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얼어붙은 중국-호주 관계, '해빙' 단계 돌입하나

김혜리 기자 2022. 7. 21.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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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호주 정권교체로 관계 회복 가능성 제기돼
서로 관계회복 책임 떠넘겨.."낙관론은 시기상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게티이미지

지난 몇 년간 강하게 대립해온 중국과 호주의 관계가 새로운 갈림길에 섰다. 지난 5월 호주에 노동당 정부가 새로 들어선 이후 양국은 관계 개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장관 간 교류를 재개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그간 얼어붙었던 관계가 ‘해빙 분위기’로 들어섰다는 판단은 이르다는 신중론에 무게를 싣고 있다.

BBC는 20일(현지시간) 호주에 대한 중국의 태도 변화가 감지된다고 보도했다. 악화일로를 걷던 중국·호주 관계의 변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14일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호주와의 관계에 대한) 맥을 짚고, 재조정을 하고, 다시 출항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20년 초부터 중단됐던 양국 간 장관급 교류도 재개됐다. 리처드 말스 호주 부총리 겸 국방부 장관과 웨이펑허 중국 국방부장은 지난 6월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참석차 방문한 싱가포르에서 양자 회담을 했다. 페니 웡 호주 외교장관도 이달 초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주요 20개국(G20) 회의와 별도로 왕이 외교부장과 회담했다.

양국 관계는 지난 2018년 호주가 5G 통신망 사업에서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참여를 배제하면서 냉각됐다. 호주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이 호주산 소고기, 보리, 석탄, 와인 등 10여 개 품목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등 보복성 조치에 나서면서 관계는 급속히 악화했다.

하지만 지난 5월 중도 좌파 성향의 노동당이 호주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고 정권이 교체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샤오 치엔 호주 주재 중국 대사는 호주 정권 교체가 “양국 사이를 개선할 기회”라 말했고, 리커창 중국 총리는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에게 “호주와 과거를 되살리고 미래를 바라보기 위해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는 내용의 당선 축하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웡 장관도 왕이 부장과의 회담이 “관계 안정을 위한 첫걸음”이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게티이미지

하지만 전문가들은 낙관론을 펴기엔 이르다고 입을 모은다. 호주 싱크탱크 로위연구소의 제니퍼 쉬 연구원은 “양측 모두 아직 어떤 약속도 하지 않았다”면서 “현시점에서 모든 것은 미사여구에 불과하다”고 BBC에 말했다.

실제 양국이 아직 관계 회복 여부가 상대방에게 달렸다면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왕이 부장은 “호주가 중국을 적이 아닌 파트너로 여기고 행동해야 하며, 중국을 억압하려 하는 제3자에 구애받지 않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며 관계 개선을 위한 네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이에 앨버니지 총리는 “중국이 아닌 호주의 국가적 이익을 따르겠다”고 밝혔다. 그는 앞서 “변한 것은 호주가 아니라 중국”이라면서 중국이 호주에 대한 제재부터 폐기해야 관계 개선을 검토할 수 있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인 바 있다. 호주 국제문제연구소의 브라이스 웨이크필드 박사는 중국의 요구가 현 호주 정권의 정책 방향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분석했다.

다만 에너지난으로 궁지에 몰린 중국이 석탄 수입을 위해 호주에 먼저 ‘화해의 손길’을 내밀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쉬 연구원은 “호주는 오는 겨울을 위한 에너지 안보의 잠재적 원천 중 하나”라며 중국에 호주가 필요하다고 확신했다. 지난해 중국은 석탄 공급 부족과 그에 따른 가격 급등으로 대규모 전력난을 겪었는데, 이러한 상황에 또 처하지 않기 위해서 주요 석탄 수출국인 호주로 눈을 돌릴 수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익명의 소식통들을 인용해 중국 관료들이 서방사회의 대러 제재로 전 세계 석탄 공급이 긴축될 수 있다며 호주산 석탄 수입 금지를 해제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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