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영국 총리 대진표 확정.. 첫 인도계 총리냐 세 번째 여성 총리냐
차기 영국 총리 자리를 두고 격돌할 최종 후보 2인에 인도계인 리시 수낵 전 재무부 장관(42)과 세번째 여성 총리를 노리는 리즈 트러스 외교부 장관(46)이 낙점됐다.
영국 보수당은 20일(현지시간) 차기 총리가 될 당 대표를 뽑는 경선에서 수낵 전 장관과 트러스 장관이 최종 후보 2인에 올랐다고 밝혔다. 보수당 하원의원들이 참여한 이날 투표에서 수낵 전 장관은 137표를 받아 1위를 기록했다. 트러스 장관은 113표를 확보하며 그간 2위를 달렸던 페니 모돈트 국제통상부 부장관을 8표차로 누르고 최종 후보에 오르는데 성공했다.
최종 후보에 오른 수낵 전 장관은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의 애널리스트 출신으로, 코로나19 사태 당시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펼쳐 경제 충격을 줄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간 유력한 차기 총리로 줄곧 하마평에 올랐다. 인도계인 그가 당선되면 영국 역사상 첫 유색인종 총리로 기록될 전망이다.
트러스 장관은 보리스 존슨 내각 초기 국제통상부 장관을 맡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후 무역 협상을 이끌며 외교력을 인정받았다. 그는 EU나 러시아, 중국 등에 대한 강경 대응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평소 정치적 우상으로 마거릿 대처 전 총리를 꼽았으며, 총리에 오르게 되면 대처와 테리사 메이에 이어 영국의 세 번째 여성 총리로 기록될 전망이다.
향후 최종 결선은 전체 당원 약 16만명의 우편투표를 통해서 이뤄진다. 투표는 9월2일까지 진행되며 당선자는 5일에 발표된다. 현재 후보 간 격차가 크지 않고, 의원들 사이에서 지지율이 높은 수낵 전 장관이 여론조사에서는 트러스 장관에게 뒤지고 있어 결과 예측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날 이뤄진 유고브 설문조사에서 수낵 전 장관은 트러스 장관, 모돈트 부장관과 각각 1대 1로 대결했을 때 모두 지는 것으로 나왔다.
두 후보는 남은 기간 정책적 차이를 강조하며 당심에 호소할 전망이다. 특히 세금과 관련해 첨예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트러스 장관은 수낵 전 장관의 세금 인상이 경기침체를 일으킨다고 비판했으며, 자신이 취임하면 법인세 등을 인하해 성장을 촉진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수낵 전 장관은 재정 건전성과 물가 억제를 최우선 과제로 강조하며 트러스 장관의 계획은 비현실적인 동화같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측 후보가 지닌 부정적인 이미지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수낵 전 장관은 영국 부자 순위 222위에 오를 정도로 부유해 ‘반서민’의 이미지가 있다. 그의 부인은 인도 정보기술(IT) 대기업인 인포시스 창업자의 딸이며, 비거주 비자를 활용해 해외소득 관련 세금을 내지 않다 구설에 오른 바 있다.
트러스 장관의 경우 러시아에 대한 그의 강경한 입장이 지정학적 긴장을 위험한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그는 또 대처 전 총리의 복장이나 포즈까지 따라하는 등 이미지에 너무 열중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조만간 후임자를 맞이하게 된 존슨 총리는 이날 마지막 의회 총리 질의응답(PMQ)에 출석했다. 그는 재무부 말을 늘 따르지 않는 게 중요하다거나, 세금을 인하하라는 내용의 후임자에 대한 권고를 내놓기도 했다. 자신의 퇴임을 이끈 수낵 전 장관을 공격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수낵 전 장관은 이달 초 존슨 총리에게 반기를 들고 사표를 던졌으며 이로 인해 내각 대탈출이 촉발됐다.
다만 존슨 총리 본인도 3년 전 메이 전 총리를 밀어낸 주동자이기도 하다. 존슨 총리가 이날 퇴장할 때 거의 전 보수당 의원들이 기립박수를 보냈으나, 메이 전 총리는 마지 못해 일어나 팔짱을 낀 모습을 보였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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