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기간에도 집회 열 수 있다..헌재, 선거법 조항에 위헌 결정

허진무 기자 2022. 7. 21.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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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김어준씨와 주진우 기자가 제19대 총선 선거 기간인 2012년 4월 부산대 앞에서 토크 콘서트를 열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헌법재판소가 선거 기간에 선거에 영향을 주는 집회나 현수막을 금지한 공직선거법 조항들이 집회의 자유와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해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이제부터 시민들은 선거 기간과 상관없이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집회를 열 수 있다.

헌재는 21일 ‘누구든지 선거기간 중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 향우회·종친회·동창회·단합대회 또는 야유회, 그 밖의 집회나 모임을 개최할 수 없다’고 규정한 공직선거법 제103조 제3항 중 ‘향우회·종친회·동창회·단합대회 또는 야유회’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대해 재판관 6대3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선거기간에도 향우회·종친회·동창회·단합대회·야유회를 제외한 집회·모임이 가능해진 것이다.

헌재는 집회 금지의 공익에 비해 기본권 침해가 중대하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단순히 선거의 공정성이라는 추상적인 위험성을 들어 집회나 모임을 전면적·포괄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정당화하기 어렵다”며 “사실상 선거와 관련된 집단적 의견표명 일체가 불가능하게 됨으로써 일반 유권자가 받게 되는 집회의 자유, 정치적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 정보는 매우 크다”고 밝혔다.

또 “선거에서의 기회균등 및 선거의 공정성에 구체적인 해악을 발생시키는 게 명백하다고 볼 수 없는 집회나 모임의 개최, 정치적 표현까지 금지·처벌하는 것은 과도하게 집회의 자유,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했다.

다만 이선애·이종석·이영진 재판관은 “특정 후보자의 당선이나 낙선을 도모하는 집회나 모임에 한정해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라며 “선고의 공정성 확보를 위한 필요·최소한의 수단으로서 불가피한 규제”라고 반대 의견을 냈다.

선거 기간 집회 금지에 대한 헌법소원은 방송인 김어준씨와 주진우씨가 청구했다.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진행자였던 김씨와 주 기자는 제19대 총선 기간인 2012년 4월 민주통합당 정동영·김용민 후보를 공개 지지하며 서울과 부산에서 ‘토크 콘서트’를 개최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졌다.

두 사람은 2018년 2월 1심 재판부가 벌금 90만원을 선고하자 공직선거법 조항이 정치적 표현과 집회·결사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지만 기각당했다. 이들은 2심 재판을 받던 그해 4월 헌법소원을 냈다. 2심 재판은 진행 중이다.

헌재의 위헌 결정으로 해당 조항은 즉시 효력을 잃었다. 당장 이날부터 일반 유권자도 선거 후보자처럼 공개된 장소에서 집회를 열거나 연설을 할 수 있다. 2024년 4월10일 치르는 22대 총선에서는 선거 기간 집회나 모임 등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대검찰청은 “구체적인 헌재 판결 내용을 확인해 그 취지 등을 검토해 볼 것”이라며 “위헌 판단이 나온 법률로 기소된 공소사실은 철회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밝혔다.

헌재는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현수막과 광고물 설치, 인쇄물의 배부 등을 금지한 조항들, 후보자와 선거사무원 외에는 어깨띠를 비롯한 표시물을 사용해 선거운동하는 것을 금지한 조항에 대해서도 이날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확성장치를 사용한 선거운동 금지 조항은 합헌 결정했다.

헌재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이유에 대해 “정치적 표현 행위의 방법을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로 허용할 것인지는 입법자가 충분한 논의를 거쳐 결정해야 할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헌법불합치란 위헌성이 인정되지만 즉시 무효에 따른 혼란이 예상돼 국회가 법을 개정할 때까지 효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현수막과 광고물 설치, 인쇄물 배부, 어깨띠 사용 등은 헌재가 법 개정 시한으로 정한 내년 7월31일까지 여전히 할 수 없다. 만약 그때까지 국회가 법을 개정하지 않을 경우 그 다음날부터 전면 허용된다.

시민단체들은 “의미있는 결정”이라며 환영했다. 용산참사 유족 이충연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살인진압을 명령했던 자가 국회의원이 되면 안 된다고 말했던 것이 저희 유족들의 죄입니까”라며 “헌재의 결정은 저희의 이런 정당한 싸움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해준 것”이라고 말했다. 유족들은 용산참사 당시 서울경찰청장이었던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의 총선 출마를 공개 비판한 발언 때문에 2016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참여연대는 논평을 통해 “헌법재판소 결정을 환영한다”며 “문제적 후보에 대한 공천 반대나 낙선운동, 정책선거와 투표참여를 호소하는 것은 유권자의 당연한 권리이며, 자유로운 의사표현과 정보 교환은 공정한 선거와 민주주의의 발전에 기여한다”고 밝혔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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