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최대 쟁점 임금인상에서 손배소로 급변..갑자기 바뀐 까닭은
타결 가능성을 보이던 대우조선해양 사내하청 노사의 협상이 손해배상소송 문제로 다시 꽉 막혔다. 50일째 이어지는 이번 파업에서 최대 쟁점은 임금인상에서 손해배상으로 급격하게 전환됐다. 하청노조는 사측(하청업체 대표단)에 집행부 5명을 제외한 조합원 모두에게 민·형사상 면책을 요구했으나 사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청노조는 21일 사측이 손배소를 하지 않기로 했다가 갑자기 입장을 선회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사측은 민·형사상 면책 조항과 관련해 합의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앞서 노조는 지난 18일 교섭에서 처음으로 사측에 손해배상 및 형사상 책임 면책을 요구했다. 사측은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이 손배소를 할 것이기 때문에 민·형사 책임을 물을 필요가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고 노조는 전했다.
이후 노조는 20일 협상에서 기존 요구안인 ‘임금 30% 인상’을 양보하고 사측의 ‘4.5% 인상’을 사실상 수용했다. 그러나 사측은 대우조선해양이 예고한 손해배상청구 소송과 별도로 “민·형사 면책은 개별업체와 협의한다”는 안을 제시했다. 이때부터 파업의 쟁점은 손해배상으로 바뀌었다.
민·형사 면책 불가 입장에 노조는 조합원은 면책하고, 집행부 5명에게 민·형사 책임을 물어달라고 요구했다. 사측은 민·형사 면책은 개별업체의 몫이라고 선을 그었다. 대우조선해양에 더해 하청업체마다 하청노동자들을 상대로 손배소를 제기하겠다는 뜻이었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달 초 조선하청지회 조합원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하고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예고한 바 있다. 파업 시작 이후 현재까지 약 7000억원, 하루 320억원의 손실로 추정하고 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도 21일 새벽 노조를 찾아 같은 의견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김춘택 조선하청지회 사무장은 “(이 장관이) 자정이 지나 우리 노조를 찾는다고 하길래 기쁜 마음으로 맞았는데, 장관님은 첫 번째로 ‘손배소 대상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장관은)‘오늘이 마지막 기한이며 오늘이 지나면 해줄 게 없다’, ‘정부는 다 준비돼 있다’며 공권력 행사를 시사하고 떠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이 장관의 발언은 사측의 의견을 전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노조는 사측의 갑작스러운 입장 번복이 원청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사무장은 “18일 협상에서 민·형사 면책 이야기가 나왔다. 사측은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음날 오전 9시에 협력업체 대표들끼리 회의를 했다. 대표 간 이견이 있었다면 이때 문제가 불거졌어야 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19일도 아닌 20일 오후 7시30분쯤 갑작스레 말을 바꿨다. 이는 원청 노조인 대우조선지회의 금속노조 탈퇴를 위해서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하청노조의 파업이 타결되면 원청 노조의 금속노조 탈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금속노조 탈퇴와 관련 대우조선지회의 조합원 총회 투표는 21일부터 22일 오후 1시까지 진행된다. 개표 결과는 22일 오후 늦게 나올 것으로 보인다.
공교롭게도 하청노조가 18일 민·형사 면책을 요구하자 이날 대우조선해양에는 사측(원청과 하청)이 면책 요구를 들어준다는 내용의 소문이 돌았다.
이에 대우조선해양은 18~19일 임직원 전원에게 ‘당사자 간 협상을 통한 해결이 최우선이지만, 협력사와 하청노조 간 문제해결, 불법 파업에 따른 직간접적 피해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부과는 지금까지 견지해 온 회사의 원칙을 철저하게 지키겠다’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입장 번복에 대해 사측(하청업체)은 노조의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노조가 합의했다는 민·형사상 면책과 관련해 전혀 합의한 바 없다고 강조했다.
김창익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업체 대표는 “18일 당시 민·형사상 면책과 관련해 최대한 노력을 해보겠다고 이야기를 한 것일 뿐이다. 우리도 하청업체 대표 중 1인일 뿐인데 민·형사상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확답을 주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대우조선의 도산 위기까지 불거지는 마당에 교섭내용을 언론에 공개하는 것은 노조의 태도가 유감스럽다”고 덧붙였다.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은 민·형사상 면책과 관련해 경영진이 결정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특히 원청의 경우 소송을 취하하면 산업은행을 비롯한 주주에게 손해를 끼쳐 배임죄 처벌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모든 회사가 마찬가지이겠지만 회사에 손해를 끼치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이 일반적인 원칙”이라며 “이에 대해 경영진이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민주당 의원 ‘특검’ 주장하며 끼어들자 권영진 “저거 완전 쓰레기네”
- 조국 “보수의 아성 부끄럽지 않게…대구부터 윤석열·김건희 심판해 달라”
- 박수홍♥김다예, 신생아 촬영 직원 지적→삭제 엔딩…여론 의식했나
- 소식 끊겼던 47살 ‘보이저 1호’···NASA, 43년 동안 사용않던 송신기로 교신 성공
- [단독] ‘김건희 일가 특혜 의혹’ 일었던 양평고속도로 용역 업체도 관급 공사 수주↑
- 유승민 “윤 대통령 부부, 국민 앞에 나와 잘못 참회하고 사과해야”
- “부끄럽고 참담” “또 녹취 튼다 한다”···‘대통령 육성’ 공개에 위기감 고조되는 여당
- 김용민 “임기 단축 개헌하면 내년 5월 끝···탄핵보다 더 빨라”
- [한국갤럽]윤 대통령, 역대 최저 19% 지지율…TK선 18% ‘지지층 붕괴’
- 민주당, 대통령 관저 ‘호화 스크린골프장’ 설치 의혹 제기… 경호처 부인