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의료사고 '손배 대불비' 징수법 헌법불합치..금액 불명확"

김재환 2022. 7. 21.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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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의료사고로 인한 손해배상금을 대신 지급하고, 그 비용을 의료기관 개설자들로부터 징수하도록 한 법 조항에서 구체적으로 얼마의 금액을 거둬들이는지 규정하지 않은 것은 위헌이라는 판단이 나왔다.

그 경우 의료분쟁조정법 47조 2항에 따라 A씨 등과 같은 보건의료기관 개설자들은 손해배상금의 대불에 필요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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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의료사고 손해배상 대불비용 징수 규정
'액수·기준' 명시 않고 대통령령에 위임
헌재 "산정기준 및 징수요건 명시해야"
"정부 자의적 권한행사로 재산권 침해"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1일 서울 종로구 헌재에서 열린 7월 심판사건 선고에 참석하고 있다. 2022.07.21.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재환 기자 = 정부가 의료사고로 인한 손해배상금을 대신 지급하고, 그 비용을 의료기관 개설자들로부터 징수하도록 한 법 조항에서 구체적으로 얼마의 금액을 거둬들이는지 규정하지 않은 것은 위헌이라는 판단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21일 오후 A씨 등이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47조 2항을 상대로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7대2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의원급 의료기관을 개설한 A씨 등은 지난 2018년 의료사고로 인한 손해배상금 일부를 내라는 처분을 받았다.

의료사고 피해자가 소송에서 이겨도 손해배상금을 받지 못하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손해배상금을 대불(대신 지불함)하게 된다. 그 경우 의료분쟁조정법 47조 2항에 따라 A씨 등과 같은 보건의료기관 개설자들은 손해배상금의 대불에 필요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문제는 보건의료기관 개설자들이 구체적으로 얼마나 부담해야 하는지는 법에 명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의료분쟁조정법은 부담 비용의 금액 등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한다.

이런 점에서 헌재는 의료분쟁조정법 47조 2항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앞서 헌재는 2014년 대통령령에서 금액 등을 정하도록 한 법 조항은 합헌이라고 본 바 있다. 당시엔 손해배상금 대불 제도의 도입 초기였는데, 부담 비용이 적정선에서 관리되고 있어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현재는 의료사고 피해자의 손해배상금 대불 청구가 늘고 있음에도 이를 적절히 채우지 못해 재원이 고갈됐고, 보건의료기관 개설자에 대한 부담금 추가 징수가 반복됐다는 게 헌재 설명이다.

이처럼 추가 부담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보건의료기관 개설자가 대략적으로 얼마나 부담해야 하는지 산정기준이나 추가 징수 요건 등을 법에서 명시해야 한다고 했다.

부담금 징수를 대통령령에 맡기고 있어 국회의 통제를 받지 않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행정부의 자의적 권한 행사로 국민의 재산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의료분쟁조정법 47조 2항을 단순위헌 결정할 경우 대불비용의 부담금을 징수할 법적 근거가 사라져 혼란이 초래되므로, 국회는 오는 2023년 12월31일까지 개선입법을 하라고 했다.

한편 보건의료기관 개설자들에게 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건 부당하다는 주장에 관해선 "개설자들은 당장의 채무를 변제하지 않아도 되고 손해배상과 관련한 분쟁이 신속하게 종결돼 직접적인 효용을 얻게 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밖에 유남석·이미선 재판관은 "의료사고의 유형이나 발생 빈도, 이로 인한 피해 규모 등은 의료기술의 발전 정도나 사회적 환경 변화에 따라 수시로 변동될 수 있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공감언론 뉴시스 cheerleader@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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