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 잡아라'..충북 청주 아파트단지 연못서 무슨 일이?
지난 20일 오후 충북 청주시 서원구 성화동의 A아파트 단지. 이 아파트 공원에 마련된 인공 연못 주변에 시민들의 접근을 금지하는 띠가 둘렸다. 660㎡ 크기의 연못은 바닥을 거의 드러냈고, ‘생태계 교란 반려생물 방생 STOP’, ‘반려생물 방생은 사랑이 아닙니다’라는 현수막도 걸렸다. 두 개의 현수막에는 민물 가재 사진과 거북이 사진이 각각 실려있었다.
“어 오늘은 거북이가 없네?” 아이들과 연못 주변을 산책하던 주민 이모씨(39)가 말했다. 이씨가 이 연못에서 본 거북이들은 서식지가 미국인 붉은귀거북과 리버쿠터다. 이 거북이들은 지난 18일 청주시가 포획해 처리했다. 청주시는 누군가 수년 전 이 거북이들을 애완용으로 기르다 연못에 방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씨는 “수년 전부터 연못 바위 등에서 일광욕을 하는 거북이 2~3마리가 보였다”며 “연못에서 사는 토종 거북이인 줄 알았는데 외래종인 데다 누군가 풀어놨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청주시가 시민들의 반려생물 방생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청주시는 지난 18일 성화동의 A아파트 단지 공원에 있는 연못에 물을 모두 빼고 거북이를 포획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지난 1일 연못에서 늑대거북이 발견돼서다. 늑대거북은 캐나다 남부, 에콰도르 등에서 서식하는 외래종이다. 토종 생태계의 파괴 및 교란 우려가 있어 오는 10월 생태계 교란종 지정을 앞두고 있다.
이날 붉은귀거북 암수 한 쌍과 리버쿠터 3마리가 포획됐다. 이 연못에서 수년간 서식한 것으로 추정되는 붉은귀거북 암컷은 전체 몸길이가 40㎝나 된다. 청주시의 의뢰로 포획을 진행한 공명식 한국생태계 교란 어종 퇴치관리협회 팀장은 “연못에서 잡힌 붉은귀거북은 모두 성체로 포획 시기가 더 늦었다면 번식해 개체수가 많이 늘어날 우려도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늑대거북은 20일이 넘도록 잡히지 않고 있다. 청주시는 연못에 통발을 설치해 늑대거북을 포획한다는 계획이다. 늑대거북이 동면에 들어가는 10월까지 잡히지 않으면 물, 토양 등 연못에서 채취한 유전물질로 서식 여부를 판단하는 환경유전자 검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청주시 관계자는 “늑대거북은 야행성인 데다 물 밖으로 나오지 않아 포획이 힘들다”며 “다행히 인공연못이어서 거북이들이 다른 곳으로 서식지를 옮기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반려동물 방생으로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고 말했다.
청주시에서 발견된 외래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4월쯤에는 생태계 교란종인 미국 가재가 이 연못에서 1.3㎞ 떨어진 두꺼비생태공원에서 발견됐다. 당시 금강유역환경청이 포획한 미국 가재는 30여 마리가 넘었는데, 생태계교란종인 중국줄무늬목거북과 외래종인 페인티트터틀이 함께 발견되기도 했다. 모두 애완용으로 기르다 방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청주시 관계자는 “방생된 외래종 거북이 등이 미호강과 무심천 등으로 흘러가게 되면 토종 물고기가 사라질 우려가 있다”며 “개체수가 늘어나기 시작하면 전부 퇴치할 수 없어 생태계 파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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