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알리지 않은 통신자료 수집 헌법불합치"[종합]

2022. 7. 21.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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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지 규정 없이 통신자료 조회 가능 현행법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
"통신자료 취득 자체 아닌 통지가 없는 게 문제"
'통신 사찰' 논란 공수처, "법 개정 논의 적극 참여"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선고를 앞두고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수사·정보기관이 이동통신사를 통해 가입자의 개인정보를 받기 전후, 이에 대한 별도 통지를 규정하지 않은 현행법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21일 한국형사소송법학회 등이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 등에 대해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이날 결정에 따라 국회는 2023년 12월 31일까지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해야 한다.

아울러 헌재는 이날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등이 2016년 “국가정보원·경찰·검찰·군 등 수사·정보기관의 통신자료 무단수집 행위는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도 함께 판단했다. 또한 ‘서해 피격 공무원’의 유족을 대리하는 김기윤 변호사가 검·경으로부터 통신조회를 당한 것에 대해 낸 헌법소원 등에 대해서도 같은 결정을 내렸다.

“통신자료 취득 자체 아닌 통지가 없는 게 문제”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선고를 앞두고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

문제가 된 조항은 법원이나 검사, 수사·정보기관의 장 등이 재판이나 수사, 정보 수집 등을 위해 전기통신사업자(이동통신사)에 통신자료의 열람과 제출을 요청하면, 이동통신사가 해당 요청에 따를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동통신사가 제공할 수 있는 가입자 정보는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주소와 전화번호, 아이디(ID)와 가입·해지일 등이다. 다만, 현행법에는 통신자료를 수사기관에 건네기 전 사전 통지나, 통신자료를 받은 수사기관의 사후 통지를 규정하는 조항이 없다.

헌재는 “통신자료 취득 자체가 헌법에 위반된다는 것이 아니라 통신자료 취득에 대한 사후통지절차를 마련하지 않은 것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것”이라며 “단순위헌 결정을 하게 되면 법적 공백이 발생하게 된다”고 밝혔다. 수사기관 등이 통신자료를 요청해 받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그 과정 전후에 개인정보 주인에게 이러한 사실을 알리지 않는 것은 헌법에 맞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현재는 “당사자에 대한 통지는 당사자가 기본권 제한 사실을 확인하고 그 정당성 여부를 다툴 수 있는 전제조건이 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며 “통신자료를 취득한 이후에 수사 등 정보수집의 목적에 방해가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통신자료의 취득 사실을 이용자에게 통지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종석 재판관은 별개 의견을 통해 “수사기관 등의 통신자료 취득이 개인정보자기결정권뿐만 아니라 개인의 사생활이나 통신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제한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수사기관 등이 취득하는 통신자료는 민감 정보로 확대될 수 있는 위험성을 가진 정보들”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헌재는 이날 ‘법률 자체의 위헌성’에 대해서만 판단하고, 함께 청구된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조회 행위’ 자체에 대한 위헌성은 살피지 않았다. 공권력이 행사된 경우여야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데, 수사기관 등의 통신자료 제공 요청은 거절 시에도 이동통신사에 별도 불이익이 없어 공권력 행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통신 사찰’ 논란 공수처, “법 개정 논의 적극 참여할 것”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지난 4월 12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정부종합과천청사 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

이번 사건은 지난해 말 불거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통신조회 논란 이후 더욱 주목받았다.

공수처의 ‘통신사찰 의혹’은 지난해 공수처가 ‘고발사주 의혹’과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의 ‘공소장 유출 의혹’ 등을 수사하면서, 정치인과 법조인, 언론인과 시민사회 인사들에 대한 광범위한 통신조회를 벌인 사실이 드러나며 불거졌다. 공수처의 통신조회 대상에는 공수처의 ‘황제조사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 기자들을 포함, 국민의힘 의원들까지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형소법학회와 국민의힘 등은 지난 1월 “수집 목적과 대상이 너무 포괄적이어서 수사기관에 의한 무차별적인 개인정보 수집이 가능하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이날 헌재 결정 직후, 공수처는 입장문을 통해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른 후속 조치로 향후 국회가 해당 법 조항 개정을 추진할 경우, 논의 과정에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법 개정이 이뤄지기 전이라도 공수처가 자체적으로 마련한 내·외부의 제도적·기술적 통제 장치를 통해 통신자료 확보 과정에서 적법성을 넘어 적정성까지도 지속적으로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po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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