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또 재판취소 결정..헌재는 "틀리다", 대법원은 "맞다" 누구 말 들어야 하나

박용필 기자 2022. 7. 21.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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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21일 대법원의 확정 판결을 취소했다. 올해 들어서만 두 번째다. 얼마 전 대법원은 ‘헌재는 판결을 취소할 권한이 없다’며 헌재의 재판 취소 결정을 무시했는데, 헌재가 다른 사건에서 또 대법원의 확정 판결을 취소한 것이다.

헌재는 GS칼텍스 등이 법원의 재심 기각 판결을 취소해달라고 청구한 헌법소원 심판 사건에서 이날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청구를 인용했다.

GS칼텍스 등은 2004년 세무당국으로부터 자산재평가세 등 700억원을 부과당했다. 주식상장을 조건으로 세금을 감면받았으나 상장을 하지 못해 세금 감면이 취소됐기 때문이다. GS칼텍스 등은 불복소송을 냈고, 세금 감면 취소의 근거 규정인 구 조세감면규제법 부칙 23조에 대해 헌법소원도 냈다.

법원은 GS칼텍스 등의 청구를 기각했다. 하지만 헌재는 부칙 23조에 대해 ‘한정위헌’ 결정을 내렸다. 법이 개정됐는데도 개정 이전의 부칙을 유효하다고 본 법원의 해석은 위헌이라는 것이다. GS칼텍스는 이 한정위헌 결정을 근거로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은 청구를 기각했다. 이에 GS칼텍스 등은 헌재에 법원의 재심 기각 결정을 취소해달라고 청구했다. 그리고 이날 헌재는 ‘한정위헌’도 ‘위헌’이고, ‘위헌 결정은 재판에 기속력(결정에 따라야 하는 효력)을 갖는다’며 법원의 재심기각 결정을 취소했다.

다만 헌재는 ‘700억 과세 처분’과 과세처분 취소소송 패소 판결 자체는 2012년 한정위헌 결정 이전에 나온 것이므로 심판 대상이 아니며, 취소할 수 없다고 했다. 대법원이 GS칼텍스의 재심 청구를 기각한 부분만 취소하라는 것이다.

헌재는 이날 KSS해운이 제기한 조세 소송과 롯데디에프리테일의 소송 관련 대법원의 재심 기각 판결도 같은 취지로 취소했다.

헌재가 대법원의 확정판결을 취소한 것은 25년 전 처음 나온 이후 최근 들어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헌재는 1997년 이길범 전 의원의 ‘소득세법’ 사건에 대한 법원의 재심 청구 기각 판결을 취소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헌재의 한정위헌 결정을 무시하고 재심 청구를 기각한 대법원의 판결을 취소했다. 이에 대법원은 “헌재는 법률의 위헌을 따질 수 있을 뿐 법 해석의 위헌성을 따질 권한은 없다”며 “법 해석의 위헌성을 문제 삼아 법원의 판결을 취소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그런데 헌재가 이날 다시 법원의 판결을 취소한 것이다.

쟁점은 법원의 법 해석도 헌재의 위헌심판 대상이 되느냐는 것이다. 헌재는 법률 자체의 위헌성뿐 아니라 그 법을 위헌적으로 해석하는 경우에 대해서도 헌재가 심판할 권한을 갖는다고 본다. 반면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법 해석을 판단할 권한까지 갖는 것은 ‘법을 해석할 권한은 법원에 있다’고 규정한 헌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두 기관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지만 중재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헌재가 당사자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결국 ‘헌재의 한정위헌 결정→재심 청구→재심청구 기각→재심청구 기각 판결 취소 청구→재심청구 기각 판결 취소→판결 취소 무시’가 반복될 수 있다. 법의 보호를 받아야 할 피해자가 제때 보호를 받지 못하거나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할 가해자가 제때 심판받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박용필 기자 phi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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