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성 증세' 끝! 윤 정부, 위기 돌파구로 '감세' 꺼냈다
법인세 25%→22% , 종부세 중과 폐지
정부 "투자 활성화로 선순환 기대"
세법 개정 사안, 국회 통과는 미지수
‘민주성(민간 주도 성장)’을 경제정책 방향으로 내건 윤석열 정부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감세 드라이브에 시동을 걸었다. 지난 정부의 증세 정책을 폐기한 것으로, 법인세 인하와 종합부동산세 개편 등 세 부담 완화와 기업 규제 개혁을 앞세운 ‘쌍두마차’로 저성장 위기 돌파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거대 야당이 '부자 감세'라고 크게 반발하고 있어 국회 통과까지 상당한 난항이 예상된다.
법인세·소득세·부동산세 모두 낮춘다
정부는 21일 발표한 ‘2022년 세제 개편안’에 법인세와 소득세, 부동산세 등 주요 세목에 대한 감세 방안을 대거 담았다. 이를 통한 세 부담 완화 효과는 내년부터 2027년까지 13조1,000억 원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그간 세제가 규제 목적으로 활용되면서 조세원칙이 훼손되고 기업 경쟁력이 낮아지는 결과를 불러왔다”며 “이번 개편안은 민생 안정과 경제 활력을 뒷받침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 증세 정책의 밑바탕이 됐던 ‘소주성(소득 주도 성장)’을 전면 폐지한 윤석열 정부는 이전 정부가 상향 조정(22%→25%)한 법인세 최고 세율을 22%로 되돌리기로 했다. 과세표준(과표) 구간도 기존 4단계에서 2단계로 단순화(20%·22%)한다. 다만 매출액 3,000억 원 미만 중소·중견기업에 대해선 10%의 특례세율을 적용한다. 한국의 법인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평균 21.2%)나 주요 7개국(G7·20.8%)보다 높아 과도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기업 투자를 독려하기 위한 방안도 마련했다. 우선 해외 자회사가 국내 모회사에 지불한 배당금은 과세 대상에서 제외한다. 기업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에 대한 세제 혜택을 줘 국내 투자를 활성화한다는 취지다. 기존에는 해외 자회사의 배당금도 이익으로 보고 모회사에 법인세를 부과했다.
원활한 가업 승계를 위해 가업상속공제 적용 대상 중견기업의 범위는 매출액 1조 원 미만까지 확대(기존 4,000억 원)하기로 했다. 고광효 기재부 세제실장은 “높은 상속세 부담으로 기업 투자와 일자리 창출 여력이 줄어드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매출액 기준을 늘렸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50%)은 OECD 국가 중 일본(55%)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사실상 ‘소리 없는 증세’가 이뤄져 온 소득세에도 칼을 댄다. 임금 인상에도 소득세 과표 구간이 10년 넘게 제자리에 머물면서 직장인의 유리지갑을 턴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세율 6%를 적용하는 과표 구간을 기존 1,200만 원 이하에서 1,400만 원 이하로 확대한다. 15%로 소득세를 계산하는 구간도 1,200만~4,600만 원에서 1,400만~5,000만 원으로 상향 조정한다. 연봉이 5,000만 원이라면 소득세는 170만 원에서 152만 원으로 18만 원 줄게 된다.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 과세를 상당 부분 축소한 점도 이번 개정안의 특징이다. 이전 정부에서 주택 공시가격이 급등한 점을 감안해 다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공제액을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올린다. 1주택자(0.6~3.0%)의 2배 수준으로 부과했던 다주택자 중과세율(1.2~6.0%)은 폐지하고, 주택 수와 상관없이 동일한 세율(0.5~2.7%)로 종부세를 산정한다.
재정 여력 축소… 취약계층 지원 부실 우려
정부의 대규모 감세 정책에는 세 부담을 낮추면 기업 투자와 민간 소비가 늘어 경제가 되살아날 거란 기대가 깔려 있다. 이른바 ‘낙수 효과’다. 추 부총리는 “기업 투자를 확대해 경제 성장과 세수 기반 확충,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선순환 효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계속되는 복지 수요 증가, 경기 둔화에 따른 취약계층 지원 등 정부 지원 확대 필요성이 점차 커지는 상황에서 약 13조 원의 대규모 감세안이 재정 여력을 떨어트려 부실 지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유럽에서도 증세 논의가 이뤄지는 마당에 이윤을 많이 내는 대기업에 혜택을 주는 정책을 최우선 순위 과제로 시행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이번 개편으로 대기업(4조1,000억 원)은 중소·중견기업(2조4,000억 원)의 1.7배에 달하는 세수 혜택을 받게 된다.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등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하는 법 개정 사안이 수두룩하다는 점도 향후 가시밭길을 예고하고 있다. 이전 정부에서 추진한 사항을 180도 뒤집는 이번 세법 개정안에 거대 야당이 협조할 가능성은 적기 때문이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소수 재벌 대기업에 혜택이 집중되는 법인세 감세 등으로 국가 재정이 축소되는 일은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강조했다.
세종= 변태섭 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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