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감세에 일감몰아주기 규제도 완화.. 기업판 '종합선물세트'[세제개편]
정부는 21일 세제개편안을 내놓으면서 핵심 목표의 하나로 경제활력 제고를 꼽았다. 기업경쟁력을 제고해 투자 촉진 및 일자리 창출 등 민간이 끄는 경제성장을 실현하겠다는 구상으로, 이를 위한 수단으로 대규모 기업 감세와 가업 상속 혜택 확대, 일감몰아주기 규제 완화 등 재계와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던 세부담·규제 완화 숙원들이 총망라됐다.
■법인세율 25%→22% 인하. 과표구간도 단순화…매출액 큰 대기업 혜택 집중
우선 법인세법을 개정,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인하한다. 과세표준 구간도 현행 4단계에서 2단계로 단순화한다. 현재 과세표준2억원까지는 10%의 세율을 적용받고, 2억~200억원까지는 20%, 200억~3000억원까지는 22%의 법인세율을 적용받는다. 3000억원 이상 기업의 법인세율은 이보다 높은 25%다. 이를 2단계로 줄여 과세표준 200억원까지는 20%, 200억원 이상은 22% 2단계로 단순화하겠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다만 매출액 3000억원 이하의 중소·중견기업에 대해서는 과세표준 5억원까지 10%의 특례세율을 적용해 세부담을 완화하도록 설계했다.
일례로 과세표준 5억원의 중소·중견기업은 현재 2억원까지는 10%의 세율로 2000만원, 나머지 3억원은 20%의 세율로 6000만원 등 총 8000만원의 법인세를 낸다. 정부안에 따르면 5억원 전체에 10%의 법인세율이 적용, 법인세는 5000만원으로 종전 대비 3000만원이 줄게 된다. 과표 10억원의 중소·중견기업도 현재 법인세 1억8000만원에서 1억5000만원로 3000만원의 세금이 준다.
법인세제 개편에 따른 감세효과는 대기업일수록 더 크다. 과표 4000억원의 일반 기업의 법인세는 현행 905억8000만원에서 876억원으로 29억8000만원 줄어든다. 종전에는 200억원에서 3000억원까지만 20%의 법인세율을 적용받고 3000억원부터는 25%의 세율이 적용되지만, 개편안에 따르면 3000억이 넘는 과표도 모두 22%로 3%포인트만큼 세율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2020년 기준 전체 83만여 법인 가운데 과세표준 3000억원을 넘어 25%의 최고세율을 적용받는 기업은 84곳에 그친다. 과표가 5000억원을 넘는 기업은 49곳 정도다. 이번 법인세 감세 혜택의 최대 수혜자가 삼성, 현대, SK 등 대기업 법인들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경제학과)는 “법인세가 인하되면 투자가 활성화된다는 게 정부 생각인데 앞서 법인세가 하락해왔을때도 투자가 활성화된 증거는 없다”면서 “현재 3000억원 과표 초과기업도 실효세율이 19.5%여서 수익이 100 나오면 20 정도만 세금내고 다 가져가는 데. 이게 부담스러워서 투자를 안한다는 말이 안된다. 결국 감세해주는 대로 대기업 오너, 소유주들에게 돌아갈 것이고 투자나 고용을 늘리는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업상속공제 대상, 공제한도 늘리고, 가업승계 주식증여 과세특례도 상향…일감몰아주기 규제도 대폭 완화
10년 이상 가업을 영위한 피상속인이 가업을 상속하는 경우 가업상속재산을 최대 500억원 한도로 과세가액에서 공제하는 ‘가업상속공제’ 제도도 손본다. 현재 중소기업 및 매출액 4000억원 미만의 중견기업만 해당되는 대상기업 범위를 매출액 1조원까지를 늘리고, 공제한도도 500억원에서 1000억원까지 두 배로 늘렸다. 여기에 상속개시일로부터 7년간 업종·고용·자산·지분유지 등에 부여되는 사후관리의무를 5년으로 줄이고, 업중분류 내에서만 변경이 가능한 업종변경도 대분류 내에서 변경이 가능하도록 허용한다. 이에따라 육류·식품제조업을 하던 사업체에서 알콜음료 제조업으로 업종을 변경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매년 정규직 근로자 수를 유지·확인하는 요건도 완화돼 5년 통산 정규직 근로자수 또는 총급여액이 90%를 유지하면 되도록 완화한다. 상속 후 5년간 가업용 자산의 20% 이상 처분 금지 조항도 40%까지로 대폭 완화됐다.
