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에 강한 유감" 북송 정쟁 키우는 통일부..16명 살해 "검찰수사 봐야" 달라진 입장

박광연 기자 2022. 7. 21.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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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웅 통일부 차관이 지난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서해 공무원 사망사건 TF 소속 의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통일부가 21일 ‘탈북 어민 북송사건’과 관련해 “법원을 제외한 누구도 탈북 어민이 흉악범인지 여부를 인정 또는 판정할 권한이 없다”고 주장했다. 강제 북송이 아니라는 야당 주장을 정면 반박하며 정치 공방의 불씨를 키우는 양상이다.

통일부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전날 더불어민주당 서해공무원사망사건TF(태스크포스)가 탈북 어민 북송사건 문제로 권영세 통일부 장관과 면담한 뒤 발표한 내용을 일일이 반박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강제 북송된 탈북 어민이 북한에서 16명을 살해한 흉악범이라는 것과 관련해 권 장관은 단지 ‘합동조사 결과가 그렇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라고 언급했음에도 민주당TF는 ‘통일부 장관이 (흉악범이라고) 인정했다’라고 과장 발표했다”며 “이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원을 제외한 누구도 흉악범인지를 인정하거나 판정할 권한이 없다”고 주장했다.

2019년 11월 당시 선원 16명을 살해한 흉악범이기에 탈북 어민 북송이 정당했다는 민주당 주장을 반박한 셈이다. 통일부가 북송 당시 사진과 동영상을 공개한 데 이어 야당에 직접 맞서는 장면을 연출하며 정치적 논란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탈북 어민이 흉악범이었는지에 대한 통일부 판단은 달라지고 있다. 조중훈 대변인은 지난 11일 브리핑에서 ‘3년 전 어부 2명이 동료 선원을 살해했다는 판단은 지금도 유효한가’라는 질문에 “2019년 11월 국회에 관련 내용을 상세히 보고드린 바 있으니 참고해달라”고 말했다. 당시 통일부는 국회에 “범인들은 선원들을 잔인하게 살해했다”고 보고했고, 이상민 당시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흉악 범죄자로서 국제법상 난민으로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16명을 살해했다는 데 대한 판단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기에 그 결과를 기다려보는 게 맞다”며 “사실인지 아닌지에 대한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탈북 어민들이 동료를 살해했다는 문재인 정부 발표의 사실관계를 문제삼고 있는 국민의힘 일각의 주장과 발을 맞춘 것으로 해석된다.

통일부는 권 장관의 개인적 판단에 따라 북송사건에 대한 입장을 번복했다는 민주당 주장에도 반박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지난 북송 결정에 잘못된 부분이 있다는 의사 결정은 통일부 내부의 충분한 검토를 거친 뒤 장관이 최종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외부 자료를 참고하지 않았다는 지적엔 “당사자가 (귀순하려는) 자유의사가 있었는지는 기존의 통일부 보유 자료만으로도 충분히 판단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다만 통일부는 구체적으로 어떤 내부 논의 절차를 거쳤냐는 질문엔 “충분한 검토를 거쳤고 당연히 회의도 했다”고만 했다.

민주당 TF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탈북 어민이) 16명을 살해한 건 명확한 사실인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며 “판단을 번복하며 검토한 내부 자료를 자신있으면 당당히 공개하라”고 통일부를 비판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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