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만에 소득세 개편..연봉 5000만원 '18만원' 혜택·소득하위 40%는 효과 '글쎄'[세제개편]
정부는 21일 발표한 세제 개편안을 통해 소득 하위 구간 근로자의 근로소득세 부담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소득세 과세 체계를 변경한 것은 지난 2007년(시행은 2008년) 이후 15년 만이다. 정부는 저소득층 근로장려금 지급 대상을 확대하고 무주택자의 월세 세액공제율을 높이는 등 물가 상승 국면에서 서민 세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방안을 내놨다. 다만 소득 하위 40%에 달하는 근로소득자는 실질적으로 소득세를 납부하지 않는 점 등을 감안하면 정작 서민 세부담 완화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기획재정부가 이날 발표한 2022년 세제개편안을 보면 정부는 소득세 하위 2개 과세표준 구간을 상향 조정했다. 현행 소득세는 과표 구간을 8개로 나눠 과표가 높을 수록 높은 세율을 적용해 세액을 산출하는데 정부는 이 중 6%의 가장 낮은 세율을 적용 받는 구간의 과표 기준을 종전 ‘1200만 원 이하’에서 ‘1400만 원 이하’로 높이기로 결정했다. 15% 세율이 적용되는 두번째로 낮은 구간의 과표 기준도 현행 ‘1200만 원 초과 4600만 원 미만’에서 ‘1400만원 초과 5000만 원 이하’로 상향된다.
다만 정부는 총 급여가 1억2000만 원이 넘는 고소득자에게는 근로소득세액공제 한도를 낮춰 고소득자의 세부담 경감 폭은 축소하겠다고 했다. 근로소득세액공제는 산출세액 기준 130만원 이하까지는 세액의 55%를, 130만원 초과분부터는 세액의 30%의 공제해주는 제도다. 총 급여에 따라 한도를 달리해 세액을 공제해주는데 정부는 이번 개편안을 통해 해당 고소득자의 공제 한도를 종전 50만 원에서 20만 원까지 축소하겠다고 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높은 물가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의 세부담을 적정화하는 데 초점을 뒀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연간 총 급여가 3000만 원인 근로자는 연간 소득세가 8만 원 적어진다. 연봉이 5000만 원일 경우에는 18만 원, 7800만 원일 경우 최대 54만 원까지 소득세 인하 폭이 확대된다. 이후 소득세 인하 폭은 감소해 연봉 1억5000만 원과 3억 원의 고소득자는 동일하게 24만 원의 소득세 감세 효과를 얻게 된다.
정부는 최근 급격한 물가 상승 흐름 등을 감안해 식대에 대한 소득세 비과세 한도도 종전 월 10만 원에서 20만 원까지 늘리기로 했다. 식대 지급액 수준이나 개인 급여 수준에 따라 세부담 경감 효과는 달라지는데 월 20만원의 식대를 지급받는 직장인을 가정하면 연봉 4000만 원과 6000만 원을 받는 경우 약 18만원의 소득세가 절감된다. 연봉 8000만 원을 받는 근로자는 소득세 인하 폭이 약 29만원까지 늘어난다. 최대 수혜를 받는 연봉 8000만 원 안팎 근로자는 과표 구간 조정까지 감안하면 연간 최대 80만 원의 소득세가 줄어드는 셈이다.
신용카드 사용 금액에 대한 추가공제한도가 통합된다. 신용카드 사용 금액 소득 공제 제도는 총 급여의 25%를 넘는 신용카드 사용금액에 대해 일정 부분 소득에서 공제해주는 제도다. 총급여 7000만원 기준 기본 공제한도 300만원에 전통시장과 대중교통, 도서·공연 지출에서 각각 100만원씩 총 300만원을 추가로 공제받을 수 있었는데, 개편안은 추가공제 항목별 한도를 없애고 도서·공연 사용분 대상에 영화관람료도 추가했다. 이에 따라 연봉 7000만원의 근로자가 대중교통에 200만원을 쓰고, 책을 사는 데 100만원을 쓴다면 현재는 200만원 공제에 그치지만, 개정안을 적용하면 300만원을 모두 공제받을 수 있게 된다.
또 종전 총 급여 ‘1억2000만 원 초과’에 해당하는 공제 한도 구간을 없애고 ‘7000만원 초과’를 최고 급여 구간으로 설정했다. 이에 따라 연봉이 1억2000만 원이 넘는 고소득자는 기본 공제액 한도가 200만원에서 250만원으로 늘어난다. 이에따라 고소득자는 근로소득세액공제 때 줄어든 세액공제액(30만원)이 상당부분 상쇄할 수 있게 됐다. 소득세 감면액이 그만큼 크진다는 뜻이다.
정부는 무주택자 세대주의 월세 세액공제율을 최대 12%에서 15%까지 올리고 대학 입학 전형료와 수능 응시료를 교육비 세액 공제 대상에 추가하는 등 서민 대상 세제 지원을 확대키로 했다. 연금저축 및 퇴직연금의 세액 공제 대상 납입한도도 200만원 상향되며 퇴직소득세 계산 과정에서 근속연수공제를 확대해 세부담을 낮추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소득세 과세 체계 개편은 사실상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 효과는 거의 내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근로소득자 중 37.2%는 소득세 면세 대상으로 사실상 세제 개편에 따른 감세 효과를 볼 수 없다. 개편안에 따라 총 급여가 3000만~4000만 원인 직장인이 매월 받을 수 있는 소득세 감세액은 1~2만 원 가량에 불과하다. 김유찬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작 중하위계층의 세 부담은 별 차이가 없을 것”이라며 “그 구간 사람들에게는 세금을 줄이는 것보다는 복지 제도 확대를 통해서 혜택을 주는 게 바람직한데 그런 측면에서 한계가 많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세제개편안을 통해 근로·자녀장려금 지급 대상을 확대하고 최대지급액도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근로·자녀장려금은 저소득 가구를 대상으로 소득 수준에 따라 정부가 세입액 중 일부를 환급해주는 제도로 소득 및 재산 요건에 따라 지급 대상 및 금액을 결정한다.
정부는 해당 장려금의 재산 요건을 종전 ‘2억 원 미만’에서 ‘2억4000만 원 미만’으로 인상하고 최대지급액은 10% 가량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근로장려금은 단독가구의 경우 15만 원, 홑벌이 가구는 26만원, 맞벌이 가구는 30만원 씩 지급액이 늘어나며, 자녀 장려금은 자녀 1명당 10만원 씩 더 지원된다.
정부는 이밖에도 해외여행객에 대한 휴대품 면세 한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인한 면세업계 경영 악화 및 국민 경제 여건 변화 등을 고려한 조치다. 이에 따라 종전 기본 600달러에 추가 술 1병(1l·400달러 이하), 담배 200개피, 향수 60ml였던 면세 한도에서 기본 면세액 200달러, 술 1병이 추가로 허용된다. 담배와 향수 기준은 종전과 동일하다. 해외 입출국 시 휴대품 통관 과정에서 종전 적용됐던 20%의 단일간이세율 제도는 폐지된다.
친환경차 개별소비세 감면 적용기한은 2년 더 연장되고, 노후소득 보장 강화를 위해 연금저축 및 퇴직연금 세액공제 대상 납입한도는 400만원에서 600만원으로 늘어난다. 퇴직연금을 포함한 납입한도는 700만원에서 900만원으로 상향된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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