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령술'로 놓친 46년 전 美살인범, '커피잔'으로 잡았다
46년 전 10대 여성을 성폭행하고 잔혹하게 살해한 남성이 미국 수사당국의 추적 끝에 붙잡혔다. 한때 용의자를 찾기 위해 심령술까지 동원했던 경찰은 결국 유전자(DNA) 분석으로 범인을 특정할 수 있었다.
19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랭카스터카운티 지방검찰청과 매너타운십 경찰은 지난 17일 오전 7시쯤 이 마을에 사는 데이비드 시노폴리(68)를 살인 혐의로 체포했다.
시노폴리는 1975년 12월 5일 랭카스터카운티의 한 아파트에서 당시 19세였던 린디 수 비클러를 살해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는 목, 가슴 등을 흉기에 19차례 찔린 상태였으며, 사건 현장에는 성폭행 정황까지 있었다. 비클러는 당시 결혼한 지 1년 된 신혼부부였다. 사건이 일어났을 때 피해자의 남편은 집 안에 없었다고 한다.
경찰은 면식범의 소행으로 보았다. 초동 수사 때 용의자로 추정되는 인물을 300명 넘게 조사했으나 모두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 사건 발생 9년째 되던 해에는 수사에 진척이 없자 심령술사를 동원했다고 한다. 이후 경찰은 1997년 피해자가 입고 있던 속옷에서 용의자의 정액을 채취해 DNA 결과를 얻었다. 이를 국가 DNA데이터베이스인 ‘코디스’와 대조했지만 일치하는 값을 찾지 못했다. 1990년대까진 코디스에 등록된 DNA 자료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장기 미제로 남을 뻔한 이 사건은 DNA포렌식 기술이 발달하면서 전환점을 맞는다. 2019년 경찰은 과거에 확보한 DNA를 통해 용의자의 얼굴을 가상 복원한다. 2020년 12월에는 버지니아주에 위치한 DNA포렌식 전문 기업 파라본 나노랩이 나섰다. 이 연구실은 DNA 계보를 분석해 용의자의 조상이 이탈리아의 가스페리나 지역 출신임을 밝혀냈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범행 장소 인근에 살았던 이탈리아계 주민 2300명의 자료를 분석했고, 피해자와 같은 건물에 가스페리나 출신인 시노폴리가 거주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수사당국은 시노폴리를 용의자로 특정했으나 결정적인 증거가 없어 바로 체포하지 못했다.
시노폴리를 감시해오던 수사기관은 지난 2월 시노폴리가 필라델피아 국제공항에서 커피를 마시고 나서는 장면을 목격했다. 수사기관은 그가 떠난 자리에서 컵을 수거해 DNA를 채취했고, 과거 확보했던 DNA와 일치한다는 결과를 받았다.
시노폴리는 지난 18일 기소됐다. 현재 랭카스터카운티의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그는 전직 언론인 출신이며 그의 페이스북 계정에는 이탈리아에서 휴가를 즐기는 사진들이 올라와 있었다고 한다. 헤더 애덤스 랭카스터카운티 검사장은 “이 마을에서 가장 오래 남아있던 미제 살인 사건이 풀렸다”며 “유족과 지역 주민에게 위안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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