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영장없이 통신자료 수집 '헌법불합치'"..수사기관 관행 제동
한시적 효력 유지되나 내년말까지 개정해야
檢 "수사 밀행성 침해, 피의자 증거인멸 우려"
[이데일리 김윤정 기자] 수사·정보기관이 영장 없이도 통신사를 통해 가입자 이름, 주민번호, 주소 등의 개인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한 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사후 통지절차’를 규정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로써 영장 없이 통신 조회를 해왔던 수사기관의 관행에 제동이 걸릴지 주목된다.
전통법 제83조 제3항에 따르면 통신사는 법원이나 수사기관이 요청하면 이용자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등의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때문에 수사기관이 법원의 허가 없이도 개인정보를 확보할 수 있는 관행을 뒷받침하는 근거 조항으로 꼽혀왔다.
헌법불합치는 해당 법률이 위헌이기는 하지만 바로 무효화할 경우 초래될 법적 공백과 사회적 혼란을 피하고자 한시적으로 존속하는 변형 결정이다. 해당 조항은 내년 12월 31일까지 효력이 유지되며 입법부는 이 기한까지 개정안을 마련해야 한다.
헌재는 해당 조항에 통신자료 취득에 대한 ‘사후 통지절차’를 두지 않아 적법절차원칙에 위배된다고 봤다.
헌재는 “효율적인 수사와 정보수집의 신속성, 밀행성 등의 필요성을 고려해 사전에 정보주체인 이용자에게 그 내역을 통지하도록 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면 수사기관 등이 통신자료를 취득한 이후에 수사에 방해가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통신자료의 취득 사실을 이용자에게 통지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함에도 통신자료 취득에 대한 사후 통지절차를 두지 않아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판시했다.
한편, 이종석 재판관은 별개 의견을 내 이 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도 위배된다고 봤다. 이 재판관은 “통신자료를 요청할 수 있는 사유가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규정돼 수사기관 등의 통신자료 취득이 개인의 사생활이나 통신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제한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특히 주민등록번호는 만능키라고 불릴 정도로 타 민감한 정보로의 연결자로서 역할을 할 수 있고, 수사나 정보 수집의 초기 단계에서 용의자나 피해자를 특정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성명, 생년월일, 주소, 전화번호 정도의 통신자료만을 제공받아도 충분하다”고 봤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앞으로 통신자료를 조회하면 당사자에게 사후 통지를 해야 하는데 이는 수사의 밀행성이 침해되고 피의자 증거인멸·도주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며 헌재 판단에 아쉬움을 표했다.
지난 2016년 민변과 참여연대 등은 국정원, 경찰, 검찰은 물론 군에 이르기까지 다수의 수사·정보기들관이 통신사로부터 가입자의 개인정보를 제한 없이 무단으로 수집했다며 청구인 500명을 모아 전통법 83조 3항에 대해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이들은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제공 요청에 법원의 통제 절차가 없다는 점, 개인정보를 유출당한 당사자는 그 이유조차 모른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조항에 대한 유사한 취지의 헌법소원은 과거에도 있었다. 헌재는 지난 2012년 구 전통법 제54조3항(현 제83조 3항)에 대한 헌법소원을 심리 없이 각하했다.
당시 헌재는 “해당 조항은 전기통신사업자(통신사)에게 이용자에 관한 통신자료를 수사기관의 요청에 응해 합법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을 뿐 어떠한 의무도 부과하고 있지 않다”며 “전기통신사업자(통신사)는 수사기관 요청에 응하지 않을 수 있고, 이 경우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으므로 통신자료 취득행위는 강제력이 개입되지 않은 임의수사에 해당하는 것이기 때문에 헌법소원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각하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언론인, 시민단체 활동가 등 민간인의 통신자료를 광범위하게 조회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해당 법률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됐다.
김윤정 (yoon95@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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