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강철대오 깨지나..생계 위협 받자 터진 '노노갈등'

내일까지 금속노조 탈퇴 여부 투표 진행..2/3 찬성 땐 탈퇴 결정
일 못해 월급 절반 깎인 사내 노조..금속노조 집회에 '맞불 집회'

민주노총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원청노조) 조합원들이 21일 오전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에서 열린 금속노조 탈퇴 찬반 투표에서 표를 행사하고 있다. 2022.7.21/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거제=뉴스1) 김민성 기자 =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동조합의 파업이 50일째 이어지면서 대우조선 노조 조합원들의 금속노조 탈퇴 목소리가 커지는 등 '노-노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하청노조의 도크(선박건조공간) 점거로 사실상 한 달 내내 일을 하지 못하자 원청인 대우조선 노조 조합원들이 상부 단체인 금속노조에 반감이 커진 것이다.

21일 대우조선해양 등에 따르면 원청노조인 민주노총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 조합원들은 이날부터 22일까지 이틀간 금속노조 탈퇴 찬반투표를 진행한다.

조합원 4700명 중 과반이 투표하고 3분의 2 이상 찬성하면 금속노조 탈퇴가 결정된다.

앞서 조합원 1970여명은 하청노조의 파업에 금속노조가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며 조직 형태 변경 총회 소집을 요구하는 서명을 지회에 냈다.

탈퇴 확정 시 대우조선지회는 금속노조 가입 약 4년 만에 다시 기업형 노조가 된다. 투표 결과는 22일 오후 3시께 나올 예정이다.

22일까지 이어지는 투표 결과에 따라 '노노갈등'은 극에 달할 전망이다.

상부단체인 금속노조 탈퇴를 검토할 만큼 노조 간 균열이 일어나게 된 건 하청지회가 1도크를 점거하며 기존 근로자들이 사실상 한 달 내내 일을 못 하면서 생계를 위협받는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조업 중단으로 잔업 특근수당을 못 받다 보니 근로자들은 평상시 월급의 절반 수준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상규 대우조선해양 현장책임자연합회 조직부회장은 "이제야 조선업 호황기를 맞아 형편이 조금씩 나아지려는 시점에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는 노동자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했다.

회사 측은 다음 주 휴업을 진행하고 휴업 근로자들과 기간을 더 늘릴지 결정한다는 방침이지만 하청지회가 강경하게 파업을 이어가고 있어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근로자들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른바 '노노 갈등'은 전날(20일) 극에 달했다. 금속노조는 전날 경남 거제 대우조선 정문 앞에서 하청노조의 파업을 지지하는 집회를 개최했고 사내에서는 파업 중단을 요구하는 맞불 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물리적 충돌은 없었지만 욕설과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조선하청지회 조합원과 대우조선해양 직원간 물리적 갈등도 벌어지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사무직 직원 A씨(55)는 전날 오전 1도크 내부 선박 20여m 높이 구조물 위에 올라 조선하청지회 장기 집회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A씨가 있는 곳은 점거 농성 중인 조선하청지회 노조원과 격벽을 사이에 두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내부에서는 하청지회 상위조직인 금속노조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팽배한 상황이다. 대우조선 한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 노조도 금속노조 소속이지만 하청지회는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m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