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출발기금'이 연쇄 부실 부작용을 낳지 않으려면
[이현주 전국신용보증재단노조협의회 의장]
요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인기를 얻고 있다. 자폐 장애 스펙트럼을 지닌 변호사가 어려운 문제를 따뜻한 시선을 갖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결해 나가고 있어 국민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엔 '이상한 대통령과 그의 정책들'이 있다. 따뜻한 시선으로 어려운 문제를 대충 해결하려 하고 있으니,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공감을 얻지 못하는 이유를 하나의 사례로 찾아보자.
지난 14일 대통령 주재로 비상경제민생회의가 열렸다. 금융부문의 민생안정을 위해 ➀자영업자‧소상공인의 금융애로 완화 ➁주거관련 금융부담 경감 ➂청년 등 재기지원을 위한 채무조정 강화 ➃서민‧저신용층 금융지원 보완 및 민생범죄 근절이라는 대책이 마련됐다. 이 중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위해 마련된 '소상공인 새출발기금'에 대해 소상공인 직접지원 기관인 우리 지역신용보증재단의 입장에서 다루어 보기로 한다.
새출발기금이란 코로나19로 인해 기존 채무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다. 한국자산관리공사에서 설립한 특수목적법인이 30조 원 규모로 부실(우려) 채권을 매입하여 채무조정을 실시하게 된다. 기금 신청자에게 1~3년의 거치기간을 주고 최대 10~20년으로 장기‧분할상환을 유도하는 한편, 대출금리도 인하하는 혜택이 있다. 금융위원회는 연체기간이 90일 이상인 부실차주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원금의 60~90%를 감면 해주겠다고도 밝혔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새출발기금 출범과 맞물려 "정부정책에서 빠진 것은 금융권에서 답해 달라"고 주문했다. 적은 예산으로 큰 정책효과를 노려야하는 금융당국은 국내 4대 금융지주가 역대 최대의 순이익을 거둔 지금 시점이 제도 정착을 위해 적절하다 판단한 듯 보인다.
그러나 새출발기금의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허술함이 심각하다.
새출발기금의 지원 대상은 코로나19 피해로 인해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 지원 대상이 된 업종 혹은 손실보상금/손실보전금 지원 업종을 영위중인 개인사업자 또는 법인 소상공인으로 연체가 이미 발생한 '부실차주' 이거나 부실이 우려되는 조건에 해당하는 경우 '부실우려차주'다. 코로나19로 피해보지 않은 소상공인‧자영업자는 손에 꼽기도 힘드니 사실상 소상공인 전체가 부실차주이거나 부실우려차주라 봐도 무방하다.
우선 지원 대상인 부실차주와 부실우려차주의 구분이 모호하다. 부실우려차주는 6가지 요건 중 하나를 충족하면 해당하고, 부실차주는 3개월 이상 연체가 발생하면 해당된다. 부실우려차주에서 부실차주로의 진입장벽은 없다. 이렇다보니, 부실우려 차주의 경우 부실차주에게 적용되는 원금감면혜택(60~90%)이라는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다. 최근새출발기금 정책이 발표됐고 10월 시행예정이라고 하니, 당장 오늘부터 상환을 하지 않고 연체를 시작하면 부실우려차주가 아닌 부실차주가 되어 원금을 60~90% 감면받게 된다.
물론 모든 차주가 혜택을 노리고 부실차주의 자격을 추구하지는 않겠지만, 정책설계상 실패다. 현실에서는 대책이 아닌 오히려 문제를 더 키우는 트리거가 되어 부실차주인 소상공인을 대거 양산하는 도미노 효과를 일으킬 수 있고, 정부가 마련한 규모의 미미한 예산수준으로는 선착순이 될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 신청과 접수를 받는 실무 현장은 아비규환이 될 것이다. 전국의 신용보증재단과 관련기관들은 코로나19 피해지원 당시 겪은 상황을 다시 한 번 겪게 될 것이다.
금융위와 한국자산관리공사는 담보여부, 부실우려차주와 부실여부에 따라 채권 매입가격을 어떻게 책정할지를 준비 중이다. 지역신보에서 보증서를 발급할 시 담보를 요구하지 않기에 대부분 무담보 부실우려/부실채권으로 분류되어 담보채권 대비 낮은 가격에 매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가격을 책정하는 계산식은 복잡하니 생략한다. 구체적인 숫자는 공개전이다. 한정된 예산으로 큰 효과를 보고자하는 것이 정책입안자의 생각일 것이니, 지역신용보증재단이 보유한 채권이 헐값에 매각될 것임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문제는 이로부터 파급될 손실에 대한 대책이 전무하다는 데 있다. 이에 대해 수차례 관계기관에 문의하였으나, 현재로서는 별도 대책이 없다는 답변만 되돌아오고 있다. 새출발기금 30조 원 중 지역신용보증재단의 채권이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할지 가늠되지 않는다. 지역신용보증재단의 부실화로 중소자영업자의 금융안전망이 훼손되는 최악의 결과까지 예견된다.
빚 탕감 정책에 대한 여론이 들끓으니, 정부와 여당이 진화에 나서고 있단 소식도 들린다. 따뜻한 마음으로 시작한 정책에 디테일을 포함하여 우영우 변호사 같은 지혜로운 대책을 마련에 나서길 바란다. 지금까지의 일은 그냥 '우당탕탕'한 것으로 흘릴 수 있도록...
[이현주 전국신용보증재단노조협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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