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유엔에 '신장위구르 인권 보고서' 발간 막기 위해 로비 벌여"
중국이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의 신장위구르자치구 내 인권상황에 관한 보고서 발간을 막기 위해 로비를 벌여온 정황이 포착됐다.
로이터통신은 20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유엔 주재 외교관들에게 신장위구르 인권 보고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중국 측은 서한에서 “신장에 대한 평가는 우리의 중대한 관심사”라며 “만약 이 평가가 발표된다면 인권 분야의 정치화와 분열 및 대립을 심화시키고, OHCHR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회원국 간 협력에도 해가 될 것”이라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중국이 OHCHR이 위치한 스위스 제네바에서 로비를 벌여온 사실을 확인했다. SCMP는 한 유럽 고위 외교관을 인용해 “중국이 제네바에서 (신장위구르) 보고서를 묻기 위해 매우 열심히 로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보고서가 실제로 공개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현 유엔 시스템은 중국에 지나치게 의존적”이라 전했다.
지난 몇 달간 국제사회는 OHCHR이 보고서 발간을 미뤄왔다며 비판해왔다. OHCHR의 수장인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가 지난해 9월 “신장의 심각한 인권침해 혐의와 관련된 정보를 확인하는 마지막 단계에 있으며, 이를 대중에 공개할 예정”이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명확한 이유 없이 보고서 공개가 연기됐기 때문이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국제사회가 거듭 보고서 공개를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이를 찾아볼 수 없다며 “신장의 잔학행위와 중국 전역의 인권 침해 및 학대에 대한 명백한 증거에도 인권최고대표가 계속 침묵을 지키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네덜란드 등 47개 유엔 회원국은 지난달 바첼레트 대표에게 보고서를 당장 공개할 것을 촉구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바첼레트 대표가 중국에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그는 지난 5월 유엔 인권최고대표로서 17년 만에 중국 신장을 방문했지만, 방문 직후 기자회견에서 “이번 방문은 조사가 아니었다”고 밝히면서 인권단체와 서방사회로부터 ‘맹탕 방문’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실제로 바첼레트 대표의 방중은 애초에 ‘조사’가 아닌 ‘우호 방문’을 전제로 허용됐으며, 그는 방문 기간에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했고 구금된 위구르인이나 그들의 가족과 접촉하지도 못했다. 이후 중국은 바첼레트 대표의 방문을 대내외 선전에 활용하려는 모습까지 보였다. 마자오쉬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바첼레트 대표에게 신장을 직접 관찰할 기회를 제공했다”면서 “신장을 방문한 이들은 모두 신장이 서방 언론에서 악마화한 것과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은 로비 의혹에 대해 허위 정보로 중국을 먹칠하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바첼레트 대표는 지난 5월 중국을 방문해 인권이 발전하고 주민들이 행복하고 충실한 삶을 사는 ‘진짜 신장’을 직접 경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허위 정보를 이용한 비난과 공격에 단호히 반대한다”면서 “신장 문제를 빌미로 정치적 농간을 부리고 중국의 명성을 더럽히고, 중국을 억압하려는 소수 국가의 시도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 밝혔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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