또 현재 자녀가 부모로부터 가업승계 목적으로 주식을 증여받을 때 100억 한도(5억원 공제 후)로 최고 20%의 증여세율을 적용받지만, 이 한도도 1000억원으로 10배 확대한다. 종전에는 주식 1000억원 증여시 100억원까지는 기본공제 5억원을 제외한 95억원 중 30억원까지는 10%, 나머지 65억원은 20%의 증여세율을 적용받고, 나머지 900억원은 10~50%의 누진세율에 따라 세금을 내야한다. 하지만 정부안에 따르면 앞으로 5억을 공제한 995억원 중 60억원은 10%, 나머지 935억원은 20%의 증여세율로 세금을 내게되면서 세부담이 크게 줄게 된다.
또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사업승계를 받은 상속인·수증자가 양도·상속·증여하는 시점까지 상속·증여세를 납부유예하는 제도도 신설하고, 재산비율에 상관없이 연부연납(일정 기간에 거쳐 나눠 납세)기간을 20년(10년 거치, 10년 분할납부)으로 단일화한다.
개인에 대한 상속세제 전면 개편은 내년 추진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세제 개편안 브리핑에서 “내년에 상속세제를 유산취득세로 개편하려고 한다”며 “올해 하반기에 집중적인 개편 작업을 시작해 적정한 상속세 부담 체계를 전면 검토할 예정”이라고 예고했다.
유산취득세는 전체 유산이 아니라 상속인 개인의 유산 취득분에만 매기는 세금인데, 누진세율 적용에 따른 세 부담을 낮춰주는 효과가 있다.
불공정한 부의 대물림을 차단하기 위한 일감몰아주기 규제는 대폭 완화된다. 지금까지는 특수관계법인간 정상거래비율을 초과해 거래시 일감몰아주기에 따른 증여이익이 있는 것으로 보아 과세해왔지만, 증여이익 산출 방식이 크게 바뀐다.
우선 현재 법인 전체의 세후 영업이익 기준으로 증여이익을 산출하던대서 사업부문별로 증여이익을 산출, 일감몰아주기와 무관한 사업부문 이익은 증여이익에서 제외토록 바꾼다. 또 중소·중견기업의 수출목적 국내 거래만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던데서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수출목적 국내 거래는 모두 과세대상 거래에서 제외키로 했다.
최대 주주가 주식을 처분할 때 적용하는 주식 할증평가도 폐지된다. 내년부터 자산총액 10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한 대기업에 대해서만 할증평가를 적용하고, 장기적으로는 할증평가를 아예 폐지하는 방향으로 가겠다는 방침이다. 형행 세법은 최대 주주가 보유한 주식(중소기업 제외)을 상속·증여하는 경우 해당 주식의 가치를 20% 할증해 평가하고 있다.
■반도체·배터리 등 국가전략기술 대기업 투자 세액공제 확대…통합고용세액공제 신설, 청년 연령은 15~29세에서 34세로 현실화
반도체·배터리·백신에 대한 투자 촉진을 위해 대기업 국가전략기술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중견기업 수준으로 상향한다.중견기업 시설투자 세액공제율도 중소기업의 50% 수준으로 상향된다. 이에따라 중견기업의 신성장·원천기술 투자 세액공제율은 5%에서 6%로, 대기업의 국가전략기술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은 6%에서 8%로 높아진다.
해외자회사 배당금에 대한 이중과세도 조정, 해외에서 법인세율로 과세한 소득에 대해서는 국내 모회사 소득에 불포함시켜 해외 유보 소득의 국내 유입을 유도한다. 이월결손금 공제한도는 종전 60%에서 80%로 상향된다.
기업의 통상적인 업무활동이지만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는 ‘접대비’ 명칭은 2024년부터 업무추진비로 변경된다. 업무추진비의 세법상 인정 범위는 현행 접대비와 동일하게 적용된다.
앞서 정부가 예고한대로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은 2년간 유예되고, 증권거래세는 올해 0.23%에서 내년 0.2%, 2025년 0.15%로 인하된다. 국내상장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기준은 종목당 1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늘어난다.
이호준 기자 hj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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