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의 손배 소송, 식물노조로" 대우조선에 돌아온 노무전략 '망령'

신다은 2022. 7. 21.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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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인상과 노동조합 인정 등을 요구하며 50일째 파업 중인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이 대우조선해양 및 협력업체 협의회(하청업체 대표)와 파업 손해와 관련한 민형사상 면책을 두고 막판까지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21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조선하청지회)는 20일과 21일 하청업체와 한 교섭에서 △하청업체가 별도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지 말 것 △하청업체가 파업 조합원들을 업무방해로 고소 및 징계하지 말 것 등을 요구했으나,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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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파업]"7천억원 피해 봤다" 주장 대우조선 원청 손배예고
개별 하청업체도 업무방해 피해 손배소 방침 고수
점거 농성 중인 원유운반선으로 공권력이 투입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커지자 대우조선하청 하청 노동자 110여명이 지난 20일 오후 선박 앞 수문에 일렬로 서서 망을 보고 있다. 이 자리는 바로 앞이 30m 낭떠러지, 뒤로는 바다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임금 인상과 노동조합 인정 등을 요구하며 50일째 파업 중인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이 대우조선해양 및 협력업체 협의회(하청업체 대표)와 파업 손해와 관련한 민형사상 면책을 두고 막판까지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쟁의행위를 이유로 손해배상 소송 등을 제기하는 사쪽 관행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21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조선하청지회)는 20일과 21일 하청업체와 한 교섭에서 △하청업체가 별도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지 말 것 △하청업체가 파업 조합원들을 업무방해로 고소 및 징계하지 말 것 등을 요구했으나,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7일째 교섭도 결렬됐다. 

조선하청지회는 대우조선해양 원청에도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을 통해 △손해배상소송 제기 범위를 조선하청지회 임원 5명으로 좁혀줄 것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은 지난달 22일부터 지회가 시작한 거제 옥포조선소 제 1도크(배 만드는 작업장) 점거로 선박 진수(공정이 끝난 배를 도크에서 안벽으로 옮기는 작업)가 늦어져 7천억원의 피해를 입었다며 손해배상소송을 예고한 바 있다.

쟁의행위를 벌이는 노동조합을 상대로 사쪽이 천문학적인 액수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는 관행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2002년 두산중공업이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노동조합 간부와 조합원을 상대로 65억원의 손해배상액을 청구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노조 간부 배달호씨는 조합비와 임금, 살던 집까지 가압류당하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11년 한진중공업도 정리해고 투쟁을 한 노동조합을 대상으로 158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노조 조직차장이었던 최강서씨는 이를 문제삼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같은 해 현대자동차도 자동차 공장 생산라인을 점거한 하청지회를 상대로 90억원 손배소를 내 승소했다. 그 뒤로도 씨제이(CJ)대한통운, 아사히글라스 등 사쪽의 손해배상소송 제기 관행이 끊이지 않은 탓에, 지난 2014년엔 관련 피해자들이 ‘손잡고’라는 시민단체를 만들 정도였다.

회사 쪽의 손해배상소송은 파업에 대한 금전적 보상 요구라기보다는 노조활동을 위축시키기 위한 전략에 더 가깝다. 2012년 삼성그룹의 ‘노사전략 문건’을 보면 “고액의 손해배상 및 가처분 신청 등을 통해 경제적 압박을 가중시켜 활동을 차단하고 식물노조를 만든 뒤 노조해산 유도”라는 문구가 나온다. 2011년 유성기업이 만든 ‘유성노조 가입확대 전략' 문건에도 “수천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이 진행되면 소송의 당사자와 조합원들의 압박감이 더욱 커질 것으로 판단된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민사책임이 면책되는`합법파업'의 범위를 폭넓게 인정하는 독일 등과 달리 한국은 면책 조항이 사실상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법원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을 좁게 해석하는 탓이다.이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을 좁게 해석한 한국 법원의 영향이 크다. 기존 판례들은 손해배상소송 면책이 가능한 ‘합법파업’의 조건을 좁게 규정하고 그 외의 쟁의행위는 모두 손해배상소송이 가능하도록 허용해왔다. 노동조합법에 ‘사용자가 쟁의행위로 손해를 입더라도 노동조합이나 개별 노동자에게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면책 조항이 있긴 하지만, 이는 법원이 정하는 세세한 파업 절차와 내용을 모두 지킨 ‘합법 파업’에만 해당한다. 하청 노동자의 원청 사업장 점거와 같이 현행법 틀 안에서 합법으로 판단 받기 어려운 쟁의행위에 대해선 여전히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는 게 법원의 일관된 태도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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