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800억대 세금소송' 재판 취소 결정..역대 세 번째(종합)
"재심대상 판결까지 취소해야" 일부 반대의견
(서울=뉴스1) 류석우 기자 = 모두 합쳐 800억원대의 세금이 걸려있는 재판에서 헌법재판소가 재판취소 결정을 내렸다. 역대 세 번째 재판취소 결정이다.
지난달 역대 두 번째로 법원의 재판취소를 결정한 헌재가 한 달도 되지 않아 더 큰 규모 사건의 재판취소를 결정한 것이다.
헌재는 21일 GS칼텍스와 AK리테일, KSS해운이 대법원의 재심청구 기각 판결을 취소해달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취소 결정했다.
옛 조세감면규제법 부칙 제23조에 대한 헌재 한정위헌 결정의 기속력을 부인한 법원의 재심기각 판결이 GS칼텍스 등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했다는 이유에서다.
헌재는 "법률에 대한 위헌결정의 기속력을 부인하는 법원 재판은 그 자체로 헌재 결정의 기속력에 반하는 것"이라며 "법률에 대한 위헌심사권을 헌재에 부여한 헌법의 결단에 정면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 사건 재심기각 판결 및 재심상고기각 판결은 모두 법률에 대한 위헌결정의 기속력에 반하는 재판"이라며 "이에 대한 헌법소원은 허용되고 청구인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했으므로 재판이 취소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한정위헌 결정 이전에 확정된 법원 판결 및 재판의 시작이 된 과세처분은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지 않아 부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이석태·이영진 재판관은 반대의견을 냈다. 이들은 "이 사건 과세처분의 근거가 된 법률조항에 위헌결정이 있었고 법원 재판이 취소될 수 있는 재심 절차가 법에 마련돼 있는데도 법원 스스로 이를 위반해 해당 재판이 취소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경우 법원의 확정판결이 가지는 효력인 기판력에 의한 법적 안정성을 더 이상 유지시킬 이유가 없다"며 "헌재는 법원이 훼손한 헌법 우위의 법질서를 바로 잡고 국민의 기본권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구제하기 위해 예외적으로 행정처분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요컨대 법원이 한정위헌 결정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고 재심 청구를 기각했으니 더이상 법원의 확정판결 효력을 존중할 필요가 없고 헌재가 직접 과세처분 자체를 취소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 사건은 옛 조세감면규제법에 의해 도합 800억원대의 세금을 물게 된 GS칼텍스 등이 대법원 판결을 취소해달라며 헌재에 낸 헌법소원 사건이다.
GS칼텍스는 앞서 2004년 세무당국으로부터 707억원의 법인세 부과 처분을 받았다. 상장기간 내 상장을 하지 않거나 자산재평가를 취소한 경우 법인세를 다시 계산해 부과하도록 규정한 옛 조세감면규제법 부칙 제23조에 근거해서다.
이에 GS칼텍스는 법인세 부과취소소송을 내고 헌재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 중 법인세 부과취소소송은 파기환송심을 거쳐 패소가 확정됐다. 반면 헌법소원 사건에서 헌재는 "법률이 전부 개정된 경우 기존 법률을 폐지하고 새로운 법률을 제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종전 본칙은 물론 부칙 규정도 경과규정을 두거나 계속 적용한다는 등의 규정을 두지 않는 이상 전부개정법률의 시행으로 인해 실효된다"며 한정위헌 결정을 내렸다.
GS칼텍스는 헌재 결정을 근거로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지만 기각됐고 2013년 재심청구 기각 판결을 취소해달라는 헌법소원심판을 다시 청구했다.
AK리테일과 KSS해운도 옛 조세감면규제법 부칙 제23조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한정위헌 결정을 받았고 이에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이들도 GS칼텍스처럼 재심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헌법소원을 냈다. AK리테일에는 104억원, KSS해운에는 65억원이 걸려있다.
헌재가 이번에 재판취소 결정을 내리면서 이들은 다시 소송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대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소송 당사자만 양 기관 사이에서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번 사건은 액수가 커 이같은 방식으로 사건이 종결되지 않고 양 기관 사이에서 재판이 무기한 반복될 수 있다.
대법원은 이날 "이전에 발표한 입장과 변함이 없다"는 간략한 입장을 냈다. 앞서 대법원은 헌재의 역대 두 번째 재판취소 결정이 나온 뒤 "법원의 권한에 대해 다른 국가기관이 법률의 해석기준을 제시해 법원으로 하여금 구체적 분쟁사건에 적용하도록 하는 등의 간섭을 하는 것은 사법권 독립의 원칙상 허용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sewry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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